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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Dec 27. 2021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손정의와 깊은 물속, 그리고 커다란 물고기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세상이 정말 복잡해 보이고 다들 힘겹게 사는 것 같은데, 가만히 그 흐름을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게 그 가만히 흐름을 살펴본다는 시간을 내는 것조차 힘들어서 그 흐름을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게 문제지만 또 어떤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숨어있으니 자발적 은퇴나 강제적 백수나 어찌 보면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둘의 차이는 통장 속 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 돈이 아니라 시간과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생각'과 '태도'의 차이다. 돈이 많아지면 그런 생각과 태도가 저절로 생길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돈이 많아져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더 바쁘고 더 괴롭게 사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그런 태도와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애초에 그런 부를 누리는 게 사실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게 우리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아이러니다. 예전 글에서 '보이지 않는 막'에 대한 이야기를 했듯이 정말 그 선을 하나 넘고 안넘고가 별거 아닌데 정말 큰 차이가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이런 얘기를 했던 것을 건너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은 기회를 찾으러 다니는 게 아니라고 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깊은 물속에 몸을 푹 담근다. 그리고 정말 가만히 꼼짝도 하지 않는다. 거의 물과 하나가 된다. 그렇게 계속 계속 가만히 있다가 내 배 위에 커다란 물고기가 헤엄쳐 다가왔을 때 그 거대한 물고기를 두 팔로 안아서 일어날 뿐이다.'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깊은 물속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관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물고기가 언제 올지 모르는 그 긴 시간 동안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러니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한 자본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이럴 수 있는 '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힘을 간과한다. 하루 30분,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새벽 시간, 이때에 내가 무엇을 가만히 들여다볼지에 대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알람 때문에 일어나고 월급을 위해 출근해야 하니 일어나고, 어차피 내일 일어나야 하니 자기 전까지 유튜브 보고, 1주일 열심히 하다가 이렇게 해서 삶이 변할까 싶어 그만두고, 마음먹고 그만두고 마음먹고 그만두고...



우리의 삶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렇게 사는 사람이 80%가 넘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서도 20/80 파레토의 법칙이다. 우리가 더 자주 더 많이 보는 게 성공한 사람들의 빛나는 모습이어서 그렇지,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열심히 살지 않는다. 그 열심히 하는 것에도 오해가 있다. 열심히를 착각하며 이상하게 열심히,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다. 


밤을 새우면서 일하고 야근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라며 몇 시간 앉아있는 걸로 하루 공부시간을 계산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자기 위로를 하는 사람, 바쁘다는 게 벼슬이라고 생각하며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사는 사람 등등.


깊은 물속에 가만히 들어가 어지러운 물속 흐름을 가만히 관찰하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바쁘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계속해서 물밖에서 내 속도보다 빠르게 도망치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창을 던지고 손으로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시간 낭비하며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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