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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Mar 26. 2019

심장이 뛴다

애덤 그랜트 - 오리지널스

어떤 인연이 이 시기에 나에게 왔다는 것이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예전에 앞부분만 살짝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초반부의 와비파커 창업스토리에 대해 그냥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지 그걸 읽은 후 나에게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 아마 퇴사를 꿈꾸며 창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초반만 읽고 나는 그 책을 더 이상 읽지 않았다. 그게 서점에서 잠깐 읽다가 다른 일 때문에 중단된 것이든 책 내용 자체가 내 흥미를 끌지 못했든 그 어떤 경우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나는 오리지널스를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3년이 지났나. 나는 이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전율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때보다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는 걸 제외하고서라도 타이밍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이 책이 아니라 다른 책을 먼저 집었더라면? 이 책을 한 달 전에 읽었더라면? 내가 체인지 그라운드를 몰랐더라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기겠지만 그것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의 내가 이 순간 이 책을 읽고 견딜 수 없이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만이 사실이다.


어쩌면 이 책은 나에게 올 운명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떨어지는 책의 메시지처럼 결국 나에게 오려고 지금까지 나에게 수많은 노크를 했는지도 모른다.

책의 첫 장은 조지 버나드 쇼의 말로 시작한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따라서 진보는 전적으로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 조지 버나드 쇼


최근에 이와 문맥이 비슷한 말을 나는 10년도 더 된 고등학생 때의 내 일기장에서 발견했다. 어떤 소설가가 한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여서 옮겨적었었나보다. 하지만 난 그걸 완전히 잊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조지 버나드 쇼의 격언을 읽고 나는 너무나도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사랑에 빠지게 된 사람이 사실은 얼굴을 잊고 있던 어린 시절 첫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당혹감과도 같이 나는 놀랐고 당황했다. 그렇게 이 책은 나의 인생 책이 되어갈 요소를 가득 담고 있었다.


미시감을 경험한다는 것은 나에게 놀이와 같은 일상이었다. 늘 봐온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기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 이것은 내가 지루한 일상을 재미나게 바꾸기 위해 자주 하는 습관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런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너무나도 조직 부적응자같이 느껴지고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세상을 바꾸겠다 멍청한 외침을 허공에다가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고 괴로워했다.


저자는 그런 나에게 위로를 주었고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들었고 나의 가치를 저자에게 인정받은 것과도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독창적인 일을 주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떠밀려서 한 이들의 이야기도 나에게는 놀라움을 주었다. 그리고 교사의 총애를 받을 확률이 가장 낮은 아이들이 가장 창의성 있는 아이들이라는 연구 결과는 학교와 부모와 사회가 얼마나 아이들의 독창성을 죽이고 있는지를 말해주었다. 이런 내용들이 예전의 내가 읽었다면 약간의 위로와 놀라움을 얻고 말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의 근거로 다가왔다.


나는 더 이상 두렵거나 나를 부정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을 읽고 그런 마음을 완전히 끊어낼 수 있었다. 내가 하려던 것들이 남들에게는 얼마나 터무니없어 보이는 도전인지 그럼에도 나는 내 페이스를 지키면서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왜 철저하게 가정에서는 안정적이고 내가 컨트롤 가능한 삶을 만들어내려고 했었는지에 대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나의 시간들은 결코 헛된 시간들이 아니었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19.6월 11일 추가) 최근 신박사tv를 통해 안티프래질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생겼는데, 여기서 말하는 위험을 주식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하라는 얘기가 한쪽 방면에서는 도전적이되 다른 방면에서는 안티프래질하게 관리해야하는 이야기로 안티프래질과 일맥상통한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책 ’안티프래질’은 어려울 것 같아 읽어보지 못했지만 많은 양서를 읽으면 읽을 수록 서로 연결되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 놀랍기도 하고 짜릿하다. 양서를 읽을 수록 더 많은 양서를 알아보는 눈이 생길 것만 같은 기대가 된다.



기존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며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사실이 지금까지의 나를 인정해주는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 장에서 스콧 애덤스의 말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에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을 건네주었다.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실수를 많이 해봐야 한다. 어떤 실수가 건질 만한 실수인지 식별해내는 것이 비결이다."

- 스콧 애덤스


그리고 최대한 많이, 엄청 많이 글을 쏟아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몇 개의 아이디어만 생각해내고, 그것을 완벽해질 때까지 다듬고 수정하는 데 집착하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모차르트는 손에 꼽힐 정도의 걸작만을 작곡한 게 아니라 죽기 전까지 600여 곡을 작곡했고  바흐는 1,000곡 이상을 작곡했으며 피카소는 1만 8천 점 이상의 유화, 조각, 도자기, 드로잉 등을 만들어냈었다. 에디슨은 특허가 1,093개나 되지만 탁월한 발명품의 수는 극히 적었다. 더군다나 서른 살에서 서른다섯 살 사이에 10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그중에 대단한 것들도 있었지만 오싹한 말하는 인형과 같이 별 볼 일 없는 작품들도 그중에 대다수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가장 별 볼일 없는 작품들이 생산된 바로 그 기간에 가장 중요한 작품들이 탄생하는 경향이 있다"- 본문에서


사람들이 전문성과 경험이 깊어질수록 세상를 보는 특정한 방식에 매몰된다. 에릭 데인 교수가 소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브리지 게임의 고수들은 규칙이 바뀌면 바뀐 규칙에 적응하는 데 초보들보다 더 애를 먹는다고 한다. 또한 경험이 많은 회계사들은 기존 규정을 무효화하는 새로운 세법이 적용되면 초보 회계사들보다 일을 더 서투르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들은 특정 분야에서 지식을 쌓으면 이미 존재하는 지식의 포로가 된다.-본문에서


스타워즈, 이티, 펄프픽션, 나니아 연대기, 안네 프랑크의 일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파리대왕, 해리포터 등이 퇴짜를 맞았었다는 걸로 부정 오류들의 예를 볼 수 있다. 심지어 해리포터를 퇴짜 놓은 이유가 어린이들이 읽기에 너무 길다였다니.


어떤 책이, 그리고 어떤 인연이 나의 삶을 이렇게까지 격려해줄 수 있다는 데에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공유하며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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