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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을 합니다

<주간 나이듦> 다섯 번째, 운동하며 인생을 배웁니다

by Soo

“세 번 심호흡하고 가실게요.

하나

셋”


최근 시작한 필라테스 수업, 상냥한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호흡을 정리한다. 필라테스 새싹인 나는 수업 따라가기가 버거울 때가 많다. 남들은 멀쩡하게 되는 자세가 나는 좀처럼 되지 않는다든지, 똑같이 제자리 뛰기를 해도 나만 숨을 몰아쉰다. 그러면 선생님은 여지없이 심호흡을 시킨다. 처음엔 ‘세 번의 호흡으로 뭐가 달라져?’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세 번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는 동안 내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운동하며 많은 걸 배운다. 동작과 동작 사이에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듯, 나는 삶에 숨 고르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했던 내게 선배님이 지나가다 한마디 툭 던졌다.


“차도 2만 킬로 뛰면 점검받아.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니? 쉬어가며 해라.”


목표한 지점에 다다르기 전에 쉬지 못했던 성격 탓에, 건강을 잃은 적도 있고, 사람을 잃은 적도 있었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만 듣고 자라온 사람인지라, 사실 지금도 ‘쉰다’는 행위가 자연스럽지 않다. 단지, 몇 년 전부터 의식적으로 가끔 행동이나 생각을 멈추고 있다. 내 나름의 쉬는 시간이다. 멈춰서 나는 지금 괜찮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앞을 보세요.

그렇게 발밑만 보니까 자꾸 고꾸라져요.”


동작이 힘들다. 근육을 쓰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균형감각도 떨어진다. 동작이 조금만 어렵다 싶으면 여지없이 시선은 발아래를 보며 넘어지지 않으려 비틀댄다.


어려운 동작일수록 고개를 바로 들고, 저 멀리를 응시해야 하는데 좀처럼 되지 않았다. 선생님의 설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계속 발아래만 보고 있는 나. 자연히 등이 점점 꼬부라지고 중심을 잃는다. 이래선 운동이 안 된다. 자칫 다칠 수도 있고.


계속 그렇게 달려왔던 거 같다. 어디로 가야 한다는 방향을 생각하지 못하고, 바로 앞만 보며 넘어지지 않으려 바둥댄 시간이 길었다. 몸에도 근력이 필요하듯,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 없이 달려왔기에, 나는 그렇게 넘어진 채 일어날 수 없었나 보다.


“누구나 같은 각도로 관절이 움직이는 건 아니에요.

이 정도만 하셔도 충분해요.”


남들이 다 되는 자세가 안 돼서 자꾸 넘어지는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선생님이 날 불러 세웠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어깨, 허리, 고관절을 천천히 점검해 주었다. 고질병인 어깨와 허리가 어디까지 움직이는지, 예전에 한 번 다친 적이 있는 오른쪽 고관절도 유심히 보더니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수희님이 하실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니까, 여기까지만 해보도록 해요. 서두르시면 다쳐요.”


몸 여기저기가 뻣뻣하고 운동 능력은 마이너스인 주제에, 사람들과 나란히 서면 이내 낙오되기 싫은 마음이 발동한다. 선생님은 나 같은 사람을 많이 봐온 양, 할 수 있는 만큼! 에 힘을 주어 말했다.


운동하면 건강을 얻는다. 그리고 덤으로 이것저것 얻고 있다. 내 고관절이 조금 좁은 각도로밖에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아니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 남들과 다른 건 당연하다는 사실. 운동이 내 몸 상태를 체크한 후 시작하듯, 인생도 내 마음 상태를 체크하며 걸어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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