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멀리 문구점 까지 갔다 돌아오는 길, 이것 들었다가 내려 놓고 저것으로 마음 먹었다가 바꾸고 오래 지체한 걸까, 강 옆 산책로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어두움이 내려앉고 있었다. 승호는 자전거를 타고 쉬이 가고 준호도 퀵보드를 굴리며 곧잘 따라 가지만 아기는 울기 시작하고 한호도 다리 힘이 풀어지고 있었다.
바람을 피해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는 아기띠로 얼른 규호(6개월)를 업고 얇은 담요를 덮어 씌운 다음 한호(5세)를 유모차에 앉혔다. “한호야 힘내. 다왔어 다왔어” 할 것 같은 엄마가 너무 큰 호의를 베푼 걸까 뜻밖의 은혜에 한호는 신이 났다. 천천히 걷다가... 간격이 벌어지는 앞선 형들을 좇기 위해서 그리고 멀리 데려온 미안한 마음까지 얹어 속도를 올리며 달리면 한호가 웃고 웃고 웃고... 나는 힘을 내 경쾌한 목소리로 하나 둘 하나 둘 구령까지 외쳤다.
업고 밀고, 걷고 뛰고 초라한 모양이지만 “이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니까”라고 마음 속으로 말하면서.
#브런치 북 #아들만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