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선생 Feb 09. 2022

'한국적'이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궁금한 적이 없었던 그 의문

한국 문화가 나날이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요. 한때 부끄럽고 내세울 게 없다고만 생각했던 한국의 이런 저런 것들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게 되자 '우리나라를 왜 좋아하지?'라는 의문에서 그 이유들을 찾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일부 국뽕 유튜브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근거없는, 그리고 다소 꼴사나운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만, 우리 것에 관심을 갖고 알아가기 시작하는 이런 흐름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워낙에 우리 것에 관심과 애정이 없었던 시기가 길어서일까요. 과연 무엇이 한국적이고 한국적인 어떤 것이 사람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혼동스러운 형국인데요.


얼마 전 kbs에서 방영된 <조선팝 어게인>에서 이날치 밴드의 배경으로 일본 성이 등장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제작진은 노래의 가사에 나오는 용궁에 걸맞는 이미지를 찾기 위해 'Shutterstock'이라는 유료 사이트에서 '한국 성 벡터'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결과로 나온 수십 가지 이미지 중 하나를 선택했다는데요.

그 '한국 성'은 '일본 성'이었습니다. 제작진은 한국 성과 일본 성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죠. 물론 KBS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이 일은 한차례 해프닝으로 묻힐 성질이 아닙니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을 구별하지 못한 장본인이 '국영방송국'이라니요.


가뜩이나 우리의 주변에는 한국의 좋은 것은 다 자기네 것이라는 나라도 있고, 우리 안에도 우리의 모든 것이 다 일본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지식인들도 많습니다. 바야흐로 한국 문화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때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시킬 사람들이 무엇이 '한국적'인지조차 모르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상모가 왜 거기서 나와?

일단 이러한 현상은 길게는 근대화에 실패하고 식민지 시절과 전쟁 등 갖은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했던 역사를 '우리 것'에 귀인하면서 모든 한국적인 것들을 버려야 할 폐습과 잔재로 규정했던 과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대화와 선진화라는 명목하에 그나마 명맥이 이어지던 수많은 전통들이 사라지거나 잊혀졌죠.


우리가 한국적인 것을 궁금해하지 않았던 또 하나 이유는 세계화에 대한 오해입니다. 세계가 빠른 속도로 하나가 되어가므로 여러 나라에 존재했던 문화적 차이는 점점 사라져갈 거라는 생각이죠. 이런 생각은 전통은 버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과 연합되어 우리 것을 알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정작 우리 스스로에게 가장 낯선 나라가 되었습니다(겁나 먼 나라로의 여행https://brunch.co.kr/@onestepculture/24)


먹고 살기 급급했던, 사람답게 행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던 시대에 그러한 주제는 사치였을지 모릅니다. 사실 문화의 '사람들이 향유를 목적으로 만들어낸 것들'이라는 정의를 따르자면 과거에는 그렇지 않다가 최근 들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무엇이 한국적인지에 대해 잘 모르게 된 세 번째 이유는 오리엔탈리즘적인 동양의 이미지입니다. 서구인들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뜻하는 오리엔탈리즘은 한국과 일본, 중국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대략 동양인들이 대략 동양적인 배경에서 대략 동양적인 행동을 하면 그뿐이죠. 

한국 절? (영화 007 다이 어나더 데이)

가뜩이나 관심이 없는데다가 이따위 이미지들이 수십년간 우리의 눈을 어지럽혔으니 국영TV방송국의 제작진들에게도 일본 성이나 한국 성이나 그게 그거였겠죠. 사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중국 시안에  있는 화청지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내놓던 감상평 "덕수궁하고 똑같네 뭘~"이 떠오르는군요. 우리는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무엇이 한국적인지 구별해낼 수 있을까요?

이게 왜 덕수궁??

옷이나 건물같은 외형적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2021년 S사의 드라마 <홍천기>에는 '마왕'과 술법을 쓰는 술사?가 나옵니다. 마왕의 모습은 중국 무협드라마에서 본 무언가를, 술사는 고대 일본의 온묘지? 음양사?를 연상케 합니다. 배경은 조선이지만 영 낯선 조합입니다. 오리엔탈리즘에 쩔은 제작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입니다. 대략 동양적인 걸 때려넣으면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 주겠지.

???

하지만 세상사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문화콘텐츠는 대중의 공감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한국적이고 무엇이 중국적인지 말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익숙한 문화적 코드가 아닌 콘텐츠에는 이질감을 느끼고 그러한 이질감들이 쌓이다보면 공감할 수 없는, 내용에 몰입할 수 없는 단계로 가는 것이죠.


2016년에 나왔던 국산 애니메이션 <달빛궁궐>은 야밤의 궁궐에서 펼쳐지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큰 화제를 모을 수도... 있었는데요. 문제는 한국에는 정령신앙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정해진 시간(밤)이 되면 사물에 깃든 귀엽고 깜찍한 정령들이 튀어나와 온갖 발랄하고 아기자기한 짓들을 하는데.. 그러한 장면은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서라면 매우 흥미로운 모습이겠지만 그 배경이 한국이라면, 그걸 보는 사람들이 한국인들이라면 몰입이 확 깰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문화적 감성으로는 와닿지 않는 것이죠.


무엇보다 저런 콘텐츠들을 본 외국 사람들이 '아, 한국은 중국 문화 or 일본 문화의 아류구나', '중국이나 일본을 알면 한국은 더 알 필요가 없겠구나' 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류가 본격화되고 세계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 시점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연 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답은 분명히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보는 이들에게는 보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십니다. 그러나 KBS 용궁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작 알아야 할 사람들은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주제를 한번 다뤄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서론 격이었구요. 다음 글부터는 한국의 건축, 음식, 예술, 사상, 가치관 등등을 대상으로 왜, 무엇 때문에, 어떤 부분을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심리학을 한 사람으로 위에 말씀드린 한 분야 한 분야에서는 물론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나름 '한국적'에 담긴 의미를 찾아온 사람으로서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여러분께 한국적인 것,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시게 되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겁니다. 


제 글에 오류나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누구든, 언제든 답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으로 향하는 이정표는 영어로 돼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