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날, 그날 쓰겠습니다.

소음의 차이_4월 2일

by 초연

'흐 크크륵 헉' 뜻을 알아듣기도 소리의 톤도 상당히 무거운 소리가 나를 스쳐 지나간다.

그 뒤로도 계속 반복되어 소리가 들려온다. 항상 같은 패턴도 아니고 같은 소리도 아니다. 글로 소리를 흉내 내어 봤지만, 글로는 표현하기 쉬운 단어의 조합이 아니다.

대낮인데도 스릴러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내일 아침 기사에 ‘OO 은행 살인사건’ 뭐 이렇게 기사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생각이 지나쳤다. 만일에 있을 사태를 대비에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와 눈의 관심이 집중된다. 근원을 찾기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방문한 ‘OO 은행’ 맨 앞자리에 앉아 휴대전화를 열심히 매만지며 (아마도 게임을 하는 것 같다.) 간헐적으로 소리를 뱉어낸다.


‘아, 티브이에서 가끔 보던 틱 장애를 가진 사람이구나.’ 사전 정보가 없었더라면 참 희한한 사람이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쯤으로 착각했을 수도, 그러나 나는 다행히 틱 장애에 대한 내용을 티브이에서 본 적이 있다. 틱 현상이 장애라는 것을 다행스럽게도 은행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제법 큰 소리에 따로 항의하는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이유로 남 일에 관심이 없던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는 것이면 문제가 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내 청력의 기준에서 보는 소음을 겪었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소리의 이유를 안 이상 은행을 방문한 목적을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2층에 위치한 업장이지만 마침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내가 나간 타이밍과 맞닥뜨렸다.

“째수”를 외치며 신나게 발걸음을 옮긴다. 1층을 향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의 움직인 시간이라야 고작 1분 남짓이었을 것이다. 흠 또 심상치 않다. 나보다 먼저 탑승해 있던 젊은 여자분이 혼자 말을 중얼거린다. 그것도 나와 단둘이 있는 공간에 나에게 대화를 신청하듯이. 착각이 드는 톤과 큰 목소리는 엘리베이터를 꽉 채운다.

처음 말을 듣고는 “네?”하고 되물었다. 내가 맘에 들어 전화번호를 요청하거나, 본인이 가진 궁금증의 질문이 있겠지? 유부남으로서 번호는 좀 그런데. 자연스럽게 외모를 스캔했다. 내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계속 혼잣말을 한다. 아주 큰 소리로 나에게 대화를 신청하듯이.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팟을 귀에 뽑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살짝 실망이다. 내가 맘에 든 건 아니었구나. 상대와의 대화 내용이 나의 귀를 통해 머리에 각인된다. 시간이 좀 길었다면 어젯밤에 무엇을 먹었는지 초자 알 수 있을 듯하다. 초면이지만 어젯밤 무엇을 먹을지 알 정도면 ‘휴대전화 러브러브’ 정도는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나는 오늘 두 가지의 소음을 접했다. 두 소음 모두 귀를 편하게 하는 소는 아니었다. 소리의 크기도, 내용도 그러나 두 소리는 태도가 달랐다.

Manners maketh man [영화 킹스맨] 존중과 예의와 배려가 필요한 세상이다. 그게 세상살이의 기초니까. 본인의 자녀들도 살아갈 세상이니까. ‘오늘도 꾹 참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날, 그날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