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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Mar 04. 2019

실패에 무뎌지기 위한 연습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지기 위해 오늘도 실패해봅니다.

그냥 잠이 들면 내일 아침 깨어나서 결과를 알 수 있을 테지만 사실 지금 너무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토해내고 마음 편히 자려고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 브런치 북 공모전에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2개의 매거진으로 신청한 상태입니다. 2개를 넣은 이유는 두 매거진 다 제출 가능 기준에 적합한 15개 글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걸려라라는 절박함도 있습니다. 그래도 메인으로 생각한 것은 '상상 은퇴'였습니다.


이 매거진에 글들을 하나씩 올리면서 어떤 날은 자신감이 넘쳤고 어떤 날은 불안해했습니다. '이 글들로 당선이 될까', '아니야 자신감을 가져야 더 실력이 발휘될 테니 안될 거라는 생각은 버리자'고요. 솔직히 말하면 오늘을 제외한 대부분의 날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발표전날인 오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해졌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느끼기 싫어서 '시작'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예상 못했던 감정입니다. 몰랐으니 용감했었나 봅니다.



 전에도 '실패 카운터'라는 글을 통해 나의 실패에 대해서 썼습니다. 그건 실패가 두려운 내게  이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의 '새로운 시도'들로 가득 채우자는 다짐이었습니다. 사실 실패한 것들을 쓰는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당당하지 못한 것들이었지만 그냥 뻔뻔하게 썼습니다. 그래야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도조차   과거의 나를 탓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피할  있을 거란 믿음에서였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그걸 다 성공시킬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하고 싶었습니다. 근자감으로 가득 차던 유년시절의 나는 어디 가고 이런저런 실패를 겪으며 상처로 가득 찬 겁이 많은 어른이 되어버린 제가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시도도 안 하고 상처도 안 받는다면 실패의 횟수는 현저히 줄였겠지만 제 미래는 후회로 가득할 것 같았습니다. 그게 더 죽기보다도 싫었습니다. 정말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겁이 많은 어른이기보다 겁 없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으로 인생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넘어지면 무릎 탁탁 털고 눈물 콧물 찔찔 흘린 거 손등으로 쓰윽 닦고 나서 다시 시도하고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용기라고 불릴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냥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습니다. 용기 같이 대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살면서 답답한 게 많아 늘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토로할 데가 없어서 글로 토해냈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보다 내가 살기 위해 쓴 글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좋아해 주면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그렇게 구독자가 한 명 한 명 늘어날 때마다 나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친구가 생긴 거 같아 기뻤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을 상상한 적도 없었고 그저 죽기 전에 내 이름으로 책을 낸다면 어떨까. 나이 들어 다른 일을 못하게 되면 타자칠 힘이라도 남아있을 때 글을 쓰고 그걸로 경제 활동할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거야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다가 그게 꼭 '언젠가'일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당장, 올해 내에 책을 내고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을 우습게 보고, 쉽게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 아닙니다. 그냥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게 고역이 아니라 글 쓰면서 행복하고 속이 후련해지고 내가 쓴 글을 몇 번이고 읽으면서 퇴고하면서도 지겹지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일이 내 직업이 된다면 정말 그것만큼 행복한 건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더는 미루지 않기로 한 겁니다. 저의 삶이 소중해서요.


어떤 배우님께서 '말하는 대로'에서 배우 송강호 님한테 뺨을 맞는 씬이었는데도 본인은 행복했다고 하는 걸 봤습니다. 뺨을 맞는데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연기라는 걸 하는 게 나에게 이런 행복을 주는구나 싶었다고 말하는 걸 듣고 기분이 묘했습니다. 우린 정말 행복한 일을 하면 그 어떤 것도 '견디는 게' 아닌 게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제 길을 가기 위해 그 한걸음을 내딛는 방법 중에 하나로 브런치 북에 당선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좀 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그 길로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일단 손은 뻗어봤는데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제야 겁이 납니다.


사실 거절당하더라도 저는 어떻게든 출판사 여러 군데에 문을 두드리긴 할 테지만 상처는 상처니까요. 남편이랑은 당선되어도 치콜(치킨과 콜라) 파티를 하자고 했고 떨어져도 치콜로 위로 파티를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내일은 아니 벌써 자정이 넘었으니 오늘 밤은 치킨 나잇이겠군요.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쓴 글이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안 되는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되는 단계에 온 것 같습니다.


일단 거절당해도 저는 올해 내에 책을 출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브런치 북으로부터 거절당해도(으윽 이 말을 하는데 마음이 쓰리네요) 더 독하게 마음먹고 퇴고하고 출판사 문을 두드릴 겁니다. 그리고 안되어도 저만의 일거리가 하나 추가로 생겼습니다. '상상 은퇴'로 브런치 북에 도전하는 기간에 '간이 콩알만 한 사람의 돈 공부(<간. 콩. 돈> 줄임말이 입에 안 붙네요. 발음하기도 힘들고 왕밤빵저리가라입니다)'라는 매거진을 동시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제가 만약 브런치 북 신청을 안 했더라면 떠오르지 않았을 주제입니다. 비록 '간. 콩. 돈'은 브런치 북 마감된 이후에 쓴 글이라 당선 여부에 영향은 안 가겠지만 이 매거진을 쓰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매일매일이 할 일은 많고 책도 끊임없이 읽고 쓰고 하는데 엄청 엄청 엄청 상쾌한 겁니다! 이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같은 라이터스 하이(writer's high)라고 제 나름대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상태를 경험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물론 그게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2~3주는 지속되었습니다. 그 이후인 요즘 조금 지친 상태이긴 하지만 약간 휴식을 취하면 되는 정도고 글쓰기나 책 읽기가 싫어진 것은 아닙니다.


브런치 북 신청을 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저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간절하게 당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안되었을 때 정말 실망이 클 거 같고 또다시 미친 사람처럼 현실을 부정하며 크게 웃을지도 모릅니다.(또르르...)


그래도 이 글을 쓰기 전보다 약간은 후련해진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실패하고 탈락하더라도 덜 상처 받기 위해 더 큰 도전, 더 많은 시도를 해야겠습니다. 무뎌지긴 힘들겠지만 실패에 무뎌지기 위해 내일 아침 일어나서도 새로운 시도를 찾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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