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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Oct 22. 2020

세로에서 가로로 이동해야 돈을 모은다

본인의 소비 습관에 대한 글로 써볼까요.

나는 '돈 관리'를 잘한다고 자신할 수 있다. 왜 자신 있냐면 내가 욕망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냐고? 나는 하고 싶은 게 뚜렷했고 그걸 못하면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사회로 나가 내가 처음 받은 것은 코딱지만 한 월급이었다.  


중학생 때는 내가 어른이 되고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갔다 오면 당연히 취직이 잘되고 월급도 잘 받을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다. 이불 킥을 하고 싶을 만큼의 헛된 생각의 아이는 그렇게 자신이 처음 받은 월급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것 같은 연봉 인상이라니 절망할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였다. 어떻게 하면 벼룩의 간 같은 월급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재테크 칼럼들을 보고 또 봤다. 간이 콩알만 한 나는 CMA통장이니 주식이니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회 초년생에게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재테크는 모조리 다 도박이나 투기로 보였다.


정보들을 뒤지다가 나의 눈에 들어오는 개념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가로 저축'. 세로 저축이 아니라 가로 저축을 해야 한다는 칼럼 속 이야기에 이게 무슨 얘기인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통장 쪼개기와 개념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통장을 쪼개면 안 그래도 적은 이자가 불어날 생각을 안 한다. 통장을 따로 분리하든 안 하든 개인의 선택이고 내가 꽂힌 것은 '가로 저축'으로 나의 욕망을 구체화시키는 거였다.


세로 저축 vs 가로 저축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세로 저축을 한다. 월급이 200만 원 들어온다. 거기서 월세며, 관리비며, 휴대폰요금이며 기본적인 게 빠져나간다. 그러고 나서 남은 돈을 쓴다. 여행자금이나 자기만의 목적이 있는 적금을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게 만기가 되면 얄짤없이 사용한다.


내가 얘기하려는 가로 저축의 핵심은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돈에 전전긍긍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돈의 소비가 어디에 치중이 되어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돈을 모을 수 있다. 그저 욕망을 절제하며 수도승과 같은 식으로는 절대 돈을 모을 수 없다.


1. 가계부는 쓰지 말고 돈의 용도 나누기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의 주관심사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돈이 아무리 없다고 해도 맨날 라면만 먹거나 먹을 것을 안 먹고 참는 건 매일매일이 불행으로 치닫는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밥값을 아낀다고 3년 후에 내가 집을 살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그러니 욜로로 살자는 게 아니고 내 '진정한 욕망'을 바라보고 '나는 이건 절대 양보할 수 없어'라는 목록을 생각해보는 거다. 가장 중요한 것 순서대로 적어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돈의 용도를 첫해에 이렇게 나눴다.

유럽여행 / 맛있는 음식 / 패션 / 홈 (가전, 인테리어) / 피부 화장품 / 부모님 스위스, 미국 여행 / 당시 남자 친구(현 남편) 일본 여행 / 관리비 / 여자 친구들과 미국 여행 / 가스비 / 휴대폰 요금 / 교통비 / 인터넷 요금 / 여유자금 (친구 선물, 남자 친구 선물 등) / 저축 / 집 이사 자금 / 결혼식 준비 자금 /


사람마다 커피는 포기할 수 없다거나 과자는 포기할 수 없다거나 추가적으로 운동(나 역시 후에 요가 비용이 추가됨)이나 개인 취미 비용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모조리 깡그리 적는다.




2. 용도별 금액 비율을 월급에 맞게 조절하기

위의 돈의 용도를 다 적었으면 이 목록을 엑셀 또는 노트(엑셀이 더 수월함)에 세로로 적는다.

위의 표를 보면 주황색 부분인 모든 합계가 하늘색 총월급을 넘어간다. 그렇다면 약간 뺄 수 있는 항목들을 찾아 만원씩 2만 원씩 빼는 것이다. 최종합이 200이 될 때까지 말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개념이 등장한다. '자체 할부'다. 이건 개인적으로 정신승리(?) 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인데 부모님 여행비용을 예를 들면 총비용이 600만 원이 든다고 하면 나는 매달 10만 원씩 5년간 자체할부를 하면 부모님과의 여행자금 600만이 모아지는 것이다. 먼 곳으로 여행을 매년 가지는 않을 테니 일정기간 동안 여행에 관한 용도를 가로 저축으로 계속 따로 빼놓는다.


표는 세로로 적었는데 가로 저축이라고 해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세로 저축은 있는 돈에서 뭉텅뭉텅 돈이 빠져나가 막대 바가 줄어드는 형태다. 적금을 천만 원 모았다고 치면 만기 된 날 사고 싶었던 전자기기를 사고 남은 돈으로 뭘 하고 뭘 하고 이런 식이다. 반면에 가로 저축은 용도별로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각 항목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가로 저축은 이번 달 '음식'용도에서 남은 돈이 발생하면 다음 달 '음식'용도에만 넘어가는 것이다.


3. 나의 소비에 대해 피드백을 하기

 그러고 나서 내가 비율을 더 늘려야 하는 항목은 없는지 아니면 줄여도 괜찮은지 수시로 피드백한다. 나는 반년마다 했었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3개월마다 변경될 수도 있고 1년마다 바뀔 수도 있다. 피드백을 통해 용도가 변한다는 게 핵심이다. 나의 욕망이 '가짜 욕망'일 수도 있으니까.


여행을 가고 싶어 했었지만 사실은 가서도 공허했다거나 아니면 새로운 취미가 나에게 더 필요했다는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나에게 가짜 욕망은 여행과 가꾸는 비용들이었다. 음식과 집안을 꾸미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나에게 행복함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결론을 말하면 나는 이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면서 소비를 구체적이고 미니멀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월급의 75%를 저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나의 욕망에 마주하면서 비우기를 만난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미니멀리즘은 아무것도 안 사기가 아니라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잘 관리하고 가꾸면서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쓰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있는 글이 아니었다. 빨리 대충 하느라고 조악한 디자인으로 설명한  양해를 구하고 싶다.  관리와 소비에 대한    체계적으로 나눠서 업로드를 해야겠다.



https://brunch.co.kr/@onekite102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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