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러던어느날 Oct 22. 2024

서른다섯, 다시 무기력에 맞서다.

서른다섯, 다시 무기력에 맞서다.

출근길이 지옥인가?

퇴근길에는 귀신같이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오는가? 그러다...

곧이어 다가오는 다음 날 출근길에 대한 두려움에 몸서리 처지는가?


나의 이야기다. 끌려가듯 회사로 출근하는 내 머릿속은 퇴사하고픈 충동으로 가득 차있다.

내 발로 출근길 버스에 올라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버텨내다 퇴근을 하면, 잠시 잠깐의 해방감을 느끼며 나의 현실을 점검한다.

그러다 침대에 누워 내일의 출근길을 생각하면, 다시 한번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인정한다.

어딘가에는 회사 생활을 천직으로 여기고 정말 재밌게 다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혀 없을 거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 기쁜 출근길을 경험해 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아야만 한다.

오늘의 경쾌했던 출근길이, 내일의 지옥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내 힘으로는 선택할 수 없는 우연이, 그것이 만들어낸 변화가 나의 일상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것을.


희망을 찾아본다.

'그러면 오늘의 지옥길 같던 출근길이, 내일은 경쾌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머리는 '그렇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온몸으로 부정한다.

당장 내일의 출근길은 지옥길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경쾌하게 만들고 싶은 건, 나의 출근길이 아니니까...




나는 지금 무기력에 빠져있다. 그러나 마냥 무기력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글도 열심히 쓰고, 다른 교육도 열심히 들으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를 돌아볼 때면, 마냥 무기력하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저, '가고자 하는 길'과 '지금 당장의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할 뿐.


방향은 정했다. 다만 여러 가지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선택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뿐이다. 오늘은 회사를 때려치우고 내 모든 것을 불태우고자 다짐했다가도, 내일은 이 튼튼한 방파제와 같은 회사를 포기할 수 없다며 병행을 다짐한다. 사춘기 청소년처럼 방황하는 내 모습은,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했던 3년 전의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쩜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까? 내가 성숙하지 못한 걸까? 그렇지 않다.

나는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며 성숙해졌고, 조금 더 깊어졌으며, 강해졌다고 자신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망설이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죽도록 도망치고 싶은 현실도, 한 때는 내 인생 최고의 성취였으니까.

어쩌면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쳇바퀴 돌 듯, 너무나도 비슷한 모습으로 다시 마주한 무기력이다. 하지만 구면인 만큼 어색함은 덜하고, 지지고 볶았던 지난날의 경험은 오히려 친숙함 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결국 마음속에 한 가지 확신이 올라온다.


'극복할 수 있다.'


언젠가는 지나가겠지. 그러나 그렇게 마냥 버티며 흘려보내면 안 된다. 버티면 지나가버리는 무기력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주인이라면, 내 삶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컨트롤러라면 응당,

같은 형태의 무기력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 없도록 나를 위해 변화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선택한 답안은 '퇴사'이다. 그리고 '무작정 퇴사'가 아닌 '계획적 퇴사'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나가고자 한다.


실패가 두렵지 않냐고? 아니. 실패는 기본값이다. 실패가 두렵기보단, 아무런 시도도 해보지 못한 채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두렵다. 그때 마주할 나의 좌절감과 상실감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클 것을 알기에.


누군가는 주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고상한 척, 힘든 척하냐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지. 이해는 한다. 나도 그렇게 손가락질하던 사람들 중 하나였으니까.


고민하는 것이 잘못인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내 삶을 좀 잘 살아나가보겠다고 낑낑대는 게 한심해 보이는가? 아무렴 어떤가. 그래도 내 인생인 것을. 나는 오히려 나보다 더 과감하고 도전적인 선택을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동경과 존경을 느낀다. 내가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내 나이 서른다섯. 인생 시계에서 정오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몇 번의 무기력을 마주하는지 모르겠다.

두렵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겨내보려 한다. 고군분투하며 이겨내는 여정을 통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그 누구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고민과 도전, 그리고 실패와 수많은 시도 끝에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닿겠노라 다짐한다. 그래서 특별할 것 없는 나도 결국에는 해냈음을, 그래서 나를 아는 모두가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며 공감해 주는 누군가, 그리고 혼자서 고민하고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기원한다. 회피하지 않고, 고통을 참으며 인내하고, 가려는 길을 한 발자국씩 디뎌 나아간 그러던 어느날에, 당신만의 찬란한 행복이 빛나고 있을 것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