자격지심. 인정하기 싫지만, 요즘 나에게 우울보다 더 깊이 자리 잡은 것은 이토록 못난 마음이다.
모두가 빠르게 나를 스쳐 지나가고만 있는 것 같다. 소중한 이들과 발맞추어 봄날을 함께 거닐고 싶은데,
나만 여전히 시리도록 추운 계절에 남겨진 채 멀어져 가는 이들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따스한 날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나의 겨울만 더욱 춥게 느껴진다.
스스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아니라 생각해왔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성격 탓에 언제나 스스로의 삶에 집중해 왔고, 비교하지 않으려 부단히 앞만 보며 살아왔다. 그러나 우울은 이상하리만큼 나를 곁눈질하게 만든다.
눈물 나도록 비참한 것은, 더 이상 소중한 이들의 행복을 온전히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누구보다 이들의 행복을 바라왔는데, 정작 그들의 행복 앞에 마음 한구석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순도 높은 축하를 보내고 싶은데, 자격지심으로 희석되어 버린 마음밖에 내놓을게 없어진 빈곤한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계속해서 나만의 행복에 집중하자고 되새긴다. 애틋한 이들의 기쁜 나날들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딛는 모든 걸음들에 우울이란 맞바람이 분다. 거센 비바람을 뚫고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은 고단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스스로를 격려하고 싶다.
마냥 앞서 봄을 맞이하는 것 같은 이들도, 사실은 나아가기 위해 모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깊이 들여다보면 겨울이 없는 삶은 없다. 그저 추위를 견디며 그 속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끊임없이 애쓸 뿐이다. 평온하게 물 위를 유영하는 백조의 발도 수면 아래에서 쉼 없이 헤엄친다.
오늘의 일지를 기록하며, 또 한 번 다짐한다. 반드시 건강해진 나의 모습을 되찾기로.
그리하여 어느 날엔가 온전하고 어여쁜 마음을 소중한 이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