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날 쓰겠습니다.

완변한 문장_04월04일

by 초연

오늘의 빅이슈 ‘탄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어떤 기억보다 강한 단어.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의 편에 서는 글을 쓰기 위함이 아니니 미리 말씀드리지만, 쟁점의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역대 두 번째로 탄핵 인용되었다. 전 국민이 티브이를 통해서 본 그날의 사건은 모두에게 충격의 하루였다. 그 뒤로 4개월여 만에 내려진 선고. 어떤 진영의 승리가 아닌 민주주의 승리고 국민의 승리는 분명한 사실이다.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축제나 파티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국가의 큰 틀에서 보면 모든 국민은 큰 상처가 남게 되었다.


오늘의 글은 탄핵 인용 과정에서 나온 결정문을 말하고자 한다.

‘사건 2024 헌 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의 결정문이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입을 통해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생중계되었다.

선고문을 읽어내려가는 그의 입에 주목하며 나는 ‘아! 문장이란 게 이 정도는 정성을 들여야 글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 정확하고 확고한 중심이 있어 흔들리지 않는 문장, 이후에 일어날 파장까지 고려해 정확한 메시지를 던져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보인 문장.


선고일이 차일피일 미뤄질 때 여론은 여러 가지 추측을 쏟아 냈다. 그러나 전체 주문 선고까지 이루어지고 나선 무엇 때문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그 이유에 수긍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수정을 거치며 이견을 조율하고 완벽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 했을지 눈으로 그려지고 귀로 들렸다. 개요부터 발단과 심의를 뒷받침하는 법률 자료 그리고 결론까지 희대의 문장가들이 작성한 완벽한 문장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법률 용어를 제외하곤 문맥을 파악할 수 있는 문장들은 누구나 들으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선고 이후에도 그 이유를 인정할 방법 이외는 존재하지 않는 선고문이었다.


붓으로 지은 글이 미래를 어찌 바꿀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선고문만 보아도 현재에 붓으로 쓴 선고문이 미래를 바꿨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한강은 노벨상 시상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두운 밤, 우릴 잇는 건 언어”, 본인은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


우리가 지금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흔들리지 않는 문장일지도.

그 문장 하나가 미래의 가치를 만들어 낼지도.

불안한 어둠에 미래를 짓고, 이을 희망을 보여준 8명의 헌법 재판관의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국가의 권력이 다시는 국민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결정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인용하며 마친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하였습니다.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져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습니다. - 헌법재판소결정 전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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