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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Jan 16. 2022

에고가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존감, 에고, 배려, 신뢰의 상관 관계

자존감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던 때가 있었다. 지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고 최근 관심사는 몰입flow 전념이다. 그러던 중에 다시 한번 마음  깊숙히 해결되지 않던 분야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에고라는 > <인간 본성의 법칙>이다.


두 책은 읽어야할 리스트에 있었음에도 한 책은 너무 두꺼워 아직 완독을 하지 못했고 또 한 권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며 읽어야할 리스트에서 거의 맨 뒤로 미뤄두었던 녀석이었다.


다시 <에고라는 적>을 봐야할까 고민하던 중 목차 스키밍했던 글을 보고​, ‘그래 이 책이야말로 지금 읽어야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에고가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때문이다. 나는 예전에 자존감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어서 자존감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자존감은 어느 정도 올라왔지만 자존감이 아닌 자의식, 에고가 어떻게 인간관계를 망치는지에 대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가끔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아니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어떤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상냥하거나 자기 방어적으로 상대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을 봤을 때 ‘왜 이렇게까지 상대방에게 과한 대응을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긴 적이 있다. 그냥 편안하게 호기심을 가지고 대하면 세상에 그렇게 빌런급 또라이는 없는데 말이다.


이 험한 세상에서 또라이로부터 나를 지키려면 자신이 또라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건지, 상처가 많은 영혼일수록 남에게 사납게 굴거나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며 상냥하게 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전자는 사람을 밀어내고 후자는 자신의 속을 곪게 만든다. 그 어떤 것도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에고라는 적>에서 말하는 ‘에고’는 프로이트적인 의미의 에고가 아니라고 한다. 훨씬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으로서의 에고ego다.


이 책에서의 에고의 정의

: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


삶의 각 단계, 열망, 성공, 실패라는 단계에서 우리는 자신을 흔드는 에고를 경험하게 된다.

성공만 하면 이렇게 될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단계에 돌입했을 때 자신은 생각했던 자신이 아닐 확률이 높다. 나를 뒤흔드는 에고를 만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성공하면 남들에게 그 이야기를 좀 더 그럴싸하고 멋지게 들려주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근데 문제는 이 성공이 일시적인 경우, 그리고 특히 내 실력과 내공이 그다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약간의 성공을 맛보면 인생 망하는 추월차선을 타기 딱 좋다. 아직 성공도 못했으면서 그런 인생망 추월차선에 탄 사람들을 나는 종종 보게 된다. 그리고 무서워진다. 내가 훗날 그런 모습이 되면 어쩌지하고 말이다. 반면교사를 삼기 위해 그들하고 약간은 거리를 둔다. 거리를 두어야 그들의 그럴싸한 모습에 나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수 있고 내 에고가 날뛰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항상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멘토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같잖은 작은 성공에 취했을 때 뼈 때려줄 그런 분들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들의 존재를 내 에고가 날뛰는 걸 막아주는 부적같은 존재처럼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가리고 신화적이고 극적인 요소는 더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옛날에는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스타트업 관련 채널을 이젠 보지 않는다. 거의 찌라시 기사 피하듯 그런 영상들은 더더욱 피해서 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실패를 이겨낸 이들의 스토리는 역경은 최대한 어렵고 고통스럽게 묘사하고 성공은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낸다. 그게 스토리의 기본 요소이니 뭐 사실 나쁘다고 하기에 그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저 스토리텔링을 더 극대화시킨 것뿐인데…라고 말이다. 하지만 <에고라는 적>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한다. 좌절의 순간들은 성공으로 가는 이야기에서 모두 깔끔하게 편집되기 일쑤이니 말이다.


나는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극적인 순간, 극적인 계기가 있지 않을까 늘 생각해왔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어떤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놓는 한순간은 없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인생에서 극적인 순간은 수도 없이 많고 여섯달 동안에도 그런 순간은 연달아 생길 수도 있다.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멘토나 좋은 사람들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그들이 재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영원히 안정적일 거라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도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오랫동안 역사와 경영학을 공부해오면서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사람과 관련된 일들이 다 그렇듯 충분히 긴 시간을 놓고 보면 보편적인 논쟁거리들이 하나둘 드러난다는 것이다. <에고라는 적> 프롤로그 중에서


나는 시간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굳건히 믿는 사람이다. 그에 더해서, 신뢰는 돈과 시간보다 더 얻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뢰가 에고, 자존감, 그리고 여유있는 배려와 어떻게 연관이 있을지는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이미 결론이 보이지만 그래도 결론만이 중요한 게 아니니 그 과정 속으로 들어가보려고 한다. 틈틈이 그 과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I wrote this book not because I have attained some wisdom I feel qualified to preach, but because it’s the book I wish existed at critical turning points in my own life.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내가 남에게 가르침을 줄 만큼의 어떤 지혜를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에 설 때마다 이런 책이 내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에고라는 적> 프롤로그

나 또한 마찬가지다. 부족한 내가 자꾸 글을 써재끼는 이유는 지나간 생각들을 붙잡기 위함이고 저자인 라이언 홀리데이가 했듯이, 오른팔에는 ‘에고는 적이다 ego is the enemy.’그리고 왼팔에는 ‘장애물이 바로 길이다 The obstacle is the way’라고 문신을 새기듯, 내 삶에 문신같은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삶을 돌아봤을 때 내가 뭘 놓치고 얻었었는지 온전히 기억할 자신이 없다. 기록은 나에게 부적이자 내 삶이라는 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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