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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시작합시다

<주간 나이듦> 여섯 번째, 운동 함께 해요~

by Soo


노후를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 두 가지.

국민연금, 그리고 근력


최근에 들었던 말 중에 가장 큰 울림을 준 말입니다.

여기서 운동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나의 운동기 나갑니다. 숨쉬기 운동 외엔 모든 운동을 피하고 싶은 나란 인간이 도전했던 운동들입니다.


처음 한 운동은 헬스였다.

원래 ‘운동=헬스’라는 공식이 머리에 있었다. 헬스장 프랜차이즈 붐이 불었고 등록비용도 깜짝 놀랄 만큼 저렴했다. 망설이지 않고 6개월 결제.


어깨너머 배운 대로 러닝머신을 뛰고 스쿼트, 데드리프트 같은 근육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조금 타는 정도의 가벼운(?) 코스를 슬렁슬렁하고 뿌듯하게 샤워 후 귀가. 러닝머신과 자전거는 살이 빠진다고 들었는데 시간을 늘리면 늘릴수록 발목과 무릎만 아팠다. 스쿼트에 무게를 올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무게를 올리다가 어느 날 삐끗한 허리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병원에서 혼나며 배운 사실, 틀린 자세로 운동을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점. 스트레칭과 정확한 동작이 안 되니 엉뚱한 관절과 척추에 무리가 갔다는 사실을 듣고 몇 달간 헬스장에서 보낸 시간이 허무해졌다. 헬스는 좋은 운동이지만, 좋은 트레이너와 함께 해야 한다. 무턱대고 인터넷이나 TV 따라 하다간 큰일 나는 수가 있다.


요가

거북목이나 디스크가 있는 사람에게 강추한다. 요가는 대부분 척추를 쭉쭉 늘리고, 관절도 부드럽게 사용하는 운동이라 컴퓨터만 붙들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나는 유연성과 근력이 둘 다 없어서, 초반에 선생님의 자세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다행히 처음 만난 요가 선생님은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버틸 수 있는 곳에서 호흡을 천천히 두세번하고 내려오면 된다. 옆사람이 몸을 폴더처럼 촥촥 접어도 의식하지 말고 내가 얼마큼 갈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요가는 선생님의 지도가 매우 중요하다. 요가복들이 몸에 딱 달라붙는 건 몸매 자랑을 하라는 이유가 아니라, 한눈에 내 자세를 보라고 그런 거다. 전신 거울은 앞머리 만지는 용도가 아닌, 척추를 제대로 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자세가 이상하게 틀어지는 순간 번개처럼 달려와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오래 함께 운동하시라. 앞에서 동작 설명한 하는 선생님이라면 그냥 집에서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필라테스

여성들에게 필요한 코어 근육을 사용하게끔 해 주는 운동이다. 스스로 펴지지 않는 근육도 도구를 이용해 조금 더 펼 수 있고, 자세가 틀어지는 걸 도구가 막아주기 때문에, 막 뛰고 달리지 않는데도 땀이 줄줄 난다.


나는 허리 아랫부분 정확히는 3번 4번 척추뼈 부근이 경직되어 있어 스쿼트 같이 허리를 써야 하는 자세가 되면 중심을 못 잡는다. 필라테스의 기구들을 이용하면 아픈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고 스쿼트와 유사한 동작들을 해 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이 운동도 요가처럼, 옆사람 쫓아가다가 한의원 단골이 될 수 있다. 내 몸에 집중해야 한다.


수영

물놀이처럼 할 수 있는 스포츠였다. 사실 신혼여행으로 하와이까지 갔는데 바다에서 수영을 못해본 것이 한으로 남아 시작했다. 튜브 없인 물에 들어갈 수 없는 맥주병을 벗어나고 싶었다.


수영을 그만두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수영은 정말로 운동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 그리고 즐겁다. 단, 즐거운 나머지 기운이 쭉 빠질 때까지 수영장을 돌다가, 집에 가는 도중 폭식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저렴하게 수영을 배우려면 지역 구민센터가 최고지만, 선배 할머님들의 군기가 태릉선수촌 저리 가라다. 수영모랑 수영복도 맞춰 입으시고, 신입이 들어와서 자신들보다 빨리 월반하거나, 선생님이 예뻐하기라도 하면 무섭게 화를 내신다. (엉엉) 무서운 할머니들을 피하려면, 조금 비싼 스포츠센터의 수영강좌를 이용하는 방법을 권한다. 전문 센터들은 위생 관리도 잘 되고, 강사님들도 관리하는 수강생들이 적어서, 좀 더 성의껏 봐준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운동이든 공통점이 있다.

내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어디가 자주 뭉치는지, 유연성은 얼마나 되는지, 조심해야 하는 관절이 있는지 알고 나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수시로 거울을 보며 반듯한 자세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살핀다. 옆사람은 절대 의식하지 말고, 계속 나에게 집중한다. 처음 배우는 종목은 선생님이 얼마나 자세를 잘 잡아주는지도 중요했다.


어떤 운동이든, 나에게 맞는 운동 하나를 일주일에 두세 번은 꾸준히 해보시라. 나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내 가족들을 위함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운동은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해결해야 한다. 침대에서부터 거리가 멀면 멀어질수록 운동을 안 가게 된다. 내가 그렇다.


운동을 하면서 내가 알던 나와 현실의 나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남들보다 고관절이 반밖에 움직이지 않는다, 허리 아래쪽이 펴지지 않는다, 근육이 없고 잘 붙지도 않는다. 그래서 남들이 폴더처럼 허리를 접을 때 그 절반밖에 못 했고, 남들이 일주일 만에 완성하는 평영 발차기는 한 달이 걸렸다. 최선을 다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남들만큼 하려 했더니 다치기 시작했다.


허리 좀 안 내려가면 어떻고, 발차기 좀 느리면 어떤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정확한 동작을 유지하면 되지. 운동이 지독히 싫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가장 큰 매력. 좀 늦어도 제대로 된 동작을 하면 된다.


삶과 비슷하다.

남들과 좀 다르면 어떤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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