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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Nov 17. 2022

살놈살 죽놈죽 이왕이면 살놈으로 고르세요


식물집사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색적인 격언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살놈살 죽놈죽"


'어차피 살놈은 살고 죽는 놈은 죽는다' 는 것인데, 식물이 살고 죽는 것을 사람이 모두 결정할 수 없고 그저 최선을 다해 식물을 돌볼 뿐이라는 뜻일 것이다.


아니면 또 다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죽을 놈을 들고 와서 키우지 말고 살 놈을 데려다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테라스에서 키우기 좋은 율마 / 블루버드 / 꽃식물


요즘 유행하는 식물이라고, 여리여리한 꽃에 혹해서 혹시 곧 죽을 게 뻔한 식물을 충동구매한 적은 없을까?

사실 우리는 대부분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식물이 충분한 햇빛, 바람을 취하지 못하는 답답한 실내 공간에 살고 있다. 


빛이 잘 드는 시원한 베란다나 테라스가 있으면 참 다행이지만, 요즘은 베란다 확장형 구조가 많아서 베란다정원마저 귀해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일반적인 실내 환경에서는 살 놈을 데리고 살아야 한다. 살 놈이란 아주 평범한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테이블야자 & 스파트필름


살 놈이란 일명 식물계에서 흔둥이라 불리는 아이들이다. 고무나무, 스파트필름, 스킨답서스, 크루시아, 여인초, 극락조화, 호야, 금전수, 산세베리아 같은... 동네 화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이다.


행잉으로 키우는 수경 디시디아 & 피쉬본선인장


너무 흔한 식물이라 싫증난다면 박쥐란, 디시디아, 피쉬본 선인장 등 행잉식물로 포인트를 두는 것도 좋다. 의외로 관리도 무척 쉽고, 실내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이다. 


수경재배로 키워도 좋은 몬스테라 & 아레카야자


식물을 좀 아는 분이라면 몬스테라, 페페로미아, 아레카야자 등 조금 난이도가 있는 식물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수경재배식물 무늬산호수 / 천냥금 / 스킨답서스


수경재배식물의 경우에는 죽을 놈도 살 놈으로 바꿔주는 매력이 있다. 대부분의 관엽 식물이 수경재배가 가능하다. 심지어 올리브나무, 율마, 알로카시아, 알로에 등 이게 과연 물에서 자랄까 하는 식물들도 수경재배가 가능하다. 


내 손에 들어오는 식물은 어차피 다 죽을 식물이라고 생각된다면, 수경재배식물을 최후의 선택지로 추천한다. 1주일에 한 번 물만 바꿔주면 그걸로 끝이니까.


수경재배가 쉬운 아이비 / 스파트필름 / 테이블야자


하지만 환기가 잘 안되고 빛이 부족한 답답한 실내에서 마우리소포라, 유칼립투스 같은 여리여리하고 이름도 어려운 식물을 키우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쁘다는 이유 하나로 장미나 야생화를 실내에서 키우고자 하는 것도 무척 무리가 된다. 한마디로 죽을 게 뻔한 놈을 우리 거실에 들이는 셈이 된다. 이런 아이들은 최소 남향 베란다가 있는 집에서 키우길 추천한다.



살놈살 죽놈죽... 모든 식물이 다 잘 살았으면 좋겠지만 살 놈은 살고 죽을 놈은 죽는다. 식물을 덜컥 들이기 전에 우리집 실내 환경에서 잘 살 수 있는 튼튼한 아이인가 먼저 확인해보면 어떨까?


SNS에서 유행하는 식물이나 신품종 희귀식물보다는 우리집 환경에 가장 잘 맞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 나를 누구보다 훌륭한 식집사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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