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미학 2편: 어지럽게 태어난 나의 존재

by 한 점의 빛

스스로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나에게 낯설어진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9일 오후 11_51_33.png

나는 가끔, 나 자신이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특히 ‘나는 왜 여기에 있지?’라는

존재의 이유를 집요하게 묻고 있을 때.

그럴 땐 스스로를 나에서 떼어내

관찰자처럼, 멀리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나를 바라보다 보면

나는 마치 내가 아닌 것 같고,

한없이 복잡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처럼 느껴진다.

그게 나를 어지럽게 만든다.

스스로를 분리해서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내가 혼란 그 자체라는 증거 같기도 하다.

어떤 날은 문득,

내가 하고 있는 행동, 말투, 표정,

심지어 그 순간의 움직임 하나까지

전부 어색하게 낯설다.

그 낯섦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나는 왜 지금 이렇게 행동하고 있지?"라는

작은 물음표에서 시작된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순간, 이 모든 것을 연기하듯 표현하는 이유가,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입증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데,

내 존재의 이유는 아직도 나조차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

그게 참,

어쩐지 우습고도 재밌다.

살아있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찾아온다.

눈커풀이 깜박일 때 느껴지는 작은 진동,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온도,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

그 모든 순간들이

내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아직 살아있다는 걸 조용히 알려준다.

시작과 끝이 같듯이,

존재를 향한 물음의 끝도 결국 다시 낯섦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낯섦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조용히 나를 살아내는 연습을 한다.

20250404_032048.png


이전 01화혼란의 미학 1편: 축복과 짐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