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선생 Dec 14. 2022

아바타, 인디언 학살에 대한 속죄일까?

미국인들의 무의식적 죄의식과 희망

<아바타 2>가 13년 만에 돌아옵니다. 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당대 최고의 CG기술이 집약된 SF대작으로 세계 역대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이죠. 행성 판도라의 환상적인 풍경과 신비로운 동물들, 자연과 교감하며 평화롭게 지내는 나비족의 모습을 구현한 CG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화로운 행성 판도라에 자원을 노린 사악한 지구인들이 쳐들어오고 지구인들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나비족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 그러나 나비족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아바타를 조종하는 군인 제이크 설리는 나비족에 동화되고, 제이크 설리와 몇몇의 조력자는 나비족과 손을 잡고 치열한 싸움 끝에 지구인들을 몰아내고 판도라를 지켜내는데...


<아바타>는 화려한 CG뿐 아니라 완벽한 세계관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두말할 필요가 없는 명작이자 대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 영화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문화콘텐츠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욕구가 투사되어 있습니다.


<아바타>에서 제가 발견한 미국인들의 욕구는 '속죄'입니다.

<아바타>의 스토리는 어딘가 익숙합니다. 문명국의 군대와 회사가 원시부족들의 땅을 침략하여 자원을 수탈한다, 예전의 지구에서 많이 일어났던 사건들입니다. 소위 제국주의 시절에 말이죠. 미국은 이 시절에 식민지 경쟁에 그렇게 열심히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아메리카 대륙을 '확보'하고 있었죠. 그리고 그 땅에는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서부개척시대'라는 꿈과 희망이 가득한 이름으로 부르는 그 시대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는 실로 끔찍한 시대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디언들은 백인들이 가져온 전염병과, 알콜 중독, 부족들을 이간시키기 위한 계략 등으로 서로 싸우다 죽어갔습니다. 강제이주에 저항하거나 맞서 싸운 인디언들의 죽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결과, 콜럼버스가 도착했을 때 3천만명으로 추산되는 인디언들의 인구(학설에 따라 500만에서 6천만까지 추정)는, 백인들과 인디언들의 마지막 전투였던 '운디드 니(1890)' 학살 즈음에는 25만명으로 급감합니다.


현재 인디언들의 후손은 미국 영토의 1.5%에 해당하는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땅과 역사, 문화, 언어와 전통을 잃어버린 채, 전통의상을 입고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면서 말이죠.


인류 역사상 최대의 부를 누리고 있는 미국인들의 마음 어딘가에는 그들이 절멸시켜버린 인디언들에 대한 죄의식이 남아있는 것일까요.

말?을 타고 활을 든 나비족

<아바타>의 나비족은 여러 면에서 인디언들을 연상케 합니다. 3미터의 키에 네 개의 손가락 푸른 피부의 외계인이지만 말입니다. 특히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나비족이 중장비로 무장한 지구인들에게 돌격하는 장면이나 자연과 교감하며 신비로운(?) 의식을 치르는 모습은 나비족이 인디언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에 확신을 더하는데요.


여차저차..해서 나비족은 침략자들을 몰아내고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습니다. 실제 역사와는 사뭇, 아니 엄청나게 다른 바로 이 부분이 제가 <아바타>를 미국인들의 속죄로 해석한 근거입니다. 실제였다면 세계수는 불타고 나비족은 전멸했으며 행성 판도라의 자원은 남김없이 지구인(미국인)들의 차지가 되었겠지요.


사실상 나비족 수준의 문명이 타 행성계까지 진출할 기술력을 가진 문명에 대항하여 승리를 거둔다는 설정은 무리수입니다. 선발대 격의 한두 부대를 막아내더라도, 또는 <아바타 2>에서처럼 행성의 또 다른 부족과 연합한다고 해도 '의지'를 품은 제국주의 세력을 저지하고 그들의 문명을 지켜내는 일은 아마도 불가능할 겁니다.

<아바타 2>의 수상족 '멧케이나'

나비족의 이크란과 활, 멧케이나의 외계날치(?)와 창이 제국주의 국가들의 기관총과 대포, 탱크와 증기선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름답기까지한 환상적인 CG나 식민지 국가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하는 사이다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아바타>시리즈의 메시지가 공허한 이유입니다.


더 기분나쁜 것은 이 시리즈에 담긴 오리엔탈리즘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서구의 비서구(동양) 지역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말하는데요. 서구인들에게 동양이란 말 그대로 '미개하지만 신비로운' 그런 곳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한마디로 말해 잘 모르지만 내 맘대로 이해하겠다는 태도죠.

신비롭기 짝이 없는 의식

나비족이 자연과 교감하며 행하는 신비롭기 짝이 없는 의식이나 <아바타 2>에서도 분명히 등장할 바다생물과의 교감, 그리고 멧케이나족의 신비로운 정신세계 같은 것들 말씀입니다. (사모아인들의 파이어댄스나 마오리족의 하카춤 비슷한 장면이 기대되는군요)


그러나 자연과의 교감과 신비로운 정신세계는 동양을 서구 제국주의에서 전혀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서구를 제외한 전세계가 아직도 식민지 시절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판도라 행성 나비족의 승리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타 문명에서 신비로움을 강조하는 것은 저들의 우월감을 강조하는 몹시도 게으르고 오만방자한 자세입니다.  신비롭다는 말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알고 싶지는 않다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제국주의 시대가 끝난지 70년이 지나도록 그들은 동양을 공부할 마음이 없는 것 같군요. 지구인이 아닌 나비족으로 살기를 선택한 제이크 설리처럼 비서구 지역에서 비서구인으로 살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제가 찾은 아바타 시리즈의 유일한 긍정적인 메시지는 희망입니다. 나비족이 사는 행성의 이름이 '판도라'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서구문명으로부터 시작된 개척과 개발로 자연은 차근차근 파괴되었고 우리는 지구온난화와 환경재난이라는 그 결과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서구인)들은 인디언들을 죽이고 자연을 파괴한 역사를 속죄하고 이 지구에 새 희망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누릴 거 다 누리고 뽑아먹을 거 다 뽑아먹은 서구 열강이 환경파괴에 대한 청구서를 식민지배를 받느라 발전의 기회를 잃어버린 비서구 국가들에게 청구하는 현실에 판도라의 상자 안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희망도 경악할 듯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통령과 드라마, 그 두 번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