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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실력 ― 조작 불가능한 역량의 시대

스케치북 경력관리의 철학 Part.1 | EP.3

날것의 실력은 결국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가 먼저 보인다.


Part 1. 스케치북 경력관리의 철학(3/5회차)

Part 2. 스케치북처럼 일하는 사람들(7회)

Part 3. 프로젝트 중심의 커리어(7회)

Part 4. 스케치북으로 설계하는 커리어 전략(7회)

Part 5. 미래 커리어의 스케치북(2회)



4화. 날것의 실력 ― 조작 불가능한 역량의 시대







Ⅰ. “왜 요즘은 꾸민 능력이 통하지 않는가”





요즘 조직은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할 줄 아느냐?”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선택하며, 어떻게 움직이느냐?”로.
겉으로 보기 좋은 스펙, 포트폴리오, 자격증은 더 이상 절대적인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포장된 능력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날것의 실력’은 조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날것(raw)의 실력이란
가공되지 않은 사고 흐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했는지,
어떤 실험을 거쳐 어떤 판단을 했는지의 흔적까지 모두 드러나는 능력을 말한다.
이제 기업은 결과보다 과정을 본다.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가져오라”는 시대는 지나고,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보여달라”는 시대가 도래했다.
직무 테스트, 과제 면접, 실시간 문제 해결 과제 등
지원자가 스스로의 사고 구조를 숨길 수 없는 방식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무엇이 조작 가능하고, 무엇이 조작 불가능한지가 더욱 선명해졌다.
인맥, 추천서, 학위, 포트폴리오는 꾸밀 수 있다.
하지만 사고의 흐름,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판단의 기준,
그리고 실험과 수정의 패턴은 절대로 꾸밀 수 없다.
그 사람만의 원래 방식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바로 그 이야기—
‘날것의 실력’이 왜 새로운 시대의 역량 기준이 되었는가,
그리고 이 실력이 어떻게 조작 불가능한 ‘진짜 능력’으로 평가받는가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결과 중심의 시대가 서서히 사라지는 지금,
날것의 실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Ⅱ. ‘날것의 실력’이 중요한 이유: 시장 구조의 근본적 변화





날것의 실력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시장의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AI와 자동화가 빠르게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인간이 담당하던 ‘정형 업무’의 대부분이 기계로 넘겨지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단 하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 즉 비정형 문제 해결이 인간의 핵심 역할로 남는다는 점이다.
비정형 문제는 매뉴얼이 없고, 정답도 없으며,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판단과 접근이 요구된다.
이 지점에서 날것의 실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답을 외운 사람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탐색하며 해결 전략을 만들어가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또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형·복합형 문제가 증가하면서
“정답이 있는 문제”는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한 영역의 전문성만 갖추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기술과 비즈니스, 데이터와 디자인, 사람과 시스템이
한꺼번에 얽혀 등장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출력값을 내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실력의 핵심이 된다.
즉, 결과가 아니라 문제 정의 능력이 인재를 가르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변화는 인재 판단 기준까지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무엇을 할 줄 아는가(스킬)”가 평가 기준이었다.
자격증, 학위, 특정 소프트웨어 능력 등
기술적 스킬이 실력을 증명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현재는 기업이 가장 중시하는 질문이 달라졌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접근하며, 어떻게 해결하는가?”
바로 방식(method)이 실력이 되는 시대다.
날것의 실력은 이 방식 속에서 드러나는
사고의 흐름, 선택의 근거, 탐색의 깊이, 실험과 수정의 패턴이다.
이것은 조작할 수도 없고, 단기간에 꾸밀 수도 없다.



그렇기에 날것의 실력은 단순한 경쟁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서 ‘인재를 구분하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스킬의 시대에서 방식의 시대로—
지금 산업은 조용하지만 거대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Ⅲ. 스펙과 포트폴리오의 한계: 왜 ‘가공된 경력’이 힘을 잃었는가





스펙과 포트폴리오가 더 이상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제 그것들은 너무 쉽게 가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팀 프로젝트 성과를 개인 성과처럼 포장하거나,
기여도가 거의 없는데도 이름만 얹어 넣는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업계가 익히 알고 있는 허점이다.
결과물만 제시하면, 그 결과가 ‘본인의 작업인지’를 검증할 방법은 제한적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AI로 생성된 포트폴리오까지 등장하면서
결과물 중심의 평가 체계는 사실상 신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결과만으로는 그 사람이 어떤 사고를 했는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격증과 학위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 분야의 자격증을 따는 것이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되면서
기업은 ‘자격증형 인재’가 지나치게 포화된 상태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문제가 매뉴얼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기계적 지식은 갖추고 있지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정형 상황에 맞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국 자격증은 “이론을 알고 있다”는 증표일 뿐,
상황 판단력과 문제 정의 능력이라는 핵심 역량을 보장하지 않는다.
학위 역시 마찬가지다.
학위는 배움의 과정이었을 뿐, 실전에서의 ‘방식’을 증명해주지는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연차 기반 평가의 몰락이다.
과거에는 “연차가 높다 = 실력이 높다”는 공식이 통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공식이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
10년을 일했음에도 여전히 ‘문제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2~3년의 짧은 연차 안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현장은 이미 알고 있다.
연차는 경력일 뿐이고,
실력은 전적으로 사고의 방식과 문제 접근의 패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경험이 많아도 ‘날것의 실력’이 약한 사람은
새로운 문제 앞에서 쉽게 흔들리고,
반대로 경험이 짧아도 날것의 실력이 탄탄한 사람은
문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을 가진다.



그렇기에 스펙·포트폴리오·학위·연차는
더 이상 ‘실력의 증거’가 아니다.
이제 시장은 묻는다.
“당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풀어가나요?”
가공된 경력의 시대가 저물고,
조작 불가능한 ‘날것의 실력’이 중심에 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Ⅳ. 기업은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기업이 인재를 판단하는 방식은 지금 조용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 기업은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선택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꾸며진 결과물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 속에서 드러나는 행동 데이터뿐이다.



그래서 최근 채용에서는 행동 기반 인터뷰(BE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BEI는 지원자가 실제 겪었던 상황을 바탕으로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다른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았는가?”
“그 행동의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와 같은 질문을 던져, 사고의 흔적을 직접적으로 파고든다.
이 질문은 미리 준비한 말로 포장할 수 없다.
그 사람만의 사고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BEI는 언어적 포장이 불가능한 실력 검증 방식이다.



기업이 궁극적으로 보고 싶은 것은
작업 방식의 흐름이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탐색하고,
어떤 이유로 특정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어떻게 구현했으며,
마지막으로 무엇을 검토하여 다음 단계로 이어갔는지—
이 흐름이 보이지 않는 인재는
아무리 스펙이 화려해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런데 이 흐름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바로 스케치북이다.
스케치북은 사고 과정을 시각화하고,
실패와 수정의 흔적을 남기며,
문제 해결 패턴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기업은 이 패턴을 통해 지원자의 ‘날것의 실력’을 읽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아주 작은 증거 한 장이 전체 평가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단 한 장의 아이디어 스케치,
의사결정 구조를 정리한 다이어그램,
문제 접근 과정을 기록한 메모 한 페이지.
이 작고 일상적인 흔적들이 모여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왔는지,
문제를 어떤 순서로 다루는지,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기업이 실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결과물의 화려함’이 아니라
‘흐름의 진정성’으로 이동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기업이 보는 것은 포장된 실력이 아니라
“이 사람은 문제와 마주했을 때 어떻게 움직였는가”라는 질문의 답이다.
그리고 그 답은 언제나 작은 기록들 속에서,
날것 그대로의 사고 흔적 속에서 드러난다.











Ⅴ. ‘날것의 실력’을 드러내는 핵심 역량 5가지





날것의 실력은 단순히 “능력이 드러난다”는 표현이 아니다.
그 사람의 사고 구조 전체가 투명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기업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이유는,
이 다섯 가지 핵심 역량이 그 과정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1) 문제 정의 능력 — 해결의 절반은 ‘정의’에서 결정된다



완성작 중심 시대에는 결과만 제출하면 되었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AI 이후 시대에는 상황이 정반대가 되었다.
정답을 계산하는 것은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하다.
따라서 인간이 맡아야 할 핵심 업무는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를 정의하는 일”로 이동하고 있다.


잘 정의된 문제는 해결의 절반이다.
문제를 잘못 정의하면 아무리 화려한 해결책도 소용이 없다.
날것의 실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
이것은 포장하거나 꾸밀 수 없고,
오직 사고의 흐름 속에서만 드러나는 역량이다.




2) 관찰력 — 날것의 시작은 ‘본 것’에서 갈린다



같은 환경에 있어도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문제의 단서를 즉시 발견한다.
날것의 실력의 핵심은 관찰력이다.
관찰은 정보 수집이 아니라,
문제를 보는 렌즈를 다듬는 과정이며
경험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첫 단계다.


관찰을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록된 관찰은 사고를 정교하게 하고,
실험과 판단의 기준을 만들며,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힘을 키운다.
결국 관찰력은 실력의 ‘출발점’이 된다.




3) 선택의 근거 제시 능력 — 사고의 내적 논리가 실력이다



이제 기업은 해결책보다 선택의 이유를 더 본다.
“왜 이 방법을 선택했는가?”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실력은 증명되지 않는다.


선택의 근거 제시 능력은
그 사람의 사고 체계가 얼마나 논리적이고 정교한지를 보여준다.
겉보기엔 같은 결과를 냈더라도
선택의 근거가 탄탄한 사람은 문제 해결의 확장성이 높다.
즉, 사고의 내적 논리가 곧 실력 자체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4) 실험하는 능력 — 시도와 실패, 수정의 축적



완성작 중심 사고에서는 실험이 억제된다.
“실패가 보이면 안 된다”
“결과가 나와야 인정받는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누구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한다.


반면 날것의 실력은
실험 → 실패 → 수정 → 재실험
이라는 순환을 통해 축적된다.
실험은 불확실성 속에서 배우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사고의 깊이와 문제 해결 능력이 강화된다.
작은 실험을 꾸준히 반복하는 사람일수록
날것의 실력이 탄탄하게 쌓인다.




5) 메타인지와 성찰 — 실력을 재가공하는 최종 공정



성찰은 단순히 반성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고,
무엇이 잘 되었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즉, 실력을 다시 가공하는 메타인지의 과정이다.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은
실패를 피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명확히 분석하며,
그 분석을 다음 시도의 기반으로 삼는다.
이 반복 속에서 실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Ⅵ. 날것의 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날것의 실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단기간에 ‘포장’할 수도 없다.
날것의 실력은 과정의 축적, 실험의 반복, 기록의 흐름,
그리고 성찰의 습관을 통해 서서히 만들어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오랫동안
“결과가 전부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심어 왔기 때문이다.




1) 완성작 중심 교육이 실력을 망치는 이유



학교에서 학생들은 답을 맞히는 능력에 익숙해졌다.
정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문제,
보고서 형식만 맞추면 통과되는 과제,
결과물의 모양만 번지르르하면 ‘잘했다’고 평가받는 문화.
이 환경에서 누구도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왜 이런 접근을 선택했는지,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묻지 않는다.


기획서·보고서·논문 역시 결과물이 화려하면
그 안의 사고 흐름은 관심에서 사라진다.
그 결과 학생들은 “과정을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실력은 깊어지지 않고, 결과만 꾸미는 능력만 늘어난다.
이것이 바로 완성작 중심 교육이 실력을 망치는 구조다.




2) 날것의 실력을 위한 학습 구조: 작은 실험 → 기록 → 피드백 → 재실험



날것의 실력은 실행 기반 학습에서 탄생한다.
즉, 작은 실험 → 기록 → 피드백 → 재실험의 순환 구조다.
처음부터 큰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다.
아주 작은 문제라도 직접 만져보고,
시도해보고, 실패해보고, 다시 고쳐보는 경험이 핵심이다.


문제를 직접 만져보는 사람은
이론으로만 배우는 사람과 완전히 다른 성장 곡선을 그린다.
실험 과정에서 사고는 정교해지고,
선택의 기준은 더 명확해지며,
실수는 다음 판단의 기반이 된다.
이 반복이 바로 날것의 실력을 키우는 토양이다.




3) 스케치북이 날것의 실력을 키우는 이유



스케치북은 이 학습 구조를 더 빠르고 깊게 만든다.
왜냐하면 스케치북은 과정을 기록하는 도구이자,
사고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어떻게 보았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시도는 어떤 순서로 이루어졌는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유지했는지

실패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스케치북은 이 모든 흔적을 담는다.
이 기록을 다시 읽는 과정에서 인재는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힘을 갖게 되고,
전략적 판단력이 축적된다.
결과적으로 스케치북은 날것의 실력을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촉진 장치다.




4) ‘매일 조금씩 해보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강해지는 이유



날것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매일 1cm씩 움직인다.”
큰 도약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작은 실험 하나, 작은 기록 한 줄,
작은 성찰 하나를 계속 쌓아 올린다.


완성작 중심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준비가 완벽해져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날것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움직이고,
실험하고, 기록하며, 다시 시도한다.


이 반복의 힘은 시간이 지나면 압도적인 차이를 만든다.
‘꾸민 실력’은 어느 순간 한계를 드러내지만,
날것의 실력은 작은 성장의 누적을 통해
문제를 밀어붙이는 힘과 깊이를 갖추게 된다.










Ⅶ. 실사례 3가지: 날것의 실력이 어떻게 평가되는가





사례 A: 포트폴리오는 훌륭했지만 채용되지 못한 지원자



A는 디자이너 직무에 지원한 사람이었다.
그가 제출한 포트폴리오는 누구나 감탄할 만한 수준이었다.
레이아웃 구성, 색감 조합, 시각적 완성도 모두 뛰어났고
겉으로 보기에는 당장 실무에 투입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면접에서 드러났다.
면접관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이 디자인을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는 말을 이어가야 했지만, 설명이 매끄럽지 못했다.
선택의 근거가 모호했고, 의사결정 과정의 기준이 불분명했다.
다음 질문은 더 뼈아팠다.
“다른 방향을 검토하지는 않았나요?”
A는 이 질문에도 답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A의 포트폴리오는 “멋진 결과물”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사고의 흐름은 확인되지 않았다.
면접관들은 말했다.
“결과물은 훌륭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A는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다.
이 사례는 보여준다.
날것의 실력이 없으면, 아무리 완성작이 훌륭해도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사례 B: 결과물은 부족했지만 채용된 지원자



B는 반대의 경우였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화려하지도 않았고,
완성도 역시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면접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든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케치북에는 다양한 시도와 실패의 흔적,
문제에 접근했던 여러 가설,
버렸던 아이디어와 수정 과정의 메모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면접관은 첫 질문부터 흥미를 보였다.
“이 방법을 선택하기 전까지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쳤나요?”
B는 스케치북을 넘기며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이 부분에서 처음엔 이렇게 시도했지만,
보시다시피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엔 방향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결과물은 부족했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접근하는 방식은
오히려 경쟁자들보다 훨씬 깊고 논리적이었다.
면접관들은 B의 사고 구조와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고,
결국 B는 최종 합격했다.
이 사례는 말한다.
결과의 완성도가 아니라, 사고의 깊이가 실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사례 C: 경력직 채용에서 드러난 날것의 실력



C는 10년 경력의 마케팅 전문가였다.
스펙도 화려했고, 이전 회사에서 맡았던 프로젝트도 많았다.
그러나 경력직 면접에서 문제 해결 방식이 정체되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면접관이 “최근 맡았던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이라고 묻자,
C는 결과 중심으로만 설명했다.
“성과가 좋았습니다.”
“목표 대비 달성률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설명이 명확하지 않았다.
선택의 기준, 판단의 흐름, 수정 과정 등이 불분명했고
면접관들은 “10년의 경력에 비해 사고 구조가 얕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경쟁자였던 D는 경력은 3년뿐이었다.
그러나 문제 정의 능력, 관찰력, 선택의 근거 제시 능력 등
날것의 실력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실패도 숨기지 않았고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고 다음으로 연결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했다.
면접관들은 “연차는 짧아도 성장 속도가 빠르고,
비정형 문제에서 강하다”고 판단해 D를 선택했다.


이 사례는 보여준다.
경력 연차는 실력이 아니다.
날것의 실력만이 문제 해결 능력의 진짜 증거다.










Ⅷ. 정리 ― 날것의 실력만이 살아남는다





지금 우리는 분명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오랫동안 경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왔던 스펙,
결과 중심의 포트폴리오,
형식적 성과는 더 이상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
포장된 실력의 시대는 끝났다.
기업의 시선이 결과에서 과정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결과는 꾸밀 수 있지만,
과정은 꾸밀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며,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다루는지가
진짜 실력의 본질임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날것의 실력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사람의 고유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판단의 흐름,
실패의 처리 방식,
관찰의 깊이,
문제를 정의하는 언어.
이 모든 것은 결과만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날것의 실력은 이 내면의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조작할 수 없고,
그래서 더욱 강력하다.
기업이 경험보다 잠재력을,
결과보다 사고의 품질을 중시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 회차인 5화 “관찰의 힘 ― 문제를 보는 사람이 기회를 얻는다”에서는
날것의 실력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관찰’의 힘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문제를 보는 시선이 어떻게 기회를 만들고,
어떤 관찰이 실력을 결정짓는지,
그리고 왜 관찰은 스케치북적 경력관리의 기반이 되는지를 이어서 살펴본다.
날것의 실력은 결국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가 먼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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