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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Dec 24. 2017

[크리스마스 특집] 예수와 미륵의 관계는?

알고보면 상당히 가까운 관계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고 계신가요? 모두들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는 알고 계실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죠.


예수는 기독교에서 하느님의 아들이자 구세주(christ = 基督기독)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입니다. 신이 직접 인간의 형상을 하고 내려와 인간들의 죄를 대신해 돌아가신 분이죠. 죽은 뒤 3일 후에는 부활하셔서 다시 신으로서 세상을 다스리고 계시구요.


그런데 이 예수와 미륵은 무슨 관계일까요? 뜬금없으실 겁니다. 예수와 미륵, 기독교와 불교, 서양과 동양.. 도무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 조합은 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미륵은 불교에서 믿는 여러 부처님들 중 한 분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보 83호 금동 미륵반가사유상과 오늘 글의 커버 사진인 국보 78호 반가사유상도 미륵이시죠. 금산사, 관촉사, 범어사 등의 미륵전이라는 전각은 이 미륵불을 모신 곳입니다.

국보 83호 금동 미륵보살반가사유상

미륵신앙은 6,7세기 경에 유행했던 불교의 한 흐름입니다. 미륵전이 있는 절은 대체로 그 즈음(삼국시대)에 건립된 절들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후 미륵신앙은 상당히 폭넓게 퍼져나갔는데요. 절이 아니라 동네 어귀나 길가에 이름없이 서 있는 돌부처들은 거의 예외없이 미륵불입니다.


절에 가야 만날 수 있는 다른 부처들(석가모니불, 아미타불 .. 등)과는 달리 미륵불은 유난히 민초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백성들은 길을 걷다가 들에서 일하는 짬짬이, 길가에 논가에 서 있는 미륵님에게 자신들의 소소한 소망들을 빌곤 했지요.

당진군 신평면 운정리 돌미륵

사람들은 왜 그렇게 미륵을 사랑했을까요? 그 이유는 미륵의 성격에 있습니다.


미륵은 미래불입니다. 미래에 세상에 와서 사람들을 구원할 분이죠. 미륵신앙이 널리 전파되던 6,7세기 경은 삼국의 대립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민초들의 삶이 피폐해져 갔던 시기입니다. 사람들은 암울한 현실에서 우리를 구원할 미륵을 기다리게 된 것이죠.


삼국시대 이후에도 민초들의 삶이 힘들어지면 미륵신앙이 성행했고 이를 틈타 자신이 미륵이라고 주장하는 인물들이 나타났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있습니다. 고려 우왕 때의 이금이나 조선 숙종 때의 여환도 미륵을 자칭하며 난을 일으켰었죠.

짐은 미륵이라~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할 구세주로서 미륵을 믿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미륵은 '구세주'인 것입니다. 두 분의 위상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구세주라는 뜻의 메시아(Messiah)와 미륵은 아예 같은 말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륵(彌勒)은 인도어 마이트레야(Maitreya)를 한자로 옮긴 말입니다. 마이트레야의 어원을 따라가다보면 미트라(Mitra)가 나오는데요. 미트라는 인도의 힌두교,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 교에서 '빛의 신(태양신)'으로 섬기던 신의 이름입니다. 메시아(Messiah)역시 이 미트라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미트라 신상

태양은 매일 지고 매일 떠오릅니다. 어둠의 세력에 힘을 잃지만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죠. 태양의 이러한 속성은 죽었다가 살아나는 '부활'과 어두운 세상을 빛으로 구원할 '구세주'라는 상징으로 연결되어 종교적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12월 25일은 하루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 직후로 어둠에 잠식되었던 태양의 부활을 상징하는 날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페르시아, 이집트, 로마 등에서 태양신(Sol Invictus)의 축제가 열렸던 날이죠. 이 날은 서기 350년, 교황 율리오 1세에 의해 예수의 탄생일로 선포된 이후로 기독교의 축제일이 됩니다.


예수의 실제 탄생 일자에 대한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부활과 구세를 상징하는 태양신의 축제일이 크리스마스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보다 더 좋은 의미가 있는 날을 찾기도 힘들테니까요.


사실, 진짜 예수의 탄생일이 언제인지, 누가 진정한 메시아인지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예수님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1500년 동안 이 땅에서 미륵님이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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