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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도영 May 19. 2019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나는 바빴다

여행 소회 (15) - 태국 빠통



점점 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현지인들도 저녁거리를 사러 가는지 관광객들과 엉켜 길은 분주했다. 구름에 걸친 전선 사이사이만큼이나 빼곡하게 오가는 사람들과 조금씩 부딪혔지만 마음을 설렜다. 태국 빠통의 반잔 시장은 낮에는 건물 안에서 과일 위주의 판매를 하는 곳이지만 퇴근 시간인 오후 5시가 넘어가면 야시장이 오픈한다. 생선이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가 코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춤을 췄다.



본격적으로 야시장 골목에 들어서자 작지만 강렬한 테이스티 로드가 열렸다. 고기와 생선이 직화로 타닥타닥 구워지는 소리와 시장 상인들이 목청껏 외치는 알 수 없는 태국어가 양쪽 귀에서 사운드를 켰고 뜨거운 불길에 바로 구워지는 꼬치의 냄새와 동남아 생선의 화려한 비주얼에 내 시선은 좁은 골목 안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친절해 보이는 상인더러 예쁘게 생긴 빨간 생선 꼬치를 하나 구워달라 부탁했다. 더운 지방 생선이라 그런가 속없이 느긋하게 꼬치가 익어가는 동안 나는 카메라 든 손을 만지작 대며 옆 노점상의 주력상품을 스캔했다. 왼쪽 집의 주꾸미 같은 것에 탐을 내다 이미 바삭하게 구워진 뒷집의 바다 생선도 반드시 사 먹어야겠다는 결심을 하느라 그냥 서있기만 해도 나는 바빴다.



그 사이 주인이 내게 다 구워진 꼬치를 내밀었다. 맛있을까? 생선치곤 꽤 생소한 붉은 빛깔에 의심도 하고 있던 차였다. 베어 물었다. 부드럽게 갈라지는 생선살은 입안에서 오래 머물질 못했다. 쉽게 꼴깍하고 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다음은 저거



아까부터 탐이 나던 생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처음 본 여행자를 유혹하느라 가게 화로의 불길이 반갑게 손을 휘저었다. 오감이 방금 잡힌 생선마냥 펄떡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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