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nkuen Kim Mar 04. 2018

인생思

술 한잔 속에 넘쳐나는 인생 상담

혼자 있는데 와라



오키나와에 살아가면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지금 현재의 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삶에 대한 고민을 상담을 해 줄 수 있는 분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사람과 일들 안에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이 있고 아무리 자연환경이 좋고 살아보고 싶은 곳인 오키나와라고 하더라도 희로애락에 있어 "희(喜)"의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애(哀)"의 비중 또한 있는 법. 


주말 저녁에 가족들이 모두 잠을 일찍 자기에 혼자서 조용히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친하게 지내는 한인들의 채팅방에서 가까이 사지는 형님께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으니 오라는 메시지를 받고 집 근처 한국요리 이자카야로 뛰어갔다. 도착을 하니 고등학교 후배 가족이 오키나와에 놀러 와서 함께 술 한잔을 하고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들려 한잔 더 하기로 해서 왔다고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이미 한잔을 걸친 형님께서는 취기가 오를 때로 올라 있었지만 올랐지만 나에게 여러 가지 해 줄 말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이미 어느 정도 공유가 된 내가 가진 고민에 대해 물어오신다. 



가게가 이미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2차 장소로 이동을 하기 위해 걷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 긴 여운을 남길 만큼의 힘 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던 나로서는 그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급하게 마신 술 한잔이 취하기도 전에 소중함을 마음에 새겨 놓았다. 


처음 오키나와에 이주를 했을 때 아는 사람이 없고 누구에게 속 편히 한국어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과 장소가 없어 꽤 답답했던 시간이 있었다. 일본어도 못하고 그렇다고 먼저 다가가서 살갑게 인사하는 성격도 못 되는 지라 일 년 이상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3년 먼저 이주해서 살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를 알게 되었고 비슷하게 이주를 해 온 동생이 있어 시간이 있을 때마다 술 한잔을 하며 그나마 오키나와에서의 동지를 얻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오히려 행복이란 것을 느낄 정도로 많은 만남 속에 사람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의 삶은 이전에 기록했던 블로그를 통해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http://uchina.tistory.com



처음 오키나와에 왔을 때는 부푼 기대를 갖고 여러 가지 품었던 계획대로 잘 풀릴 것 같은 마음이었다. 아무래도 이상이 너무 컸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다가오는 과제들을 풀어가면서 역시 현실이란 것에 대해 실감을 하게 되고 그런 인생史 속의 인생思를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이 필요하게 되면서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고 각종 모임들이 가지를 치면서 삶을 나눌 수 있는 시간가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 같다. 


한국에 있는 많은 지인들이 내 SNS에 올려진 사진과 글을 보고 오키나와에서의 삶이 신선놀음이라고 말을 하곤 하지만 오키나와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이기에 신선놀음 이면의 인생思가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오키나와 이주를 생각하는 많은 분들에게 이런 경험들이 때론 사진으로 때론 글로서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게 술 한잔 속에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는 인생 상담의 선배가 있는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삼일절날 일본인들과 술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