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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러던어느날 Oct 20. 2024

서른다섯의 나 (5) _ 퇴사를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

서른다섯, 다시 무기력에 맞서다.

두 번째다. 퇴사를 위해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려 마음을 먹은 것은. 생각해 보면, 서른셋의 내가 했던 수많은 고민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웠던 계획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실행했던 시간들이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었고, 다른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인생의 방향을, 나의 노력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3년의 시간이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라는 사람이 성숙해진 농도로 따지면 지난 30년 보다 짙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내 열정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무기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라는 말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서 꺼내 읽어본다. 장밋빛 미래를 그렸던 회사에서 불타던 내 열정이 차게 식었듯이, 그 무기력이 퇴사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열정으로 뒤바뀌었듯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무기력이 다시 한번 열정으로 타오를 그 순간을 어쩌면 내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때를 위해 조금은 냉정하게 내가 해야만 할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1. 나만의 무기를 만드는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 


회사 생활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 직장은 없어지고 직업만이 남는다고 하였던가. 회사 생활에 매몰될수록 내 것이 없어지는 느낌이 끊임없이 든다. '내가 무엇을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직장을 떠나면 난 홀로 설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수 없는 게 나의 현실이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부귀영화를 누리겠지만, 나는 그럴만한 그릇이 아닌가 보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지는 내 미래를 바꿔보고자, 다시 한번 나만의 무기를 만들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한 번 온라인 사업을 경험해 보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준다. 지금부터는 그 자신감만을 가져가고자 한다. 여기저기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내가 전문성을 기를 수 있고 평생 해나갈 수 있는 것들을 찾을 때까지 경험을 지속해보고자 한다. 


먼저 반드시 해야 할 것은 글쓰기이다. 글을 쓸 때만큼은 내가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느낌을 받고, 답답한 마음과 복잡한 머리가 조금은 명료하게 정리되는 것 같았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됐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쉴 새 없이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던 것들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리되기 시작했다. 쉽지만은 않았던 지난날을 버텨온 나에 대한 위로도, 앞으로 다시 한번 버텨야 할 고된 날들에 대한 다짐도 모두 글쓰기를 통해 시작할 수 있었다. 운동과 더불어,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치료제와 같은 것이 글쓰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혹시 모를 일이지, 내가 기록한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기적을 낳을지.


월급을 대체할 만한 실질적인 무기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돈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유튜브, SNS 사람들이 모이는 시장에서 돈을 벌어보고 싶다. 그 안에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시도해보고 내가 집중할 있는 것을 찾아볼 것이다. 레드오션이니 끝물이니 이야기하지만, 누군가는 아직도 기회의 땅이며 성공하는 것을 보여준다. 엄청난 성공이 필요한가? 그저 광활한 시장에 내가 보이지도 않는 하나 찍으면 충분한 것이며, 그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실력이자 전문성이며 나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언젠가 이 과정과 결과도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 

  

2. 회사에서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가장 난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내 맘과 다르게 회사에서의 일은 점점 늘어가고, 직급에 비례한 책임감과 압박감을 피하기가 어렵다. 지난 몇 년 간 회사에서 꽤나 큰 성과를 거둬온 만큼, 나를 도와준 사람들도 많고 감사한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고민이 가장 많이 되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반드시 바꿔야 하는 마인드셋이기도 하다. 회사에서의 평판에 민감했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정말 많이 보면서 회사 생활을 했다. 원래 내가 그런 사람이기도 하지만, 바깥세상에서는 눈치 볼 사람을 안 만들기 위해 사람을 안 만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지 못하니까, 내가 변해야만 했다. 


'1인분만 한다.' 그 어려운 것을 해보려 한다. 아니, 나의 에너지를 많이 빼앗아가는 일이라면 조금은 더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회사에는 나를 위한 해답은 없다고 완전하게 인정한 만큼, 더 이상 나를 몸과 마음을 갈아 넣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몇몇 사람들 또한 애써 외면해보고자 한다. 그들의 인생과 나의 인생은 다르니까. 여전히 칼퇴를 할 때마다 '아, 다들 안 가고 있는데 내 욕을 하면 어쩌지...'와 같은 생각이 자동적으로 올라온다. 아직도 평판이 신경 쓰이고, '내 이미지가 나빠지면 어쩌지...'와 같은 불안감이 본능적으로 든다.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해왔으니까. 요즘은 의식적으로 떨쳐버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어쩌라고, 그러라지 뭐...', '죽는 것도 아닌데...', '내 알바 아니지, 내가 할 건 다 했어.'와 같은 주문들로 나의 멘탈을 지킨다. 내 인생을 위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 수천 배, 수만 배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3. 소비 습관을 다시 바꾼다. 


소비 습관이 좋은 편이 아니다. 3년 전 퇴사를 위해 처음 계획을 짰을 때도, 제일 먼저 했던 것이 재무 건전화 프로젝트이다. 그때 당시에 썼던 전략은 '일 단위' 소비였다. 주 단위 용돈을 설정해 놔도, 그에 딱 맞게 일주일을 버텨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하루 용돈을 정했고, 그것이 남아도 다음 날 용돈을 그대로 이체했다. 돈이 쌓이는 걸 매일매일 볼 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매주 주말이면 꽤 많은 돈이 남아있었다. 그걸로 쌓여있던 카드값을 줄여나갔고, 150만 원이던 카드값을 30만 원까지 줄여내며 내 수입과 지출을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했었다. 


그 프로젝트를 다시 한번 실행하고자 한다.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하는 지난 1년 동안, 사람들과의 잦은 저녁 식사 자리는 나의 지출을 다시 증가시켰다. 한 번 깨진 패턴에 그간 참아왔던 나의 소비욕이 폭발하여 나의 카드값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한번 체질개선을 해야만 한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소비를 줄이는 생활을 했을 때의 그 심리적 안정감 또한 나의 무기였다. 절반이나 남은 나의 대출금 상환을 위해서라도, 혹시 회사 생활이 잘못되어 충동적으로 퇴사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소비는 반드시 줄여야만 한다. 


4. '실패는 디폴트', 초조해하지 않는다. 


과거를 되짚어보면, 해외구매대행이라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기 전까지 참 많이 시도하고 실패했다. 그때 써놓은 일기 같은 것을 보면, 지금의 내 심정과 똑같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길이 맞는 건가...?', '그냥 먼저 퇴사할까...?'와 같은 그때의 일기처럼, 지금 당장 뭔가를 시도해서 성공하고 싶은 충동 또한 그때와 같을 것이다. '실패는 디폴트다.' 한 번에 성공하겠다는 마인드보단, 성공할 때까지 계속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포기하지 않는다. 물은 100도가 됐을 때 끓고, 0도가 됐을 때 언다고 하지 않던가.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나의 노력은 쌓이고 있다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 나의 경험을 믿는다. 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고 했다. 당장 눈앞에 보상을 좇아, 초조함에 눈이 멀어 기본기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해외구매대행이 목표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는, 어쩌면 상품 등록 개수에 눈이 멀어 수요 파악과 데이터 분석이라는 기본절차에 소홀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을 위해 '해야만 하는 것' 들이다. 여전히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초조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망설여지지만, 이번만큼은 3년 전보다 더 밀도 있게, 더 완성도 있게 모든 것에 변화를 만들어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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