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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도영 May 26. 2019

너무 예뻐서 샘이 나

여행 소회 (16) -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가느다랗게만 보이는 두 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클래식한 철제 상자가 난 영 못 미더웠다. 심장이 곰돌이 젤리처럼 쫀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손잡이를 꽉 잡고 힐끔 창문을 내다봤다. 마을의 집들이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거대한 호수의 면적이 눈에 잡혔다. 수채물감을 슥 하고 발라둔 듯 고요한 수면이 반질반질하게 보였다. 그 사이 집들은 다 함께 작아져 옹기종기 한데 뭉쳐졌다. 감탄하며 재잘대는 우리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꽤 높이 올라왔는지 폭신 거리는 구름이 나무 끝에 걸려 있었다. 알프스 소녀의 근무 환경이 이런 걸까. 지나치게 아름다우면 얼굴이 심각해지는 못된 버릇이 있는데, 이 날 찍힌 사진은 지금도 미간에 인상을 잔뜩 쓰고 있다.



너무 예뻐서 샘이 나


아름다운 것에 쉽게 감탄하는 엄마가 말했다. 이해가 가는 시샘이었다. 가까이에서 본 할슈타트의 호수는 전체가 하나의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뱃머리에 물결이 차르르 깨져 에메랄드 결정처럼 흩어졌다.



8월의 태양빛도 그대로 마을에 내리 꽂혔다. 건물과 호수에 성급히 떨어진 빛들은 산산조각이 나 지붕 위로 내려앉았고 깨진 조각들은 호수 위를 둥둥 떠다녔다. 마을 전체가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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