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끊임없이 덮쳐오지만, 그 파도조차 나의 일부가 된다.
“흐름을 바라보며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그건 완전한 평화였어.
나는 스스로 강하다고 믿는다.
외부의 충격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쓴다.
누구보다 중심을 지키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흔들린 순간이 있었다.
그건 거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가 아니었다.
오히려 모두가 한 방향으로 고요하게 흘러가던 날들이었다.
그때 나는,
물음표를 들지 않고 싶었다.
질문을 던지고, 다르게 보고, 의심하고,
혼자만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너무 피곤하고 외로웠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들의 물결에 몸을 실고 싶었다.
질문 없는 편안함,
같은 생각을 나누며 웃을 수 있는 일상,
다름을 감추고 그들과 같은 파도가 되고 싶었다.
그때 나는 강했던 걸까.
아니면, 가장 약했던 걸까.
나는 그들의 물결에 몸을 실었지만,
정작 그 안에서
물처럼 섞이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그들이 만들어낸 파도가 칠 때
잠깐 튀어 오르던 물살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높이 올라가지 못한 채,
밑에서 흩어지고 사라지는 물살.
그런데
그렇게 흩어졌다고 생각한 나도
결국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애쓰지 않아도.
벗어나려 하지 않아도.
멈춰 있던 팽이가
돌고 돌아
멈춰져 자리로 돌아오듯이.
되돌아온다는 건,
자업자득이나 인과응보 같은 말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세상이 바뀌었든,
환경이 달라졌든
변하지 않은 내가 결국 그 자리에 다시 서는 것.
돌고 돈다.
변하지 않으면,
계속 돌고 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왔다.
다시 질문하고,
다시 물음표를 품고,
다시 혼자일지라도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로.
파도는 지나갔고,
나는 남았다.
스스로를 바꾸지 못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그 자리에서 나는 배웅했다.
그들과 같은 파도가 되지 못했지만
그렇게 멀어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어쩐지 마음은 편안했다.
외롭지 않았다.
어쩌면,
그 순간이
가장 나다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질문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내 질문의 자리를 다시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