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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Jun 11. 2021

여유는 커피 한 잔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커피 한 잔’이라는 말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멋지긴 하지만...

여유를 어떻게 만드는지 잘 모르던 시절을 거쳐,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마음을 먹게 된지도 꽤나 시간이 지났다. 여유가 없고 마음이 조급하다면 위험신호라고 스스로에게 자꾸 되내인다.


바빠야지 멋있어 보이고 열정적인 것같은 이상한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다가는 골로 간다. 나에게 여유가 없다면 뭐가 문제인지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은게 닭과 달걀의 문제같을 때가 있다. 여유가 없어서 일이 더 바쁘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자니 효율성을 고민할 시간이 없어 하던대로 뻘짓을 반복한다.


‘가끔은 휴식이 필요해’란 말은 맞는 말이지만 어떤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잘못된 휴식 방법을 휴식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현대 사회에는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휴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게 휴식같다. 뇌는 더 피로해진다. 쉬었다고 생각하며 시간은 흘렀는데 전혀 생산성을 올라가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아니라 진짜 휴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떨 때는 ‘몰입’이 가만히 아무것도 안하는 멍때림보다 더 많은 에너지 충전을 준다고 하면 믿겨질까?


우리에게는 누군가와 수다떨고 커피 한 잔을 여유있게 마시고 작은 기기를 통해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외의 리프레쉬 방법을 더 많이 발굴해낼 필요가 있다. 그게 나에게는 집근처 한적한 가로수길에서의 산책이고, 매일 새벽 달리기고, 새벽에 아무도 깨지 않았을 때 노트에 끄적이는 생각정리다. 오직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몰두하는 그 시간이다. 오늘은 뭐가 달라졌지 동네의 변화를 발견할 때면 예상치못한 비밀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 써둔 글을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는 데 잊고 있던 게 내 마음을 후려칠 때 새삼 글쓰기에 감사하게 된다.


나는 커피를 마시는 삶이 아닌 커피향이 가득한 이 집에서 내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해나갈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하다. 가족이 있고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경제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건 부담스럽다 생각할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기분 좋은 책임감이다. 이 책임감이 나를 더 독립된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자유라는 건 아무 것도 책임질 게 없는 게 아니다. 제약이 주는 행복감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놀라움을 잊을 수 없다.


여유는 자유와 돈과 확실함이 만드는 게 아니다. 몰입과 책임과 향상심이 여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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