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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잃어버린 ‘어른’의 의미를 찾아서!

다큐 <어른 김장하> 김현지 감독, 김주완 기자

by 오뉴 Nov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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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받고 싶은 어른이 부재한 사회, 본받을 대상이 사라진 이 세상에서 진정한 어른을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올해 1월 TV 방영 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다큐 <어른 김장하>는 우리 주변에 사라진 것 같은 참된 어른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극장에서 또 한 번 만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의 평범한 한약사이자 60년간 지역사회를 위해 김장하 선생을 영상으로 담은 김현지 감독과 극 중 선생의 삶을 안내한 김주완 기자는 ‘큰 어른은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며,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했습니다. 



| 큰 어른을 영상으로 담기 위한 노력! 

(왼쪽부터) 김주완 기자, 김현지 감독 ⓒ 권영탕 포토그래퍼(왼쪽부터) 김주완 기자, 김현지 감독 ⓒ 권영탕 포토그래퍼


Q. 11월 15일 극장 개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김현지 감독: 방송 PD로서 시청자를 직접 만날 기회는 별로 없는데, 상대적으로 이번 개봉을 통해 관객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생겨서 좋아요. 생각보다 더 많은 관심과 만나는 분마다 좋은 말씀을 해주니 힘이 나더라고요. 이게 다 김장하 선생님 덕분입니다. 


김주완 기자: 유명한 분들을 너무 많이 봐서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무쪼록 많은 분이 이 작품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Q. <어른 김장하>는 올 한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지 감독: 어느 술자리에서 함께 자리한 관계자분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우리 이사장님을 꼭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처음엔 허풍인 줄 알았죠. 근데, 찾아보니 너무 훌륭한 분이라 당연히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기획서를 제출했어요. 근데, 인터뷰 촬영을 절대 안 하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이 난관을 헤쳐 나갈 방법을 찾다가 김주완 기자님이 오래전부터 선생님 취재를 해오셨고, 기자님을 통해 김장하 선생님 주변을 탐문하는 형식으로 가져가기 위해 협업을 의뢰 드렸어요. 


김주완 기자님은 제가 예전부터 존경하는 선배님이셨고, 개인적으로 봤을 때 선생님과 기자님이 삶이 겹쳐 보였어요. 꼰대를 혐오하는 시대에 멋지고 훌륭한 어른이 또 다른 어른의 삶을 추적한다는 내용으로 오염된 ‘어른’의 본래 뜻을 되살리고 싶었거든요. 그 기회를 두 선생님이 열어주신거죠.



ⓒ 권영탕 포토그래퍼ⓒ 권영탕 포토그래퍼



Q. 그래서 기자님의 뒷모습을 자주 비췄군요. 

김주완 기자: 영상 작업은 처음이라서 낯설었어요. 인터뷰와 상관없이 자꾸 걸어보라고 하고, 뭘 그렇게 많이 찍는지. 그럼에도 감독을 믿었어요. 처음 협업 제안이 왔을 때 조금 미심쩍어서 많이 찾아봤거든요. 제가 검색에 좀 재주가 있어서. 근데, 진정성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었더라고요. 그래서 같이하자고 했죠. 당시 김장하 선생님의 책 ‘줬으면 그만이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협업을 통해 저는 책을, 감독은 다큐를 완성하는 걸로 하고 모든 자료를 공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상 작업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촬영을 어떻게 하는지, 인서트 컷은 왜 찍는지 관련 질문을 많이 했죠. 이왕 찍는 거 잘하면 좋으니까. 



| 이 시대 <어른 김장하>가 주는 의미는?

다큐 <어른 김장하> 포스터 ⓒ 시네마달다큐 <어른 김장하> 포스터 ⓒ 시네마달



Q. 김장하 선생님은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난 사람으로서 어쩌면 도전이자 마지막 매듭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김주완 기자: 이미 1991년에 선생님에게 인터뷰 거절을 당해본 경험이 있어요. 세월이 흘러 2015년 다음 포털에 허락 없이 김장하 선생님의 글을 작성해 올렸고, 큰 반향을 일으켰죠. 하지만 허락 받지 않고 올린 터라 마음 한구석에 죄송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는 분들에게 조언과 용기를 얻어서 그 해 남성당 한약방을 찾아가 뵙고 사과도 드렸어요. 이후, 선생님과 관련된 모임이나 행사에 자연스럽게 참석하게 되었고, 그때 기록물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침표를 이번 다큐를 통해 찍게 된 것이죠. 


김현지 감독: 일단 선생님에게 인터뷰 촬영 허락을 받은 적은 없어요. 기자님과 함께 찾아가서 자연스럽게 촬영했고, 그렇게 1년을 하다 보니 선생님이 그냥 놓으신 것 같아요. (웃음) 워낙 사람을 내치는 분은 아니니까 다행이었죠.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촬영을 한 건 지역사회에 큰 역할을 한 어른을 기록한다는 의의 때문이었습니다. 



ⓒ 권영탕 포토그래퍼ⓒ 권영탕 포토그래퍼



Q. 기존 TV 방영 버전과 달리 이번 영화 버전에서는 김주완 기자에 대한 소개가 먼저 이뤄진 후, 김장하 선생의 과거를 쫓아가는 형식을 취했는데요. 이런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현지 감독: 처음 방송 버전을 만들 때는 김장하 선생님에 대해 잘 모르니까 좀 더 설명적인 부분이 많았어요. 워낙 좋은 일을 많이 하셔서 편집에 애를 좀 먹었죠. 영화 버전은 관객에게 몰입감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기존 나열 구조가 아닌 관객이 김주완 기자님에게 이입해서 선생님의 과거를 찾는 미스터리 구조로 변경했어요. 그래서 초반에 김주완 기자님의 이야기를 전면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죠. 숨으려는 자와 찾아내려는 자의 추격전(?)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습니다. 


김주완 기자: 솔직히 영화 버전은 좀 부담스러웠어요. TV 버전보다 제가 더 부각되어서 민망하고, 자칫 선생님 이름에 기생해서 빛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고요. 그런 점에서 감독이 균형을 잘 맞춘 것 같아요. 



ⓒ 권영탕 포토그래퍼ⓒ 권영탕 포토그래퍼



Q. 영화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균형감인 것 같아요. 워낙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분이기 때문에 자칫 우상화에 빠질 법도 한데, 그런 함정을 잘 피해서 끝까지 내달리는 연출이 빛났습니다. 그만큼 어려웠을 것 같고요. 

김현지 감독: 촬영할 때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절대 자신을 우상화하지 말라고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김주완 기자님을 섭외했죠. 김장하 선생님이 한 업적을 보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에 따른 질문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오랫동안 지역 언론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하고 사회의 이면을 보는 냉철한 시각을 가진 기자님이라면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 김장하 선생님이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 지역신문 관련해 날 선 질문을 하는 걸 보면 이를 알 수 있죠. 참고로 음악도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빼달라고 했고, 촬영도 슬로우 장면은 넣지도 않았어요. 


Q.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은 60년을 한약사로, 독지가로 살아온 한 인간의 고난과 아픔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마치 구도자의 느낌도 들었어요. 

김주완 기자: 김장하 선생님이 이런 삶을 살아오신 건 실천적인 삶을 지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세 분이 있어요. 조부, 남명 조식 선생, 그리고 공자. 특히 ‘많이 안다는 것만으로는 지식이 아니다. 아는 것을 실천해야 진정한 지식이다’라는 남명 선생의 가르침을 평생 따른 거라고 봅니다. 



|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 권영탕 포토그래퍼ⓒ 권영탕 포토그래퍼



Q.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라는 카피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이 작품은 젊은세대 뿐만 아니라 시니어 세대에게도 큰 의미를 전합니다. 시니어 세대가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봤으면 하나요?

김주완 기자: 어느 날,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한테도 시키지 마라라는 뜻인데요. 그 말만 지키고 살아도 세상에 싸울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날 이후 집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내랑 사이가 좋아지더라고요. 선생님에게 배울 점이 워낙 많지만, 그중 하나만이라도 실천하길 바랍니다.  


김현지 감독: 중년의 나이가 되니 알겠더라고요. 과거 혈기 왕성했을 때 덤비고, 의견을 내세울 때 선배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위치가 되니 그 마음이 이해되더군요. 그만큼 좋은 어른이 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 시기에 이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백상예술대상 TV 교양 부문 대상 수상도 다 저의 선배를 포함한 지역 어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요. 시니어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과거의 행동을 되새겨 보면서 큰 어른들의 배울 점을 눈으로 담아가시길 바라요. 


Q. 시니어 관객들에게 추천 장면이나 내용도 소개해 주세요. 

김주완 기자: 선생님은 절대 말로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세요. 장학생들에게도 공부 열심히 해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같은 말조차 안 하시거든요. 학교 이사장 시절, 선생님들에게도 이런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등의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냥 본인이 직접 살아온 삶으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신 거죠. 평생 차 없이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면서 자신은 검소하게 살지만, 한약방 직원들이나 선생님들 월급이나 복지는 최상으로 해주시는 등 그런 삶을 사셨어요. 이런 선생님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현지 감독: 젊은 세대와도 소통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가 너무 좋았어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렇게 행동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잘 챙기는 선생님의 행동에 많이 배웠습니다. 시니어 관객분들도 이 부분을 잘 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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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탕 포토그래퍼ⓒ 권영탕 포토그래퍼



Q. 말씀처럼 이 영화를 마주하면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쩌면 이게 이 작품이, 그리고 김장하 선생님이 주는 선한 영향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주완 기자: 맞아요. 김장하 선생님을 만나고 제가 바뀐 것처럼, 앞으로 영화를 만날 분들도 좋은 영향을 받을 거로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어른이 김장하 선생님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계신 분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그런 어른들을 찾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김현지 감독: 평범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지탱한다는 말은 곧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책임감을 나눠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이 부분도 선생님이 전하는 선한 영향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많은 분이 극장에 오셔서 참된 어른을 꼭 만나셨으면 좋겠어요. 큰 어른은 큰 스크린으로! 아시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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