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의 기준이 근속에서 프로젝트·AI 활용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첫 직장은 가볍게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경력의 기준 역시 ‘근속 연수’가 아니라 ‘프로젝트와 AI 활용 역량험’으로 바뀌어야 한다. 청년 고용률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지금, 우리는 청년들의 직업 진입을 바라보는 오래된 관점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고용지표를 보면 청년들의 첫 취업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단번에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민간 기업 채용공고 14만4,181건 가운데 82.0%가 경력채용이었고, 신입만 채용하는 공고는 2.6%에 그쳤다. 대졸 구직자 1,000명 중 53.9%는 “경력 중심 채용이 취업 장벽”이라고 답했고, 53.2%는 “대학 재학 중 직무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평균 연봉(4,023만 원)과 실제 신입 공고 연봉(3,708만 원) 사이에는 315만 원의 간극도 존재한다.
여기에 최근 기업들이 ‘중고신입(1~2년 경력자)’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첫 취업의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인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기업의 87.9%가 중고신입 채용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실제 신입 채용 중 35.9%가 중고신입 형태였다. 기업들이 인정한 평균 경력 연차는 1.6~2.4년으로, ‘신입’이라는 타이틀조차 이제 기본적인 실무 경험을 요구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숫자들은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경력 관점이 시대 변화에 뒤처져 있다는 신호다. 과거 세대에게 첫 직장은 인생의 ‘정착지’였고, 한 직장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이 안정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산업 변화의 속도, 신규 기술 도입, AI의 업무 침투가 가속화된 지금, 첫 직장이 더 이상 ‘종착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적성과 일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첫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사고방식을 강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핵심 성과지표인 취업유지율은 아직도 많은 청년에게 “들어갔으면 오래 버텨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동한다. 부적합한 기업에서도 억지로 견디게 하고, 진로 재탐색은 실패로 취급되며,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는 오히려 경력 단절을 초래하는 구조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의 기준’이 이미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근무처, 근무기간, 소속 부서가 경력의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AI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이 항목들은 더 이상 경쟁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지금 기업은 다음 세 가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첫째,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했는가.
둘째, 그 프로젝트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셋째,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어떤 AI 도구를 활용했는가.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이 변화를 이미 제도화했다. 구글·메타·아마존은 신입·경력 공통으로 프로젝트·포트폴리오 기반 평가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2025 LinkedIn Workplace Trends 보고서에서도 기업의 62%가 “근속 기간보다 프로젝트 성과를 우선 평가한다”고 답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신규 채용에서 ‘AI 활용 경험’을 사실상 필수 항목으로 요구하고 있고, 네이버·카카오·배민 등은 ‘프로젝트 기술서 제출'을 기본 절차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경력의 중심축이 ‘근속’에서 ‘성과’로, 다시 ‘AI 활용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취업지도·정책·평가지표는 여전히 ‘오래 버티는 것’을 성공으로 본다. 이것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청년들의 진입 부담을 키우는 구조적 원인이다.
이제 우리는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청년에게 첫 직장은 인생의 결정이 아니라 첫 번째 경험이다. 다양한 기업을 경험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적 경력의 기본 전략이다. 정착이 아니라 탐색, 단일 선택이 아니라 다중 경험, 근속이 아니라 프로젝트 중심의 경력 설계를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취업유지율 중심의 평가는 이제 폐기해야 한다. 청년이 조직에 머무르는 것은 청년의 의무가 아니라, 기업이 얼마나 성장경험과 AI 기반 업무 환경을 제공하느냐의 문제다. 유지의 책임은 청년이 아니라 기업의 몫이어야 한다.
청년 고용률을 높이고 싶다면 단순하다. 첫 직장의 무게를 줄이고, 경력의 판단 기준을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꾸고, AI 활용능력을 경력의 새로운 언어로 인정하면 된다.
청년은 이미 변화했다. 이제 우리 사회도 그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직업 세계의 문을 가볍게 열 수 있어야 청년들은 더 많이, 더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청년 고용률은 회복될 것이다.
#청년고용률 #첫직장관점전환 #취업유지율폐지 #중고신입 #경력의재정의 #프로젝트중심경력 #AI활용역량 #경력채용82퍼센트 #신입채용축소 #직무경험부재 #경험기반진입 #JobShopping #모바일커리어 #AI시대노동시장 #청년진입장벽 #경력스택 #문제해결역량 #직업교육전환 #청년관점정책 #프로젝트포트폴리오 #기업의인재유지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