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고 싶은 데 그게 쉽지 않은 사람 손!
돈 공부를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나의 강력한 성장 욕구도 있었지만 돈 공부를 안 하면 성장은커녕 가지고 있는 걸 지키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내가 돈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는 재테크라는 명목 하에 너도 나도 부동산 경매, 주식투자 얘기밖에 안 하는 주위 정보에 신물이 나서다. 나처럼 간이 콩알만 한 사람도 부자가 되고 싶은데 간이 콩알만 한 이는 부자가 될 수 없는 걸까? 내가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개인용 제트기를 몰고 싶어서도 아니고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고 싶어서도 아니다. 내가 일을 한만큼만 돈이 들어오는 구조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당최 할 수가 없었다. 나의 경제활동은 내가 집에 있어도 가능해야 하고 지방으로 출장 가는 KTX 안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고 심지어 내가 자는 동안에도 나를 위해 돌아가는 시스템이어야 했다. 그래야지만 내가 계획하는 일들을 해낼 수 있다.
돈이 많다면 뭘 할 것인가에 대한 토 나올 정도로 집요한 질문들 끝에 나는 이미 부를 얻은 후의 나의 삶 중심에 가봤다. 그랬더니 부를 얻은 다음에는 소비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로 세상을 좋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닿았다. 그러자 내가 할 일은 그 일들을 실제로 지금부터 하는 것에 집중이 되었다.
그때부터 엄청난 '동기부여 샤워'가 나의 일상이 되었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으로 하루를 가득 채우면 내가 원하는 그곳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해도 내 삶이 그대로인 것 같은데?
충격이었다. 나는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별로 달라진 게 없다니 멘붕이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걷기 시작했다. 사실 걷기 시작한 것도 나의 결심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매일 최소 한 시간씩 걷기 시작한 이후로 내 삶이 바뀌었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걷기를 하면 인생이 바뀌어요'라는 상투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나는 궁금했다.
나는 어떻게 해서 걷기를 올해 초부터 시작해서 7개월 동안 매일 하게 되었을까. 왜 운동이라고는 두 달 이상을 지속한 적 없던 내가 걷기가 일상이 되었을까. 심지어 즐겁기까지 할까. 안 하는 날이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시간만 나면 걷고 싶을까. 이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을 때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만났다. 원제는 'Atomic habits', 원자 단위만큼의 아주아주 작은 습관이 모여 엄청난 변화를 준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걷기가 어떻게 해서 나의 습관을 넘어 일상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실행 의도는 분명했다. 언제? 매일 낮 또는 아이가 잠든 밤. 어디서? 샛강다리를 지나 여의도 산책코스, 어떤 행동? 그냥 걷는다. 이것뿐이었다. 습관 쌓기도 자연스레 되었다. 걷기를 한다. 샤워를 한다. 걷기를 하면서 떠오른 생각으로 글을 쓴다.
(2021년 10월의 나는 안다. 밤에 운동하는게 아니라 새벽에 산책 또는 매일 달리기로 운동하는게 더 낫다는 걸 말이다! 하루의 마지막에 하는게 아니다! 가장 첫시작에 운동을 넣어야 한다 그래야 습관으로 만들수있다!!)
환경설정을 디자인하는 것은 쉬웠다. 나는 아이를 재우는 게 힘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첫째 아이가 잠들 때까지 내가 쥐 죽은 듯 옆에 있는 시간이 고문과도 같았다. 이어폰을 꽂고 뼈아대 유튜브(ㅋㅋㅋ)를 들어도 아이가 옆에서 꼼지락거리며 안 자면 '빨리 책 읽어야 하는데, 할 일 해야 하는데...'라며 조급해졌다. 나에게 습관 신호는 '잠을 자지 않는 첫째'였다.
내가 원하는 행동이 일반적인 집단에 들어가면 내 행동이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이 되기 쉽다. 그리고 인정받는다는 뿌듯함도 준다. 성장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 카페에 가입을 해서 매일 만보씩 걸었던 것을 인증을 남겼었다. 카페 활동을 하기 위해 글을 많이 올려야 해서 했던 행동이었지만 그것 때문에 나의 걷기에 대한 자부심이 올라갔다. 왜냐하면 자기 성장을 하는 사람들만 모인 카페에서도 매일 만보 걷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일주일에 3번 정도가 일반이었는데 나는 매일 하다 보니까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후로 카페 활동은 안 하지만 나의 걷기는 계속되었다.
나는 바로 10초 만에 문밖을 나설 수 있게 세팅을 해놨다. 사실 세팅을 해놨다기보다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가 엄마를 찾으며 같이 자자고 칭얼대는데 10분 동안 그 소리를 들으면서 옷을 갈아입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홈웨어를 입은 채로 양말만 신고 러닝화를 신고 바로 집 밖을 나왔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나서기까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양말 찾고 선크림 바르고 이러다 보니 5분 정도가 걸렸는데 이러니까 첫째는 첫째대로 칭얼대고 나도 나가기 전까지의 시간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아이를 두고 나가는 나쁜 엄마가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가 살고 싶어서 실행을 하기까지의 시간을 엄청나게 줄였다. 그랬더니 죄책감을 느낄 새도 없었다. 난 밖에 나와 무념무상의 상태로 걷고 있었으니까.
'습관을 완수하면 즉시 스스로 보상하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그걸 의도하진 않았지만 보상을 받고 있었다. 나는 '동기부여 샤워'를 책과 여러 영상들을 통해 지겹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를 쉬게 할 타이밍이 필요했다. 그런데 쉴 수가 없었다. 쉬면 성장을 멈춘 것과 같은 조바심이 들었던 것도 있고 집에서 24시간 아이와 떨어질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걷기는 내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하게 '공식적인(남편이 배려해준)' 일정이었다. 나는 걷는 동안 음악이나 오디오북을 듣지 않았다. 그저 걸었다. 걸음에만 집중했다. 그랬더니 의도치 않게 명상을 하고 있는 듯한 효과가 생겼다. 그리고 더 큰 보상은 걸으면서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풀리거나 글감의 제목이나 할 일들에 대한 해결책이 떠오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걷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한 가지 보상만으로도 습관 형성이 될 텐데 나는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의 보상을 걷기를 통해 받고 있었다.
걷기를 통해서 나는 중요한 열쇠를 손에 넣은 느낌이었다. '실행력'이라는 열쇠말이다. 요가, 필라테스, 심지어 발레까지 배웠는데 어느 것 하나 나에게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운동은 없었다. 탁구나 배드민턴은 재미있지만 같이 할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걸 매일 할 수는 없었다. 나에게는 돈도 안 들고 매일매일 빼먹지 않고 하는데도 지겹지 않고 힘들지 않은 운동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게 걷기였고 걷기가 나의 인생 운동이 된 게 우연인 줄 알았는데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말하는 요소들을 충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걷기가 나의 습관이 된 것처럼 영어도, 배움도, 경제활동도 나의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게끔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더 긴 말할 새가 없다. 얼른 습관 형성을 위해 세팅하러 가야겠다.
#아주작은습관의힘 #제임스클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