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위를 덮어줘서 '위로'

사람: '위로'와 관련된 이야기들 后

by 오늘이



'위로'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내가 생각한 '위로'는

상처 위에 소독약을 발라주듯

다른 사람의 상처 위를 덮어주는 것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당사자의 시간이 흘러야 하고
세포들이 열심히 일을 해야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마르라고
상처 위로 호오- 바람을 불어주는 것

깊은 지하까지 내려간 사람을
'위로' 올려주는 것

무슨 말로 위로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손 '위로'
당신의 따뜻한 손을 포개어주는 것

당신이 그 사람보다
살짝 '위로' 올라가
크게 안아주는 것.


있는 힘껏 꼭 안아주는 것





위로( 慰勞, consolation)

: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위로하다'는 뜻을 찾아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이 단어가 처음부터 공감을 요하는 현대의 정서가 아니었다는 것.


慰 한자를 분해해 보면, 尉는 누르다, 心은 마음을 뜻한다.


尉의 원뜻은 고대 중국의 무관(장교) 또는 형벌·질서·통제를 담당하던 관리로, 폭력·혼란·공포를 억누르고 정리하는 역할을 뜻했다. 고로 이 한자에는 위계질서가 담겨 있다. 그 옛날, 감정의 평등은 없었으며, 아랫사람의 슬픔은 '처리대상'이었다.


슬픔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옛말의 기본 구조상 감정은 개인의 수양 문제였고, 타인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즉, 감정은 관리 대상이지 상호 교환대상이 아니었다.


역사 속 감정 처리 방식은 이처럼 슬픔은 참는 것, 분노는 억제하는 것이며, 고통은 내면화하는 것. 감정을 쏟아내는 행위는 수양을 실패한 것이고, 남에게 기대는 감정은 미성숙한 거라고 봤었다. 그래서 마음을 말하고, 듣는다는 뜻의 고유 동사가 윤리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형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근대 이후, 사회 권력 구조와 통치 방식의 변화로 의미변화가 일어났다. 즉, “위에서 아래로 안정시키는 행위”에서 “개인이 개인에게 감정을 공감해 주는 말”로 이동한 것이다.


19세기말~20세기 초 근대 전환기에 '개인'이 탄생했으며, 슬픔은 더 이상 통치 대상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 상태가 되었다.

두 번째는 기독교와 서구 문학의 영향으로 "슬픔을 말해야 한다", "타인이 들어야 한다", "공감은 도덕적 행위". 이런 관점이 들어오고, 인물의 내면 독백이 증가했고, 슬픔을 말로 나누는 장면이 반복 노출되면서 慰가 권위의 언어에서 윤리의 언어로 이동되었다.

세 번째, 서구 개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위로, 위안 같은 단어들이 새 의미를 덧씌운 채 재사용했다 한다. 이런 역사를 거쳐 위계성이 사라지고, 공감이 기본인 정서적 행위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영어 console은 라틴어 consolārī에서 왔다고 한다.

con- (함께, 완전히) + solārī (위로하다)

근원에는 라틴어 solus (홀로인)이 있다.

“혼자(solus) 있는 상태를 함께(con) 덜어주다”


유튜브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위로는 곁에 있는 것부터 시작된다. 가수 권진아의 노래 <위로>의 가사를 읽어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나를 안아주려 하는 그대 그 품이 나를 잠재우고 나를 쉬게 한다

위로하려 하지 않는 그대 모습이 나에게 큰 위로였다

나와 걸어주려 하는 그대 모습이 나를 웃게 하고 나를 쉬게 한다

옆에 있어주려 하는 그대 모습이 나에게 큰 위로였다

나의 어제에 그대가 있고, 나의 오늘에 그대가 있고, 나의 내일에 그대가 있다


tvN <유퀴즈>에 출연한 개그맨 박미선 님은 연락 없이 갑자기 빵이나 물김치 등 먹을 것들을 사들고 집으로 오는 친구, 심심하지 않냐며 전화로 한참 수다 떨어주는 친구, 오늘 어떠냐 묻는 것이 아니라 그냥 툭, 일상에서 생각났다며 연락 오는 친구가 도움과 큰 위로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유튜브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에 게스트로 출연한 개그맨 정선희 님도 비슷한 '위로'의 순간을 언급했다.

"언니가 주는 위로가 좋았던 이유가
한 번도 내 문제에 핵심으로 접근을 하지 않고,
'오늘 뭐 먹었어' '오늘 뭐 봤어?' 같이 항상 일상을 얘기해 줘서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을 거 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간 많이 들어간 순대 먹을래?’, 'ㅑㅑ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에이스 크래커 우유에 푹 적셔 먹고 자!'


이처럼 위트 섞인 말들로 곁에서 툭툭 털어주는 것으로도 큰 위로가 돤다.

그리고 이런 순간의 웃음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다시 꺼내고 꺼낼 때마다 똑같이 웃음 스위치가 켜진다. 강한 파워를 가진, 평생 가는 위로가 된다.



사람들은 문학작품이나 그림, 음악, 영화 등 예술 작품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위로를 느낀다.


몇 년 전에 강세형 작가의 에세이 <희한한 위로>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다, 잘될 거야." 이 말에 나는, 진심으로 위로받아본 적이 있던가?


이 책에서 '위로'는 조금 더 능동적인 표현으로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내가 위로를 '발견'하는 건 아닐까."


작가님은 위로를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무심한 작은 배려 하나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기나 하고 싶어 틀어놓은 코미디 영화가 뜬금없이 날 감동시키기도 하"니까.


내가 찾은 '위로'를 조금 더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시집

1-1.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 서덕준

이 시인은, 작가 소개에서부터 우리에게 위로를 주고자 한다. 본인은 사람의 체온에 맞는 시를 쓰는 시인이며, 본인의 시와 '위로'가 동의어가 되길 바라며 시의 치유력을 믿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가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래서 도저히 읽기 힘든 시들도 있었고, 나의 마음과 같다는 '공통감'에서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시들도 많았다. 이 시를 읽어보고 싶다면 꼭 자연의 계절이 아닌, 개인의 상황의 '초가을'일 때 읽었으면 좋겠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고요하기도 쓸쓸하기도 한적하기도, 적적하기도 한 그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2.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산다> - 양광모

위의 시인이 본인의 시가 '위로'와 동의어가 되길 바랐다면, 이 시인은 독자들이 '시'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특히 이 시집은 '인생시집'으로, 그동안 쓴 1,600여 편의 시 중에서 지혜의 나침반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고 전한다. 시인은 독자들에게 위로해 주고 싶고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어 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인생의 어려움이 있는가, 막막하다고 느낄 때 이 시집을 가슴에 품고 언제든 읽었으면 한다.

양광모 시인의 시는 내게 정말 따뜻한, 넓은 품으로 말없이 그냥 안아주는 어른 같다. 나에게 뭘 묻지 않고, 나도 별 말 하지 않고. 그냥 날 것의 나를 받아주는 느낌. 그래서 어쩌면 이 시집 속으로 도피하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글자가 되어 이 시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렇게 책으로 탁 접혀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 세상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 모든 것들이 있다. 그럼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은 얼마나 내 취향저격으로 아름다울까.


1-3. <마중도 배웅도 없이> - 박준

이번 시집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상실과 이별,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을 섬세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한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들이닥치는 것들”이라는 표현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화와 상실의 정서를 강조한다.

이 시집은 독자의 슬픔을 위로하려 들지 않는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함께 앉아 조용히 등을 내어주는 시집이다. 박준은 언제나 덜 말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울림을 전해왔다. 우리가 읽어내야 할 것은 말하지 않은, 그러나 너무나 많은 말들로 넘실거리는 그 모든 여백일 것이다. - 이제니 시인 추천사


2. 소설

2-1. <초록은 어디에나> - 임선우

책 속에서 한 줄을 고르자면, “이상한 여자가 전해주는 이상한 방식의 위로다.”

의견 하나 말하는 데도 조심할 것도 많고 존중할 것도 많고 이래저래 따져야 할 것 많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물질로 연결감을 충족시키지만, 그 안쪽, 더 깊숙한 만남까지의 진전이 귀한 요즘. 사회의 연결을 원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단절되어 있는 듯한 시대의 필요한 소설 같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될까? 슬픔이 나뉠까?


슬픔에는 전염성이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요즘 '슬픔에 대해 가장 강하게 생각했던 건, 누가 자꾸 다른 사람의 슬픔을 자기의 먹이로 삼으려고만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면, 내 슬픔을 말하면 서로 자기 슬픔을 얘기한다. 배틀처럼. 또는 "야, 다들 그러고 살아." 라거나.


경쟁이 기반인 사회에서는, 내 약점을 남에게 함부로 오픈하지 말라는 게 기본이다. 그럼에도 결국 그런 믿음이 깔린 만남이라는 건, 서로가 약점 하나씩 거래한 거지 않을까. 드라마 <은수 좋은 날>에서도 이런 대사를 말한다.

기억해 둬요. 남의 약점을 잡는다는 건 그쪽도 약점이 생긴다는 거니까.
<은수 좋은 날>, 2회

이 소설도 결국 비밀등가교환을 통해서 만남이 이루어진다. 슬픔과 건강의 만남은 아니었다는 거.

그러나 이 소설 속 주인공들도 서로 각자의 아픔을 가진 채 만나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된다. 다행히 슬픔과 슬픔이 만나서 함께 희석된다.

이 소설은 내가 울었다는 것, 진짜 오로지 책의 스토리로만 눈물이 났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았다.


2-2.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된다는 걸 귀여운 동화처럼 설명해 준 책. 소년은 길을 잃고 외로이 눈 덮인 설원을 헤매던 중 동물 친구들을 만나며 집을 찾는 여정을 나선다. 책을 통해 위로를 주는 책들은 많지만, 요즘 책에게 많이 의지를 하는 편이라, 더욱 애착이 갔던 문장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삭이고 묵히고 덮어가며 해결해 가는 내게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랍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도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줘'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너 자신이 정말 강하다고 느낀 적은 언제야?" 소년이 물었습니다.
"내 약점을 대담하게 보여 줄 수 있었을 때."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말이 말했어요.
"그건 포기를 거부하는 거지."


2-3. <프랭키> - 요헨 구치, 막심 레오

인간어를 할 줄 아는 고양이 프랭키.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설명해 준다. '버려진 집'에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고. 천장에 밧줄을 매달고 ---- 프랭키에겐 재밌는 장난감이자 멋진 끈이다.

그 남자는 프랭키와 눈이 마주치자 프랭키에게 뭔가를 집어던졌고, 프랭키는 그것에 맞아 기절했다. 그렇게 남자의 자살을 우연히 방해하고 그 집에 눌러앉게 된 프랭키.

리하르트 골드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폐인이 되었다. 말하는 고양이의 등장에 드디어 자신이 미쳐버린 게 아닐지 의심까지 하게 된다. 프랭키를 돌보라는 수의사의 말에 어쩌다 보니 함께 지내게 된 둘의 관계. 프랭키는 술에 절어 움직이지 않는 골드를 움직이게 한다.


3. 심리학

3-1.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위로와 공감은 세트’

이 책에서는 공감하는 법을 알려준다. 리스너들에게 도움이 될 지침서.

공감은 내 생각, 내 마음도 있지만 상대의 생각과 마음도 있다는 전제하에 시작한다. 공감은 상대방이 깊숙이 있는 자기 마음을 꺼내기 전엔 그의 생각과 마음을 나는 알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해, 똑같이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가 그럴 수 있겠다고 기꺼이 수용되고 이해되는 상태다.


공감 위로
그때는 내 눈길이나 숨결, 신음 같은 한숨 등이 말보다 더 또렷한 말이 된다. 내 고통에 진심으로 눈을 포개고 듣고 또 듣는 사람, 내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



위로는 인간만의 영역이 아닌 것. 책이. 음악이. 동물이. 식물이. 바람이. 땅이 우리 곁에 있어준다. 묵묵히.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를 느낄 수 있다. 내 위에 있을 그 어떤 것들이 날 위해 존재한다. 그 느낌이 내게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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