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이들과 멋진 영감을 주고받는 시간
개인적으로 인맥이란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의 연결망, 줄기를 뜻하는 인맥이라는 단어가 그리 달갑지 않게 다가오는 건 인맥은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회사를 다닐 때까지도 인맥이라는 단어에 치를 떨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했었다. 사람과의 관계는 관리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깊이를 더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나는 사람과 이어지는 네트워크를 단순 '인연'에만 맡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와 가치관이 맞는 소수의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갈증이 항상 있었는데 그 원인은 나의 너무나도 협소한 인간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삶에 만족을 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주위에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당신의 행복이 좌우된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주위에 행복해하는 사람이 많다면 당신도 행복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최고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우리 부모님이다. 은퇴하면서 당신 인생을 재미나게 보내시느라 항상 바쁘신 우리 부모님이 단연 으뜸이다. 자식인 나조차 아웃 오브 안중이다. 아직까지 그 이상인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나보질 못했다. 나도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감사한데 부모님을 보니 더더욱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주위에는 왜 이렇게 행복해하고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적을까? 나는 내 삶의 행복도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내 주위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었다.
철저하게 이기적이었던 나는 부모님의 은퇴 후 그리고 아이를 낳고 나서 사람에 대한 관점이 크게 바뀌게 되었다. 우리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에서 우리 아이가 잘되려면 주위에 멋진 친구들, 멋진 삼촌 이모들, 선생님들, 어르신들이 많은 게 우리 아이에게 백만 배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멋지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리고 더 많이 행복한 사람과 연결되어야겠다고 말이다. 그 전까지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찾아봤다. 자기 유사성을 향한 이끌림에 치우친 상태로 한동안 나만의 세상에서 살았다. 이제는 그 유사성을 뚫고 나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찾을까? 영상물 덕후였던 나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나에게 영감을 주는 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픈컬리지 전하상 대표, 장진우(경리단길 장진우 거리), 팜프라 유지황(영화 파밍 보이즈),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대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OTD 손창현 대표, JOH 조수용 대표(매거진 B 기획자, 현재 카카오 공동대표), 엘론 머스크, 모이니 김민정 대표님, 완벽한 공부법 저자인 고영성 작가님과 신영준 박사님 등등 여기 다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나에게 영감을 주고 용기를 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내가 새로운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너무나 강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추가 :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
그런데 현실에서의 연결이 부족했다. 유명인이나 이미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의 행보에 주목한다는 건 어떨 때는 동기부여가 되지만 때론 지친다. '함께' 걸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롭고 어떨 때는 부러움이 나를 압도할 때도 있다. 나의 현실과 연결된 사람들과의 교류, 그게 나에게 필요했다. 그러다가 씽큐베이션 2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많이 부족했다. 부족한 줄도 모르고 지냈다. 그저 열심히 사는 줄 알고 착각하며 살았다. 제대로 된 의식적 노력과 꾸준함 없이 가끔씩만 열의를 불태우면서 나는 왜 잘 안되고 있지 하며 좌절했다. 그러다가 걷기를 알게 되었다. 글의 힘을 알게 되었다. 씽큐를 알게 되었다. 함께하는 성장을 알게 되었다. 꾸준함의 강력함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에게 최근의 변화는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뒤엎고도 남았다. 책을 읽어왔지만 제대로 읽지 않고 있었고 쓰기를 좋아했지만 글쓰기의 힘이 이렇게 강력한지도 모르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써오던 글의 힘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글을 안 써왔으면 어쩔 뻔했을까 겁이 날정도로 글은 나에게 한가닥 희망이었다. 걷기를 하면서 꾸준함의 힘을 몸소 느끼지 않았더라면 꾸준해야 한다는 말을 그저 식상하다며 흘려 들었을 것이다. 걷기를 통한 꾸준함이라는 작은 성공이 매주 한 권을 읽고 서평 쓰기를 12주간 해보려는 마음도 먹게 한 것이다. 9주째 1주 1서평을 쓰면서 첫 주에 느꼈던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은 '할 수 있고 해내야 한다'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게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1일 1글을 30일간 하는 모임을 신청했다. 나의 임계점을 돌파하기 위해 컴포트 존을 자꾸 조금씩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게 버겁기도 하고 외로웠다. 외롭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을 못했다는 것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지쳐갈 때 다시 '함께'의 힘을 되새겼다. '완벽한 공부법' 사회성 편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함께 가라고 한다. 함께할 때 똑똑해지고 심지어 함께하지 않으면 건강을 잃는다고까지 말이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성장하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할까?
일시적 협업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다
나는 흔히 최고의 팀을 만나 오래오래 함께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믿었었다. 나의 인생의 반쪽을 만나듯이 최고의 동료를 만나면 그 소수 멤버가 평생을 함께 간다고 말이다. 그런데 데이비드 버커스의 '친구의 친구'에서는 일시적 협업의 생산성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페이팔 멤버들이 왜 이베이를 나오자마자 새로운 회사를 차리지 않았는가를 상기해보라. 그들은 오히려 기술 공동체로 퍼져나갔고, 새로운 협력자들을 찾았으며, 옛 동료들이 제공한 아이디어와 자원을 연결해주면서 이득을 얻었다. (중략) 만약 당신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과거 인맥과 새로운 인맥으로 팀을 구성할 수 있다면 대단한 조합을 이룬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아마 이전의 사람들과 너무 자주 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받아야 한다면, 당신의 네트워크는 바람직한 유형이 아니다. - 데이비드 바커스 '친구의 친구'중에서
페이팔 마피아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엘론 머스크가 그 속에 속해있었고 그 외의 수많은 창업가와 투자가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는 배우자를 찾는 게 아닌 이상 일시적 협업을 통해 뭉쳤다 흩어지고 또다시 그 네트워크가 다른 아이디어와 자원을 연결해주는 것은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존 레비의 만찬, 747클럽 어떻게 적용할까
엄격한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존 레비의 만찬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예시다. 초청장을 받아야 갈 수 있고, 서로 만나본 적 없는 사람으로 구성시키고, 식사 준비를 다 함께 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말하면 안 된다. 이런 규칙이 오히려 참가자들을 금방 가깝게 만든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운 이유는 이 네트워크의 유대감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모두가 너무나도 대단한 사람들이었죠. 그런데 자신의 일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이 과도하게 중요한 사람인양 행동하곤 했습니다. 거기에서는 제가 기대했던 감동적인 경험, 커뮤니티의 동질감, 긴밀한 유대 같은 것들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친구의 친구'중에서
벤처기업가인 크리스 쉠브라가 만든 747클럽은 심지어 만찬할 때 적어도 두 사람이 우는 것을 보지 않으면 실패로 간주할 정도라며 90여분의 저녁 식사시간 동안 얼마나 사람들 간의 유대가 빨리 형성되는지 보여준다. 우리 주위에도 소셜 다이닝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는 이유는 이런 모임에서 어떤 거대한 가능성이 야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네트워크에서 노드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슈퍼 커넥터는 새롭고 가치 있는 사람 간의 연결을 더 긴밀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때문에 슈퍼 커넥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네트워크 속에 포함된 나를 위하여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지고 이 연결을 바라보아야 할까. '관리'라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게 아닌 좀 더 넓은 시야로 사람 간의 연결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거대한 네트워크 안에 '포함되어(embedded)' 있을 뿐이며, 따라서 네트워크라는 바다에서 항해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중략) 당신의 친구를 선택하고 또 친구의 친구가 누구인지 인식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는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좋든 나쁘든 말이다. 당신의 친구의 친구는 당신의 미래다.
- '친구의 친구'중에서
친구를 골라서 사귄다거나 나의 이익을 위해서 인맥을 넓히는 의미로 네트워크를 봤다면 이 거대한 바다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상상도 못 했던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라는 이 거대한 네트워크와 연결이 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지금 당장 작지만 큰 한 발자국을 내딛게 될 것이다.
#씽큐베이션 #체인지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