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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Jun 10. 2021

커피 알못이 보는 세상

커피 못마시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나에게 커피는 알듯 모를 듯한 분야다. 남편이 커피콩을 볶는 커피로스터이지만 나는 커피를 못 마신다.


커피우유나 바닐라라떼는 마실 수는 있으나 큰 마음먹고 마셔야 한다. 카페인이 몸에 안받기 때문이다. 디카페인을 마시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그 정도로 커피에 사족을 못 쓸 정도로 관심이 있지는 않다. 커피 향은 미친듯이 좋아하지만 커피를 못 마셔도 나에게는 ‘물’이라는 최애 음료가 있다. 그렇다. 나는 생수를 사랑한다. 그것도 여름에도 찬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 말이다.


이렇게 내 삶에 커피가 필수 요소가 아니다보니 커피의 존재에 대해 잊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커피란 존재가 인류에 어마무시한 존재란 걸 새삼 느낀다. 합법적이면서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를 누구나 즐긴다. 오히려 커피를 못마시는 내가 소외감이 느낄 만큼 말이다. 이제 안부 인사가 ‘커피 한 잔 하자’가 된 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브루잉이라느니 드립 커피라느니 남편을 통해 자주 접해 듣지만 뭐가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음식에는 나름 미식가라며 맛난 음식만을 먹고 싶어하는 나지만, 커피 맛과 맥주 맛은 잘 모르는 쩌리다. 커피에서 산미가 있는 게 유행한다는 걸 들었던 게 작년 같은데 나에게 산미는 식초를 통해서 얻으면 된다는 마음뿐이었다. 신맛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는 다양한 드레싱을 찾아 헤매며 나의 최애 신맛을 찾는다. 반면에 커피에서는 산미며 어쩌고 하는 남편은 음식에서 신맛이 들어가면 얼굴이 쪼그라든 일본 매실장아찌처럼 변한다. 커피의 신맛과 음식의 신맛의 강도가 달라서 그런거겠지만.


나에게 커피와 애완동물 시장은 관심이 그닥 없지만 신기한 마켓이다.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고 더 세분화되고 고퀄화가 진행될 시장이니 말이다. 남편이 퇴사하고 전혀 관련도 없는 커피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지도 6년이 넘었다. 그 당시에는 남편이 로스터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가 로스팅으로 상을 받을지는 더더욱 몰랐다. 인생이란 모르는 거다. 하지만 확실한 건 무언가 하나를 묵묵히 해낸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결과가 따라온다는 사실이다.


관심이 없던 커피 생각에서 시작해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안쓰러움이 몰려온다. 앞으로 우리 가족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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