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은 첫 문장을 끄집어내는 데 꽤나 어려움을 겪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근사한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무슨 얘기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두웠던 저녁 하늘은 어느새 모니터 화면처럼 하얗게 변해있다.
밤새 모니터의 깜빡이는 커서와 씨름하다 보면 퍽 슬퍼진다. 몇 자 쓰다 지우고, 또 쓰다 지우 고를 수십 번 반복하다 보면 '이 짓도 못할 짓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난 뭐랄까, 글 쓰는 재주도 없는데,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았니. 그냥 접자. 접어.' 라거나 '야, 너란 놈은 정말, 왜 사서 이 고생이냐? 그냥 게임이나 하는 게 정신건강을 위해 낫지 않을까? 진지하게 조언한다.' 같은 마음속의 말들이 나를 괴롭힌다. 이건 사실이다. 너무나 사실이라서, 뼈를 때리는 말이라서 달리 대꾸할 말도 없다. 그렇다고 쓰기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고? 쓰고 싶으니까.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
첫문장이 나오지 않아도, 글이 잘 써지지 않아도 내가 '포기는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사실, 세상에는 어려운 일을 쉽게 하는 많은 방법은 아주 많다. 당장 유튜브에 '에세이 잘 쓰는 법'만 쳐봐도 첫 문장부터 막히는 나 같은 사람들이 볼만한 영상이 수십 개는 뜬다.
이렇듯 어려운 글쓰기를 쉽게 하게 해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첫 문장에 대해 고민했던 내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자주 사용하고, 앞으로도 사용할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모방'이다.
일단 '모방'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누군가의 것을 무단으로 베끼기나 혹은 허락 없이 커닝하는 그런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 딱히 정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삶에 자체가 시작부터 끝까지 '모방'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들으며 말을 배운다. 또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 하면서 사용법을 익히게 된다. 자연스럽게 '모방'하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유명한 작가는 고전 명작을 쓴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그것에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작가는 고전 작품을 필사하며, 그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어 연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포츠도 비슷하다. 홈런을 잘 치기로 유명한 어느 야구 선수도 기본적인 베팅 폼을 배웠을 것이다. 그것 또한 큰 의미 모방이다. 무언가를 치는 여러 자세 중, 가장 효율이 좋다고 과거부터 전해진 기본적인 자세. 그것을 배우는 것, 즉 과거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다. 거기서부터가 아마도 그 야구 선수가 자신의 실력을 발전시키는 시작점이 되었을 것이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도, 농구도, 그리고 아이스하키까지도 거의 모든 스포츠의 시작점은 '기본동작'을 모방하는 것일 테다. 그 동작은 '기본기'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 넘게 죽지 않고 살아온 동작이다. 고로 우리는 삶을 살든, 글을 쓰든, 운동을 하든, 거기에서 무언가 남들만큼의 기본은 해내려면, 우선 누군가 예전부터 닦아놓은 길을 잘 관찰하는 능력과. 그것과 얼추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잘 관찰하고, 따라 할 수 있는 능력.' 그렇다. 그것은 능력일 것이다.
대충 흉내라도 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내가 처음 할 일은 쓰고 싶은 분야의 누군가 이미 쓴 글을 읽는 것이었다. 이후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도 첫 문장은 잘 나오지는 않지만, 적어도 첫 문장이 나오지 않아서 글 쓰는 걸 포기하게 되는 일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구글 스칼라, 그러니까 구글 학술검색 사이트에 들어가면 검색창 밑에 이런 말이 적여 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 아이작 뉴턴'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정성스럽게 써놓은 수 편지지 위에 살고 있다. 거기에는 선현들이 써놓은 인생의 실수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자손들은 나보다 더 잘 살 았으면 하는 마음들이 적혀 있다. 아마도 그것이 인류는 더 성장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그 조언을 아로 새길 수 있다. 어느 정도 내 것으로 만들고, 익힐 수 있다.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생긴다. 그것이 요점이다. 첫 문장이 나온 것이다. 그 하고 싶어진 말을 적는 것부터가 글쓰기의 시작일 것이다.
'에세이란 자고로 내 머릿속의 생각을 적어 내려 가는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장담하건대 첫 문장 쓰기는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는 좀체 글쓰기의 진도를 뺄 수 없다.
누군가 그랬다. 거대한 바다에서 한 바가지 퍼내는 게 그게 글이라고.
도서관으로 가자. 그러고 나서 쓰고자 하는 주제와 가까운 책, 흥미 있는 책을 읽으며 한 바가지의 물을 퍼올려보자. 거기서부터다. 그게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