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호르몬 어드벤처

단식원 식이 3~4주 차

by 마트료시카


슬기로운 광주 단식원 생활, 네 번째 이야기


' 3주 차 호르몬의 습격'


​턱에 얇은 뾰루지가 올라왔다.

오르락내리락 감정의 기복도 심해졌다.

마법에 걸리기 전, 호르몬의 영향으로 내 안에서 작은 변화들이 감지되던 3주 차.

이 강력한 생리 현상은 극심한 허기와 뒤섞여 침샘의 시큼한 신호로 입안을 간지럽혔다.

군침의 줄기가 뻗은 간지러운 입안을 긁기 위해 한 마리의 방랑자처럼 먹을거리를 찾아 해멨다.

바람을 타고 100미터 밖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짜장의 풍미에 유혹 당해 냄새의 실타래를 감으며 계속 그 주위를 맴돌았고,

단식원 근처 유명 찐만두집 앞에서 무대 위에 주인공이라도 된 거처럼 가만히 향기 어린 스팀을 맞으며 수없이 지갑을 만지작거렸다.

뿌연 스팀 속 말갛게 반짝거리는 대왕 진주알을 바라보며
'저 만두 딱 한 개만'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귓가를 맴돌 때마다 나는 호르몬이라는 거대한 자연법칙 앞에 무력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나마 나는 간헐적 단식을 해서 소식이라도 끼니를 챙길 수 있었지만,

생수 단식 후, 미음으로 보식을 하던 입소자들도 식당에서 더러 볼 수가 있었다. 그들은 입소 초기에 오가며 마주치던 모습과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눈에 띄게 홀쭉해지고, 눈매는 고된 인내로 갈아낸 까칠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배고플 때 입냄새가 강해지듯이, 알 수 없는 진한 체향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의 숟가락 끝에서 힘 없이 주르륵 흐르는 형체 없는 묽은 미음을 보며 저분들도 견디는데,

숟가락에 빳빳하게 형태를 잡고 서있는 곧은 낱알을 삼키는 내가 이렇게 흐물거리며 흔들릴 순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4주 차: 다시 가다듬은 마음'


폭풍 같았던 3주 차를 지나, 4주 차에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어 정리하는 시기를 보냈다.
3주 차 일요일, '보양'이라는 합리화 아래 허용했던 외부 음식은 잠들어 있던 내 까다로운 미각을 다시 깨워버렸다.(5화)
한 이틀 정도 단식원의 밋밋하고 초라한 반찬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나는 이 흔들림을 자책하기보단 인정하기로 했다.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것보다,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 무사히 돌아오는 법을 배우는 것이 진짜 다이어트의 체득화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생이다. 나는 인생을 배운 거다.'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흔들림을 인정하고, 다시 칼 같은 규칙적인 식이와, 몸의 감각에 집중하며, 원래의 페이스를 찾았다.

이 흔들림은 되려 징검다리가 되어 다이어트를 해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간헐적 단식'이라는 식이가 '완전한 내 삶의 양식으로 굳어졌다'는 확신과 함께 한 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