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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Feb 08. 2022

지금의 나의 선택 기준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선택의 기준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이전에는 주로 이익이 되는가 혹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인가 혹은 한번 해보자였다.


무슨 일을 할지 말지 선택할 때 얼마나 이익이 되는가는 중요하다. 이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 기준이며 보편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직의 이유이자 새로운 직장을 고르는 기준은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가이다. 혹은 얼마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이다. 연봉과 시간 이외에 케리어 패스도 선택 기준에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이다. 직업 선택뿐만 아니라 물건을 사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이 기준에 따라 선택할 때가 많다. 


두 번째는 의무다. 어떤 일을 선택하는 데 있어 이 일이 과연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지의 여부다. 의무는 이익에 선행한다. 이를테면, 지금 주어진 어떤 일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기대에 걸맞은 거라면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준다던가, 어떤 대의에 나서는 일들이 그렇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도 당장의 국익에 배치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자를 기리는 일은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우선되는 일이고 이 일을 하지 못하는 건 국가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세 번째는 어떤 일이든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는 원칙에 근거한다.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복권부터 사야 한다. 당첨 확률이 낮기 때문에 복권을 구입하는 행위는 손해지만 복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절대로 복권에 당첨될 수가 없다. 지금 나에게 돌아올 이익을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  


그동안 나의 선택은 경제적인 편익, 의무감, 도전정신 중 하나이거나 그 어딘가에 있었다. 요즘의 나의 선택 기준은 조금 달라졌다. 지금 이걸 할 수 없다면 이다음에 할 수 있을까?가 이익이나 의무감이나 도전정신보다 먼저 생각하는 기준이다.


최근에 바둑학원을 다니게 된 것도 지금 하지 못하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다. 운 좋게 내가 다니고 싶은 바둑학원이 회사 근처에 1호점, 집 근처에 2호점이 있다. 4년 전 집 근처에서 2년간 공부를 했었고 2호점이 이사를 가면서 2년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바둑공부를 시작할 때 회사 근처에 1호점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다시 시작할까 말까 고민 했지만 결국 지금 다니는 회사를 떠나면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선택할 수 있었다. 


한참 자전거를 타다가 3년 전부터는 헬스를 시작하면서 자전거 타는 것을 그만두었다. 올봄부터 다시 자전거를 타려고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집이 한강과 가까워서 자전거 타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이사를, 그것도 한강과 먼 곳으로 이사를 간다면 자전거 타는 것도 쉽지 않다. 자전거 타기의 어려움과 다른 선택지들 간의 실익, 그리고 비용 등 어려가지 선택의 기준이 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니 선택은 분명했다.

 

밴드 활동도 마찬가지다. 지금 할 수 없다면 다음에 언제 할 수 있을까가 선택 기준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지금 쓰려고 하는 글이 몇 해가 지나서도 유효할까, 아니면 지금 말고는 쓸 수 없을까를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게 생각보다 많다.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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