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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May 30. 2018

이스라엘은 언제부터 거기 있었나?

'중동사람들'이 호전적이 된 까닭은?

중동과 중동사람들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가 있습니다.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이고 그 이유는 중동사람들의 호전성 때문이라는 것이죠. 원인은 그들의 종교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슬람은 폭력적인 종교이고 그들의 신은 전쟁광이기 때문에 이슬람을 믿는 중동사람들이 호전적이라는 주장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중동 사람들은 언제부터 호전적이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300'같은 영화를 잘못 보고 중동사람들은 기원전부터 '착한 서양'을 괴롭혀왔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오해십니다. (오리엔탈리즘의 폐해https://brunch.co.kr/@onestepculture/26)


이렇듯, 서양이 아닌 지역(동방)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합니다. 십자군 원정 이래로 근대의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서양인들이 느꼈을 동방(중동)에 대한 경외와 열등감은 그들을 악한 존재로, 그들의 문명을 낙후되고 미개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익숙한 중동에 대한 이미지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요. 사실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죠.

1948년 5월 14일. 중동 한 복판,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세워집니다. 그럼 그 전까지 이스라엘은 어디 있었을까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무려 2000년 동안 말이죠. 팔레스타인이 유대인들의 땅이었던 마지막 시기는 기원전 63년 이전입니다. 유대의 마카베 왕조가 로마 제국에게 멸망당했던 때죠. 


그러니까 이스라엘은 2000년(정확히는 2011년)만에 다시 나라를 세운 셈입니다. 2000년 동안이나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들은 어떻게 다시 나라를 세울 수 있었을까요?


팔레스타인 지역은 로마제국(BC 63~AD 638)의 지배를 받다가 7세기 중엽부터는 아랍 무슬림 세력의 영향권에 있었습니다. 16세기 경부터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지요. 19세기부터 눈에 띄게 약해지기 시작한 오스만 제국이 1차 대전에 독일측 동맹군으로 참전하여 패배하면서 이 지역을 잃게 됩니다.

1차 대전 중, 영국은 독일-오스만 제국군을 약화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모종의 공작을 벌입니다. 아랍인들에게는 전쟁을 돕는 대신 팔레스타인에 아랍인의 국가를 세우게 해 주겠다는 약속(맥마흔 선언; 1915, 10월)을 하고, 유대인들에게는 그들의 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옛 유대왕국의 자리에 이스라엘건국을 약속한 것(벨푸어 선언; 1917, 11월)이죠. 


그렇습니다. 이 상도덕 모자란 이중계약의 결과가 지금의 팔레스타인 사태의 원인입니다. 


1차 대전 후, 오스만 제국이 해체되고 팔레스타인은 영국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요. 이 시기부터 유럽 각지의 유대인들이 이 지역으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은 이를 가속시켰죠. 같은 지역에 다른 목적을 갖고 모여 살게 된 사람들이 갈등을 빚을 것은 당연했습니다.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의 분쟁이 계속되자 영국은 팔레스타인으로부터 손을 떼겠다 선언하고 이 지역의 운명은 유엔이 결정하게 됩니다. 1947년 유엔은 주민투표로 팔레스타인 분할안을 통과시켰고, 1948년 5월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7세기 중엽부터 적어도 1300년 가까이 아랍인들의 땅이었으니까요. 말이 1300년이지, 7세기 중엽이면 삼국통일 전입니다. 선덕여왕, 김유신 장군 계실 때란 말이죠. 

김유신 (AD 595~673)

여러분은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 '옛 기록'에 자기들 땅이라며 1300년 동안 살던 땅에서 나가라면 순순히 나가시겠습니까? 이를테면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을 근거로 하루아침에 한반도를 비우라는 상황이라면?


얌전히 나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겠죠. 더구나 명예와 형제애를 소중히 여기는 아랍문화권입니다. 하루아침에 살던 곳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은 물론 주변의 아랍 형제국들(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까지 분노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중동의 형제국들은 곧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1~4차 중동전쟁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은 그들을 물리치고 팔레스타인의 지배권을 확고히 했습니다. 역사와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습니다. 정규전에서 이길 수 없다면, 테러로라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한 것이죠. 

이후, '중동사람'들은 '알라는 위대하시다'를 외치며 '성전(지하드)'을 불사하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이들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주요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말이죠.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어디서 왜 어떤 목적으로 생산되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2017년 12월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건국 이후, 이스라엘의 수도는 공식적으로 텔아비브였습니다. 예루살렘은 유대인 뿐 아니라 아랍인과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하기 때문에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죠. 


게다가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영향 아래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트럼프의 선언을 환영하는 것은 이스라엘 뿐으로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당장 반발했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중동인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중동인들이 '호전적인' 이유는 그들의 종교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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