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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Sep 03. 2019

블록체인이 미식과 연결될 줄이야

신뢰가 필수인 사회

"우리 대충 아무거나 먹자"


툭 하고 내 신경회로의 무언가가 끊어진 느낌을 받은 건 10여 년 전, 대학교 친구들과 한 달간의 유럽 여행 중이었던 어느 날이었다. 여행의 목적은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기 위함이라고 믿고 있었던 나는 그 당시 혈기왕성 예민 보스였고, 저 말을 한 건 일정이 급하니 얼른 먹고 다음 장소로 가고 싶었던 열정 가득한 나의 친구였다.


그만큼 나는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이왕 먹을 거 맛있는 거 먹고 싶었고 밥을 대충 먹자는 말을 들으면 섭섭했다. 그 당시 나의 폭발과 함께 우린 티격태격했고 약간의 어색한 기류가 흐른 후 결국 금방 화해하긴 했던 거 같다. (사실 잘 기억이 안난다) 지금이라면 여행 메이트와의 평화를 선택했겠지만 그래도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는 건 나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이렇게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식재료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고 넷플릭스의 음식 다큐나 음식 관련 프로는 관심을 가지고 보는 편이다.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도 따라 만들기도 하고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전부터 나는 부쩍 불안해졌다.


내가 먹는 이 음식이 건강한 걸까?


내가 먹는 이 식재료, 어디서 온 건지 누가 '보장'을 해주는 걸까


우리가 먹는 식자재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강해졌다. 계란 파동 때문에 가장 흔하고 싼 완전식품이라 믿었던 계란을 가격 또는 품절 대란 때문에 한동안 먹지 못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그 이후로 유기농 마크에 대한 불신도 덤으로 생겼다. 과연 누가 유기농 마크를 준단말인가. 인증을 거치려면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들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피곤해지고 먹을 수 있는 게 없겠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어른보다 더 몸이 작고 아주 적은 영양소만으로도 큰 영향을 받는 아이를 생각하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음식은 내 몸에 직접 들어가는 연료다. 건강한 거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도 물론이다. 그런데 간편식이 너무 많아졌다.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일일이 따지는 것도 피곤하다.


그렇다. 먹는다는 것에도 신뢰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아주 신기하게도 얼마 전에 블록체인에 대한 유딩 수준의 글, 아니 신생아 수준의 글을 올렸었다. (블록체인이 뭔지 몰라서 쓰는 글) 정말 블록체인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해서 내 머릿속에 정리할 겸 영상을 보고 글을 썼었다. 그러다 보니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가 좀 풀렸는데 놀랍게도 블록체인은 신뢰와 아주 연관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블록체인은 머리 아픈 비트코인과 같은 것(기본지식이 정말 없었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라 식자재의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는 물건의 이력을 저장하고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중략) 저 풀 먹인 유기농 소가 정말로 주장하는 대로 아무개 목장에서 자라고 아무개 도축장에서 도축되고 지난주에 포장되어 이번 주 수요일에 슈퍼마켓에 들어왔을까? 혹은 테스코 사건에서처럼 목장에서 식탁까지 오는 도중에 어디선가 말고기가 조금 섞어 들어가지는 않았을까? 이 제품은 상품 설명에 기재된 정보와 일치할까? 대개는 공급망과 원산지가 불문에 부쳐지니 알 수 없는 일이다. - 레이첼 보츠먼 '신뢰 이동' 중에서


그래서 개인적으로 마켓컬리가 미식과 믿을 수 있는 식품에 대한 신뢰를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전지현이 광고해서가 아니라 마켓컬리 신봉자는 김슬아 대표의 안목, 그리고 그 비전을 믿는 거다. (나 역시 전지현이 광고하기 전부터 마켓컬리를 이용하고 있었다)미식을 사랑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그 열망, 그걸 마켓컬리는 충족시켜준다.


전지현이 모델이라 마켓컬리가 잘 나가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도 신뢰가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없지만 그 신뢰가 어디로 이동 중인지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의 집에 머물고(에어비앤비) 남의 차를 타는(우버) 것도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우리의 신뢰가 예전과는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중파에만 나오면 좋은 제품이겠거니 순수하게 믿던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잘못된 정보의 가짜 뉴스가 공중파에 판치는 세상이니 말 다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에 신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어떤 방식이 작동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 방식을  레이첼 보츠먼의 '신뢰 이동'에서는 '신뢰 더미 오르기'라고 표현한다. 기존에 없던 방식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앞의 두 단계를 거치지 않고 마지막 단계에 이를 수 없다.


1. 개념

이 개념이 안전하고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켓컬리가 샛별 배송을 도입하면서 전날 주문해서 새벽에 집 앞에 식재료가 도착할 수 있다는 것과 풀콜드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는 개념을 소비자에게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2. 플랫폼

플랫폼과 회사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켓컬리는 소비자는 물론 물품공급업체와의 신뢰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3. 개인

세 번째 단계는 개인이다. 다양한 정보를 참조해서 상대가 믿을 만한 대상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결과적으로 믿음이 갔던 것은 세바시 영상이나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 김슬아 대표의 철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 세 단계를 거쳐 마켓컬리는 나의 신뢰를 얻었다. 이렇게 쓰면 내가 마켓컬리 신봉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비싸기도 해서 가끔씩만 이용하고 모든 인터넷 장보기를 골고루 이용하는 편이다. 지금 이마트도 샛별 배송을 통해 마켓컬리를 따라잡으려고 하고 있지만 식자재에 대한 안전성(김슬아 대표 개인의 경험 : 건강하지 못한 음식으로 피부며 건강이 안 좋아진 경험 등등 인터뷰 참조)을 어디까지 대기업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록체인으로 유통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된다면 모르지만 아직까지 나를 설득시키지는 못했다.


이런 사회에서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잘못된 대상을 정보 불균형으로 지나치게 신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이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신뢰는 이동하고 있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기술들을 받아들인다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신뢰라는 큰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그 흐름에 휩쓸려 내가 뭘 아무 생각 없이 믿어버리고 있는지조차 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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