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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선생 Mar 12. 2022

한국, 중국, 일본의 종 구별하는 법

크고 아름다운 한국의 종

<무엇이 한국적인가> 첫 순서는 종입니다. 종은 가장 한국적인 기물인데요. 일본이 쇠로 가장 날카로운 칼을 만들었다면 한국은 가장 멀리까지 가는 소리를 내는 종을 만들었습니다. (칼의 나라 vs 종의 나라https://brunch.co.kr/@onestepculture/412)


종은 불교의 전래와 함께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교에는 사물(四物)이라 하여 하늘과 땅과 물과 만물을 아우르는 소리를 내는 물건들을 두었었는데요. 운판, 법고, 목어, 범종이 그것입니다. 특히 범종의 소리는 세상의 모든 만물을 감싸고 저승까지 도달하여 중생을 구원한다고 하죠.


불교는 동아시아 전반에 영향을 미쳤기에 중국과 일본에도 범종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김새와 크기, 장식, 소리 등 모든 면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데요. 문화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심성이 담겨 있습니다. 종은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종을 통해 보려고 했던 바는 같지 않은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각 나라의 종을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성덕대왕 신종

1. 크기

한국>중국>일본

종마다 편차가 있습니다만 평균적인 크기는 한국이 가장 큽니다. 그중에서도 8세기 만들어진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은 높이 333cm, 입지름 227cm이고 만드는 데 구리 12만근(18.9톤)이 들었다고 하죠. 성분 분석 결과 어린애를 넣었다는 전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은 예전부터 큰 종을 많이 만들다보니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큰 종을 만들 때는 한국에 의뢰할 때가 많다는군요.

일본 종 (군산 동국사)

2. 모양

한국: 항아리, 중국: 꽃, 일본: 원통

모양도 확연한 차이가 있는데요. 한국 종은 완만한 곡선을 이룬 항아리형이고 중국 종은 사진처럼 하대가 꽃잎처럼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종은 곡선이 다소 덜해 원통형에 가깝습니다.

중국 종

3. 장식

① 용뉴

포뢰

한국: 1마리, 중국: 2마리, 일본: 2마리

음관

한국 O, 중국 X, 일본 X


종을 거는 부분의 장식입니다. 한국 종은 용 한마리(포뢰)와 음관, 중국 종은 용 두 마리가 대칭형으로, 일본 종은 용의 머리 부분이 강조된 대칭형의 구조물이 올라가 있습니다. 한국 종보다는 중국 종과 닮은 모습입니다.

포뢰와 음관 (한국 종)

용뉴의 용은 사실 용이 아니라 용처럼 생긴 포뢰(葡牢)라는 상상의 동물인데요. 고래를 보면 무서워하여 큰 소리로 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종을 치는 막대(당)에 고래 모양을 새겨 큰 소리를 내게 한다는군요. 한국 종은 한 마리의 포뢰가 매우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몸과 다리, 꼬리, 손에 든 여의주까지..


반면 중국과 일본의 포뢰는 두 마리여서 그런지 꼬리나 다리 등의 구체적인 모양은 생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 종의 용뉴는 두 마리의 포뢰 머리 위로 섬세한 모양의 구조물이 올라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래 일본 종 사진 참조)


한국 종 용뉴의 큰 특징은 음관입니다. 음관은 대나무 모양으로 돼 있는데요. 신라의 전설템 '만파식적'을 상징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만파식적은 한 번 불면 모든 풍파가 가라앉고 천하가 화평해진다는 대나무 피리입니다. 한편 음관이 종소리를 더 좋게 만든다는 설도 있으나 사실 음관은 관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속이 비어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② 유곽과 유두

한국 종 O, 중국 종 X, 일본 종 O

손잡이 처럼 튀어나온 저 물체가 유두, 유두를 감싸고 있는 테두리를 유곽이라고 합니다. 한국 종은 종의 위쪽에 돌아가면서 4개의 유곽이 있고 유곽 안에 9개씩의 유두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불교에서 4와 36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바가 있다고 하네요.


한편, 중국 종은 유곽과 유두가 없고, 일본 종은 유곽은 4개가 있지만 유두의 수가 한 유곽 안에 25개, 28개, 36개 등 상당히 많이 들어 있는 편입니다. 유곽과 유두의 문양도 한국 종은 연화문이나 당초문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반면, 일본 종의 유곽은 그냥 직선으로 처리된 경우가 많고 유두도 그냥 밋밋한 모양입니다.

일본 종

③ 비천상

한국 O, 중국 X, 일본 X

상원사 동종 비천상 탁본

하늘을 날아다니며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飛天)의 문양은 한국 종의 특징입니다. 비천은 부처님이 설법하실 때 나타나 BGM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종소리가 비천의 아름다운 음악과 같다는 의미이자, 빈 공간을 꾸미기 위한 조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종

한편, 중국과 일본의 종은 비천상 대신 끈을 둘러놓은 모양의 장식, 또는 글자들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일본 종은 수직 수평이 교차된 형태의 띠 장식이 특징적입니다.

일본 종

④ 당좌

한국 O, 중국 X, 일본 O

성덕대왕 신종 당좌

종을 치는 기둥(?)을 당이라고 하고 당이 부딪치는 부위를 당좌라고 합니다. 한국 종의 당좌는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당좌의 위치도 조금 다른데 일본 종의 당좌는 한국 종보다 약간 높은 곳에 있습니다. 종도 작고 매달린 위치도 높기 때문에 치는 곳도 높아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⑤ 상대/하대 문양

한국 O, 중국 X, 일본 X

용주사 동종 하대

종의 윗부분과 아랫 부분의 테두리를 상대와 하대라고 하는데요. 한국 종은 상대와 하대에도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간혹 상대 위 종 테두리에 꽃잎모양 장식이 둘러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입상화문대'라고 합니다.


4. 소리

한국 종의 또하나의 특징은 가장 오래, 멀리 퍼져나가는 소리입니다. 한국 종소리의 비밀은 ‘맥놀이 현상’이라 하여 서로 다른 두 개의 주파수가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현상 때문인데요. 그 결과 종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마치 물결치듯 멀리까지 전달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 종은 종 아래를 우묵하게 파 놓거나 땅 밑에 항아리를 묻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종소리의 울림을 더 크게 하고 멀리 가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으로 한국, 중국, 일본의 종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제가 말씀 드린 내용은 각 나라 종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이 있지만 전반적인 특성은 거의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 이제 어디서 '동양 종'이 나오면 어느 나라 종인지 구별할 수 있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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