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경력관리의 철학 Part.1 | EP.4
기록은 관찰을 구조화하고, 구조화는 통찰을 만들고,
통찰은 다시 새로운 관찰을 부른다.
Part 2. 스케치북처럼 일하는 사람들(7회)
Part 3. 프로젝트 중심의 커리어(7회)
Part 4. 스케치북으로 설계하는 커리어 전략(7회)
Part 5. 미래 커리어의 스케치북(2회)
요즘 시대는 이상할 만큼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보는 사람’은 드물다.
지식은 검색하면 쏟아지고, 스펙은 누구나 쌓을 수 있으며,
포트폴리오는 템플릿만 잘 사용해도 그럴듯하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무엇을 봐야 하는지 볼 줄 아는 사람,
즉 관찰할 줄 아는 사람은 여전히 희소하다.
우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기회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다.
기회는 오히려 더 좁고 더 빠르게 흘러간다.
왜냐하면 기회는 정보 속에 숨어 있지 않고,
관찰하는 사람의 시선 안에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관찰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고유의 능력인 감지(sensing), 지각(perception), 그리고 맥락 읽기(context reading)를 통해
가려진 문제를 발견하고, 의미를 해석하고, 본질을 드러내는 고도의 인지 활동이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학습하고 정교하게 계산해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인지하는 능력은 아직 인간에게만 있다.
그래서 관찰이 중요하다.
관찰이 있어야 사고가 시작되고,
관찰이 있어야 해석이 가능하며,
관찰이 있어야 실험이 생긴다.
결국 문제 발견 그 자체가 성과의 절반을 차지한다.
오늘날 조직이 “지시형 인재”를 선호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 움직이는 “탐색형 인재”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관찰의 흔적을 남기는 도구가 바로 스케치북이다.
스케치북은 단순한 노트가 아니라
‘관찰된 순간’을 붙잡아두는 장치이며,
문제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구조화 도구다.
사람은 본 것보다 기록된 것을 더 깊게 이해한다.
따라서 관찰이 스케치북에 남겨지는 순간,
그 관찰은 하나의 통찰이 되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가 된다.
많은 사람은 문제를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문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다.
동일한 상황을 보고도 A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B는 그 속에서 명확한 문제와 개선 가능한 지점을 포착한다.
이 차이가 바로 경력과 성과를 갈라놓는다.
현장에서 인정받는 인재들은 공통적으로
“문제를 먼저 보는 사람”이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불편함, 비효율, 이상 신호, 고객 행동의 어긋난 지점 등
작은 변화 속에서 문제의 씨앗을 발견한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먼저 찾아오는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이 문제의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를 찾는 능력은 신입과 경력을 가리지 않는
가장 강력한 차별성이다.
경험이 부족한 신입이라도
“팀이 보지 못한 문제를 먼저 발견하는 순간”
그는 단숨에 주목받는 구성원이 된다.
신입이 주도권을 얻는 거의 유일한 순간이기도 하다.
경력자의 경우에는
문제 발견 능력이 곧 “프로젝트 리더십”으로 이어진다.
프로젝트를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문제를 가장 먼저 보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감지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채용 시장에서도
문제 정의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평가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기술 스킬보다
문제를 발견하고 언어로 정리하는 능력이
실제로 더 높은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문제 발견은 운이나 재능이 아니라
통찰력 + 관찰력 + 감각의 조합이다.
이 세 가지는 단순한 업무 역량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사고 체계와 태도,
그리고 일에 임하는 방식 전체를 반영한다.
문제를 발견한다는 것은
평범한 상황 속에서 비범한 의미를 읽어내고,
다른 사람은 지나치는 것에서
작은 신호를 포착해내는 능력이다.
그래서 “문제를 보는 순간, 해결의 반은 끝났다”는 말은
허세가 아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보는 순간,
해결은 이미 절반 이상 진행된 셈이다.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가 명확하면
방법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그 문제 발견의 출발점이자
모든 변화의 첫 단추인 관찰의 힘을
구체적으로 파헤쳐볼 것이다.
관찰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능력이다.
“저 사람은 원래 관찰력이 좋아.”
“관찰은 타고난 감각이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이런 말들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관찰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관찰은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 즉 ‘초점 조절 능력’이다.
초점은 훈련으로 충분히 길러질 수 있다.
카메라의 렌즈가 무한히 많은 장면 중
한 지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사람의 관찰도 무엇을 중심에 놓느냐에 따라 정밀도가 달라진다.
관찰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타고난 감각이 아니라,
“어디에 시선을 머무르게 할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훈련했는지 여부다.
관찰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행위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관찰은 감지(Sensing) → 해석(Interpretation) → 맥락(Context)
이 세 단계가 결합된 고급 인지 활동이다.
- 감지(Sensing): 있는 그대로 보기
빠르게 판단하지 않고, 왜곡하지 않고, 보이는 현상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단계다.
- 해석(Interpretation): 보이는 것 뒤의 의미를 찾는 과정
단순한 사실에서 ‘의미’와 ‘패턴’을 읽어내는 것이 해석이다.
- 맥락(Context): 상황의 구조를 읽는 능력
같은 현상이라도 시간·환경·사람·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관찰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반드시 맥락 읽기가 필요하다.
이 세 요소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훈련되고 확장될 수 있는 기술이다.
문제는 우리가 관찰하기 전에 ‘생각이 먼저 달려간다’는 점이다.
관찰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심리적 함정 네 가지가 있다.
1. 빠른 결론
조금 보자마자 “아, 이건 이런 거지” 하고 판단해버리는 습관.
관찰이 아니라 추측이다.
2. 확증 편향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보는 태도.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다.
3. 경험의 과잉 일반화
과거의 비슷한 경험 하나를 전체 상황에 적용해버리는 경향.
새로운 문제를 새로운 문제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4. 수동적 태도
“나와 상관없다”는 관점.
수동적인 사람은 앞에 있는 문제를 관찰하려 하지 않는다.
관찰을 잘하는 사람은
이 네 가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느리게’ 만든다.
스케치북은 관찰을 강화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도구다.
관찰 → 기록 → 해석의 순환 루틴을 만들기 때문이다.
관찰한 것을 적기 시작하는 순간,
사람은 자연스럽게 더 자세히 보고 더 깊게 본다.
기록은 “관찰의 정밀도”를 높이는 강제 장치다.
또한 기록을 다시 읽으면
패턴과 맥락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이 반복이 쌓이면 관찰은 감각이 아니라
하나의 근육이 된다.
스케치북은 이 근육을 단련하는 훈련기다.
작은 관찰 하나씩이 쌓여
문제를 발견하는 눈, 기회를 읽는 감각,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날것의 실력’ 그 자체로 이어진다.
조직은 두 종류의 사람을 아주 명확히 구분한다.
“문제를 먼저 보는 사람”과
“문제를 설명해야 움직이는 사람.”
전자는 스스로 관찰하며 문제를 감지하고
그 감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반면 후자는 누군가가 문제를 명확히 말해줘야만 움직인다.
조직은 후자를 위해 끊임없이 지시하고, 설명하고, 확인해야 한다.
이는 리더에게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관찰형 인재는 달랐다.
이들은 리더가 말하기 전 이미 문제를 포착하고 움직인다.
작업의 방향성을 스스로 찾아가며
팀 전체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사람들이다.
결국 조직이 관찰형 인재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문제를 먼저 보는 사람만이 문제의 본질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을 본 사람은 실행도 다르다.
더 적은 설명으로 더 깊은 해결을 만든다.
혁신은 아이디어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혁신 =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혁신은
작은 관찰 하나에서 시작된다.
고객의 반복되는 불편,
프로세스에서 생기는 작은 병목,
팀이 지나치게 무시한 작은 변화.
이 작은 관찰이 문제 발견으로 이어지고,
그 문제 발견이 가설 설정을 만들며,
그 가설이 실험을 만들고,
그 실험이 프로젝트를 만든다.
즉, 문제 발견 → 가설 설정 → 실험이라는
모든 혁신의 첫 단계가 관찰이다.
관찰이 없는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혁신의 출발점은 멋진 발상이나 영감이 아니라
누구나 보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던 것들을
처음으로 ‘본’ 사람에게서 나온다.
오늘의 조직은 과거와 달리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다.
산업 변화 속도는 빨라졌고,
업무는 매뉴얼 기반의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비정형 문제 대응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연구에 따르면
기업 내 업무의 70% 이상이 예측 불가능한 문제 해결로 구성된다는 조사도 있다.
즉, 고정된 업무는 줄었고
즉흥적 판단과 탐색적 접근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조직은 이제
탐색형 인재(exploratory worker)를 선호한다.
단순히 ‘지시받는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고,
문제의 신호를 포착하며,
필요하면 방향을 즉흥적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
관찰형 인재는 바로 이런 탐색형 인재의 핵심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관찰력은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신뢰도가 높은 역량이다.
왜냐하면 관찰력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꾸밀 수 있지만,
일상적 관찰의 기록은 조작할 수 없다.
한 사람의 관찰 수준은
그가 남긴 메모, 스케치, 기록에서 곧바로 드러난다.
이 때문에 기업은
행동 기반 인터뷰(BEI)와
실시간 문제 해결 과제와 같은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 방식들은 지원자의 “관찰 기반 사고”를 숨기지 못하게 한다.
관찰력이 좋은 사람은 즉시 문제의 본질을 짚고
선택의 근거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
반면 포장된 실력만 가진 사람은
“왜 그렇게 보았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관찰력은 조작할 수 없고,
그래서 더 강력한 평가 요소가 되었다.
기업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관찰의 힘은 거창한 순간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작은 변화, 미묘한 패턴, 숨겨진 맥락, 의미의 단서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관찰형 인재는 이 네 가지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이 능력들이 모일 때, 비로소 문제 발견과 혁신이 가능해진다.
기획자에게 중요한 관찰은
사용자 흐름에서의 1초의 머뭇거림이고,
마케터에게 중요한 관찰은
고객의 시선이 어디에서 멈추는지다.
영업에서는 고객이 짧게 내뱉은 한 문장이
계약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개발자에게는 버그가 발생하는 화면의 작은 이상치가
시스템 전체의 문제를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
이처럼 직무마다 필요한 관찰의 형태는 다르지만,
작은 변화 하나가 큰 기회를 만든다는 점은 동일하다.
관찰형 인재는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작은 신호 포착이 문제 정의의 첫 단계를 연다.
관찰은 단편적 정보의 모음이 아니다.
잘하는 관찰자는 눈앞의 현상에서 패턴을 읽어낸다.
반복되는 고객 행동
특정 시간대에만 생기는 오류
자꾸 되풀이되는 팀의 병목
여러 프로젝트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리스크
이 패턴은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다.
관찰형 인재가 “보려고 할 때” 비로소 형태를 갖춘다.
스케치북은 이 패턴을 시각적으로 정리해주는 도구다.
여러 번의 관찰 기록을 하나의 페이지에 모으면
눈으로는 놓쳤던 “반복과 구조”가 명확해진다.
이때 패턴은 통찰로 바뀌고,
통찰은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만든다.
관찰에서 더 수준 높은 단계는 맥락 읽기다.
같은 현상이라도
환경, 시간, 이해관계, 의도, 제약 요인 등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고객이 제품을 재구매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품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의 프로모션 때문일 수도 있고,
계절성, 가격 정책, 플랫폼 정책 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
맥락 없는 실행은 실패한다.
관찰형 인재는 문제를 볼 때
항상 “이 상황의 구조는 무엇인가?”를 함께 생각한다.
즉, 문제의 표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놓인 ‘배경’을 함께 읽는다.
이 차이가 해결책의 질을 결정짓는다.
관찰에서 가장 높은 단계는 의미 해석(meaning-making)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 이해가 아니라
관찰된 현상에 “왜 이것이 중요한가?”라는
해석적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AI는 데이터를 분류하고 예측할 수 있지만
그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의미 판단은
경험, 가치관, 맥락, 문화, 인간적 감각이 모두 결합된
고차원 인지 활동이기 때문이다.
관찰형 인재는
숫자 뒤에 숨은 고객의 마음,
행동 패턴 뒤에 숨은 조직의 문제,
현상과 구조 사이의 의미 연결고리를 읽어낸다.
이 능력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며,
미래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기술(Technique)’이다.
관찰형 인재들은 특별한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섯 가지 관찰 기술을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 기술들이 쌓이면
문제를 보는 눈, 기회를 감지하는 감각,
그리고 날것의 실력의 토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천천히 보는 사람만 본질을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보자마자
즉시 결론을 내리려 한다.
하지만 빠른 결론은 빠른 오해를 만든다.
느린 관찰은
판단을 보류하고
충분히 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눈앞의 현상을 천천히, 깊게 들여다보면
급하게 보면 절대 보이지 않는
구조, 신호, 작은 이상 징후가 보인다.
문제의 본질은 언제나
‘천천히 보는 사람’에게 먼저 드러난다.
질문이 관찰의 방향을 바꾼다.
“왜?”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 세 질문만 붙여도 관찰은 완전히 달라진다.
질문은 관찰을 수동 → 능동으로 전환시킨다.
질문은 시선을 한 지점에 묶어 놓고
새로운 정보를 끌어내며
문제를 핵심까지 좁혀간다.
질문 없이는 관찰이 쌓이지 않는다.
관찰 없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질문 기반 관찰은
이 둘을 하나의 루프로 묶어
문제를 깊게 파고들 수 있게 만든다.
경계와 전환 지점에서 큰 문제가 보인다.
문제는 대개 ‘중심’이 아니라 ‘경계’에서 발생한다.
부서와 부서 사이,
업무 단계와 단계 사이,
시스템과 시스템 사이,
즉 전환지점에서 가장 큰 오류와 병목이 발생한다.
그래서 관찰형 인재는 경계에 서서 문제를 본다.
한쪽 관점이 아니라
양쪽 관점 모두를 보고,
두 관점이 충돌하거나 어긋나는 지점을
가장 먼저 포착한다.
경계에서 문제를 보는 사람은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를 갖기 때문에
가장 큰 기회를 발견한다.
비교는 통찰의 시작이다.
하나의 현상만 보면
그것이 정상인지, 이상인지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두 개를 비교하면
차이가 보이고,
차이가 보이면
그 뒤에 숨은 패턴과 원인이 보인다.
비교 관찰은
고객 행동의 차이를 보게 하고
제품의 미세한 변화의 원인을 찾게 하며
팀의 문제 패턴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비교는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문제를 ‘정확한 위치’에 놓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통찰을 만들고,
통찰이 기회를 만든다.
기록하는 순간 관찰이 사고로 바뀐다.
스케치 관찰은
관찰한 내용을 스케치북에
시각적 형태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메모가 아니다.
스케치를 하는 순간,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수행한다.
1. 중요한 요소를 선별한다
2. 요소 간 관계를 구조화한다
3. 문제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정리한다
그래서 스케치형 기록은
생각을 명료하게, 입체적으로, 전략적으로 만들어준다.
스케치북은 관찰을 단순한 ‘정보’에서
‘이해’와 ‘의미’로 전환하는 가장 실전적인 기술이다.
A는 입사한 지 겨우 한 달 된 신입 사원이었다.
팀은 특정 내부 시스템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수개월째 반복하고 있었지만,
명확한 문제를 누구도 정의하지 못한 채 개선 논의는 표류 중이었다.
하지만 A는 매일 시스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오래 걸리는 특정 단계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이를 스케치북에 기록하며
어느 시점에서 지연이 발생하고,
어떤 버튼에서 이탈률이 증가하는지
세밀하게 정리해 두었다.
회의에서 A는 단 한 장의 스케치를 꺼내 들었다.
“제가 보기에는 문제는 이 기능 자체가 아니라, 이 화면 전환 속도 때문인 것 같습니다.”
팀은 그제야 ‘문제의 본질’을 처음으로 이해했다.
이 작은 관찰이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을 바꾸었고,
결과적으로 30% 이상 효율성이 향상되는 성과를 만들었다.
리더는 말했다.
“신입이라서 본 게 아니라, 관찰해서 본 것이다.”
A의 사례는 보여준다.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이 경력의 주도권을 쥔다는 사실을.
B는 마케팅팀 인턴으로,
고객 행동 데이터를 단순 정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고객의 구매 여정에서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삭제하는 비율이 특정 시간대에 높아진다”는
미묘한 패턴을 발견했다.
대부분은 이를 일시적 노이즈로 넘겼지만,
B는 자신의 스케치북에 상황을 기록하며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경쟁사의 프로모션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어
우리 제품이 비교에서 밀리는 건 아닐까?”
그는 직접 경쟁사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며 데이터를 수집했고,
예상대로 동일 시간대에 경쟁사의 타깃 할인 이벤트가 집중되는 것을 확인했다.
B는 이를 기반으로 작은 실험을 제안했다.
“지금보다 한 시간 빠르게 우리 프로모션을 노출하면 어떨까요?”
팀은 호기심 차원에서 그의 제안을 테스트했다.
그러자 단 3일 만에 장바구니 이탈률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해당 제품 카테고리의 매출은 12% 상승했다.
리더는 말했다.
“이 결과는 실행의 힘이 아니라, 관찰의 힘이다.”
B의 사례는 보여준다.
작은 패턴을 보는 능력이 큰 성과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관찰 → 가설 → 실험 → 결과라는 스케치북적 사고 흐름이
실무의 가치로 변환되는 순간을.
C는 5년 차 개발자로, 팀 내에서는 성실하지만 조용한 구성원으로 알려졌다.
어느 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미한 버그가 팀에 보고되었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단순한 오류라고 판단하고 즉각 수정 후 넘어갔지만,
C는 문제의 발생 위치와 시간, 조건을 스케치북에 지속적으로 기록했다.
그는 느리게, 그러나 깊이 관찰했다.
며칠 뒤 C는 조용히 말했다.
“이 버그는 기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는 스케치북을 펼쳐 보이며
버그가 단일 화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API 응답 지연 → 화면 렌더링 실패 → 사용자 입력 중단
이라는 연쇄적 패턴을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팀은 그제야 이 버그가 겉으로 보이는 단일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생긴 구조적 결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C의 관찰 덕분에 팀은 몇 주간 투입될 수도 있는 장애를
사전에 정비하고 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 이후 C는 팀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리더로 인정받았다.
그의 승진 배경은 단 하나였다.
“다른 개발자는 버그를 봤지만, 그는 패턴을 봤다.”
관찰은 단순히 보는 능력이 아니다.
문제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문제를 풀 수 있고,
문제를 풀 줄 아는 사람이 성과를 만든다.
결국 관찰은 문제 해결력의 출발점이자 토대다.
아무리 뛰어난 분석력과 실행력이 있어도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보지 못하면
그 능력은 방향을 잃고 흩어질 뿐이다.
그래서 관찰은 모든 역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첫 번째 기어다.
그리고 관찰을 진짜 실력으로 바꾸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를 실천한다.
관찰을 기록한다.
기록은 관찰을 구조화하고, 구조화는 통찰을 만들고,
통찰은 다시 새로운 관찰을 부른다.
이 순환 속에서 한 사람의 사고 체계는 깊어지고
관찰은 단순한 ‘본 것’이 아니라 ‘해석된 의미’로 확장된다.
스케치북이 강력한 이유는
바로 이 변환 과정을 가장 선명하게 담아내기 때문이다.
관찰이 축적되면 실력이 되고,
실력이 축적되면 결국 기회를 창출한다.
다음 회차인 6화 “커리어 세계관 — 일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사람들”에서는
관찰이 어떻게 해석으로 이어지고,
해석이 어떻게 의미화되고,
그 의미가 한 사람의 ‘커리어 세계관’을 완성하는지 다룬다.
관찰 → 해석 → 의미화 → 세계관이라는 흐름은
스케치북 경력관리 철학의 가장 깊은 층위다.
이제 다음 장에서,
‘일을 보는 관점’이 어떻게 경력의 방향을 결정하는지 펼쳐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