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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를 쓰기로 했습니다.

10년 만의 변심(變心)

by 원솔

#1


한 동안 시를 잊고 살았습니다.

10년쯤 되었으니 한 동안이라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네요.


"먹고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


예전에는 참 상투적인 핑계라 여겼는데

지금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역시 인생은 돌고 도나 봅니다.


학생 때 문학적 소양이 부족하진 않았어요.

교내 문학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친구들의 연애편지도 대신 써줬습니다.


한 번은 이 사실을 모르는 친구의 연인이 헤어짐을 고민하다가

절절한 편지 내용이 생각나 마음을 돌렸다는 말을 저희 앞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양 입꼬리가 심하게 올라가 이실직고할 뻔했습니다만

뒤에서 심하게 눈을 흘기는 친구 녀석을 보며 참았답니다.


#2


성인이 된 후에도 가끔씩 시를 썼습니다.

대부분 사랑이 주제였죠.


호감부터 시작, 상승, 고취, 하강, 냉담, 파열까지


사랑의 각 단계마다 맞닥뜨리는 감정의 종류와 상황을,

여러 단어들로 조합해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학교 졸업 후 곧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를 떠올릴 일이 없어졌습니다.


읽지도, 쓰지도, 관심 갖지도 않았죠.

잠시 짬이나도 실용적인 말들과 직관적 단어로 가득한 책이나 콘텐츠만 소비하기 바빴어요.


그렇게, 10년이 지났습니다.


#3


일 때문에 도착한 제주는 여전히 설렘과 활기, 기대가 공존하는 섬이었습니다.

8월의 무더위와 습도는 불쾌했지만 뭐, 견딜만했습니다.


그룹으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던 중,

우연히 만난 한 사람에게 영감을 받아, 시를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터질 듯 시상이 밀려들었고 주제와 표현들이 쉴 새 없이 떠올라

시로 빨리 조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될 것 같았거든요.


생전 처음 느낀, 강렬하면서도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제주에 머문 3일 만에

앞으로 여러분께 보여드릴 열두 개의 시가 머릿속에서 걸어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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