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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Dec 19. 2021

사람에 대한 관심

사람에게 관심이 너무 많은 사람과 관심이 너무 적은 사람이 있는 거 같다. 고백하자면 나는 후자에 속한다. 


예전 직장에서 팀장으로 일할 때 팀원들의 생일을 챙기지 못해 낭패를 당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생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관계도 몰라 자주 묻곤 했다. 우리 팀원이 특이한 게 절대 아니다. 여자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넌 참 무심해"라는 말인 거 보면 내가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건 사실에 가깝다.


신문사에 와서 가장 깜짝 놀란 건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기자들은 몇 년 전에 누구를 만났는데, 그 사람의 고향이 어디고, 어느 고등학교 몇 기고, 와이프는 어떻게 만났고,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등등 그에 관한 사소한 것들을 대화의 주제로 올렸다. 나는 그런 대화에 끼지도 못할뿐만 아니라 왜 그런 사소한 게 중요한지 몰라했다. 


홍보 일을 하는 사람들도 대단하다. 자신이 속한 기업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뒷얘기까지 알고 있다. 어떤 질문을 해도 그들에게서 '저는 잘 몰라요'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없다. 관계사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해서도 막힘 없이 답변한다. 그들은 마치 모든 질문에 준비가 다 된 듯 술술 이야기들이 쏟아낸다. 나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고 있다. 나의 관심, 내가 좋아하는 거 정도는 기본으로 파악하고 있어서 대화가 막힐 때 언제든 그것을 대화의 소재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내 기분을 돋아주는 용으로도 쓴다.


기자와 홍보맨들은 맡은 업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기자와 홍보일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무슨 고민이 있는지 일일이 알고 싶지 않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내 시간까지 희생하면서 그걸 알아서 뭐하나 싶다. 

 

하지만 내가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아니다. 오히려 나는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그를 먼저 찾는 일은 많지 않아도 그가 나를 찾아올 때 반기지 않은 적도 없고 그가 어떤 부탁을 해왔을 때 외면한 적도 없다. 특히 스타트업을 취재하면서 나는 대표에게 브랜드 컨설팅뿐만 아니라 기획까지도 해주곤 한다. 다만 나는 그들이 어느 학교를 나왔고 고향이 어디인지 과거의 경력과 캐리어에 대해서 굳이 관심을 두지 않을 뿐이다. 팀원들 생일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는지 늘 고민했었다. 좋아한 것보다 더 표현하지 못해서 여자친구들이 나를 오해했는지 모르지만 좋아하는 것보다 더 표현하는 건 나에게 없는 재주다.


반면 사람에 대해 너무 관심 많은 사람도 있다. '쥐새끼'라는 별명을 가진 어떤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사내에 있는 모든 사람과 친하고 사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다. 개인의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알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반갑게 맞아 인사를 하고 아는 채를 꼭 한다. 마치 '쥐새끼'처럼 일이 벌어지고 이야기가 있는 곳을 쫓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사내의 모든 정보는 그의 손에 들어가고 있으며 그런 정보들은 최고 권력자에게 보고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쥐새끼'를 좋아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내 정보를 캐고 다니는 사람을 피하는 DNA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도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물론 '쥐새끼'처럼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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