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 다이어트가 끝났다. 5만 원을 내고 내 인식을 몇 가지 바꿨다.
1. 단백질 보충은 닭가슴살이 아닌, 두부와 채소로 한다.
올해 초에는 100g씩 포장된, 가지각색의 맛을 내는 닭가슴살을 매일 먹었다. 밥이랑 계란을 먹으면 '간장계란밥을 해 먹을까?' 하는 것처럼 흰 밥에 소스가 없으면 밥을 먹다만 거 같았다. 물가가 오르면서 한 팩에 1,200원이면 샀던 것도 어느새 2배가 됐다. 난 한 번에 100g짜리를 2개 먹었다. 한 끼 가격을 계산해 보고 '이럴 거면 구내식당을 가지.' 하며 다른 대안을 찾았다. 내 목표는 한 끼에 3,000원 이내로 맞추는 거였다.
노브랜드 냉동 닭가슴살과 닭안심살을 1kg씩 9천 원도 안 되게 구매했다. 조리하는 데 시간 쓰는 게 싫었다. 9시 운동 끝나고 1시간은 반찬을 준비했다. 기름 위에 닭을 얹고 기다렸다가 하얀 빛깔이 돌면 양념 소스를 넣어 양념 치킨맛 비슷한 맛을 냈다.
이런 식으로 두 달 먹었다. 이후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동물 복지 책을 읽으며 '닭 한 마리 죽일 바엔 그냥 안 먹고 말겠다.'라는 마음에 닭 구매도 멈췄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닭가슴살은 필수라고 머릿속에 박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마케팅이라는 걸 깨닫고 난 후, 대체 음식으로 두부와 채소를 찾았다.
두부를 씹을 때 나오는 물이 싫었다. 이제는 먹어야 한다고 혼자 가스라이팅을 했더니 잘만 먹었다. 옆에 부모님께서 해주신 반찬과 내가 만든 삶은 양배추나 양배추 조림이 있으면 한 끼를 풍족하게 해결했다.
2. 유제품을 줄인다.
기상한 후 1시간 이내로 출근해야 한다. 이 시간 안에 집안일 1-2개, 양치와 세수를 하는 나는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플라이밀 대용량 630g을 2달 내에 4통 먹었다. 물에 타먹을 때 나는 맹한 맛이 싫어서 우유도 4팩 넘게 샀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유제품을 줄였다. 하루에 우유를 600ml를 매일 마실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 칼로리를 하루 안에 소비할 자신이 없었다. 녹차맛을 미숫가루 맛으로 변경한 뒤 물에 타 마셨다. 처음에는 '덜 맛있다.'였는데 이틀째 되니까 자연스레 먹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엔, 서울우유 요거트를 2L짜리 3개를 한 달 반 주기로 구매했다. 그릭 요거트 메이커로 만들어서 아침과 간식으로 먹었다. 토핑 없이 퍼먹을 정도로 좋았다. 책을 읽고 난 뒤 젖소의 젖이 강제로 빨리는 상상을 하며 더 이상 먹지 않았다.
3. 콩물을 만들어 먹는다.
두유라도 마시고 싶었다. 아몬드 브리즈 안에는 설탕이 들어있는데, 이것도 책임지기 싫어 무가당을 찾아봤다. 매일유업에서 나오는 제품이 있으나, 팩으로 된 걸 사서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만들었다.
전기포트처럼 생긴 두유메이커가 있었다. 유튜브로 찾자마자 '이거 다 뻥이에요.'라는 영상이 떴고, 얼마나 쓸지도 모를 것이 하나에 5만 원이나 되어서 사지 않았다. 대신 서리태를 불려서 삶고 하얀 거품을 걷어내고 믹서기에 갈아먹는 방법이 있었다.
다이어트하기 전의 나라면 '거품 치우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귀찮다. 사 먹고 말지.' 했겠지만, 다른 목적이 뚜렷하여 직접 만들었다. 마트에서는 서리태 500g에 만 원인데, 당근에서 2kg에 같은 가격에 팔았다. 집에 가져오자마자 300g 정도 불려서 1.5L의 콩물을 만들었다.
두유가 아니라 콩물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두유만큼 부럽게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호로록 넘어가지 않고 콩을 씹는 것처럼 목이 막혔다. 처음 먹을 땐 국수를 넣고 싶다는 욕망이 컸는데, 이제는 '좋은 거니까 넘겨.' 하고 마신다.
4. 돈을 들여서라도 잡곡밥을 먹는다.
콩과 함께 찰현미도 같이 샀다. 같이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죄다 현미밥을 먹는데 나만 흰밥이었다. 현미의 껍질 같은 맛도 좋아했다. 다만, 흰 쌀 이외에 돈을 들이는 게 싫어서 미루다가 이제는 목적이 분명하여 돈을 지불하기로 했다.
백미는 30분만 불려도 되지만, 현미는 반나절은 있어야 한다. 밥을 만드는 것도 귀찮게 했지만 '얼마나 맛있으려고 날 이렇게 귀찮게 하나.' 하며 넘겼다. 하길 잘했다.
5. 술은 안 마신다.
매번 돈과 시간, 그리고 칼로리를 따지니 술은 절대 못 마셨다. 몇 달간 힘들게 쌓아 올린 근육 nkg을 무색하게 했다. 심지어 체지방량도 올려주는 나쁜 놈.
취하고 싶지 않아도, 알코올이 흡수되어 헤롱헤롱 하는 순간이 그리웠다. 집에서 막걸리를 담아볼까, 담금주를 만들까 하며 고민할 정도로 좋아했는데, 인바디 수치와 내 살이 출렁이는 것을 보고 멈췄다. 힘들 때 술이 아니라 운동으로 이겨내는 힘이 생겼다.
6. 하루종일 채식을 한다.
한 달간 식단을 바꾸며 2주 전부터는 채식만 하는 날이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 비건으로 살기' 챌린지를 볼 때만 해도 '풀만 먹고 어떻게 사나.' 하며 시도할 생각도 안 했는데, 이미 하고 있었다.
한 달간 체지방량 1kg 감량을 목표로 했지만, 거의 2kg이 빠지고 근육량은 거의 비슷했다. 빈혈도 사라졌다. 요리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건강 식단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