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은 누가 언제 무엇에 근거해 만든 것일까?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로 상세히 기록된 경우는 드물지만, 그 근원을 따라가보면 기독교, 불교 등 종교에서 나무에 상징을 부여해 신성시한 것에서 시작했다고 짐작이 된다.
예를 들어,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을 하다가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인도보리수에 '깨달음의 나무'라는 뜻이 생기고 신성시되어 왔다. 고대 아즈텍 문명에서 해바라기는 태양신을 위한 의식에 사용되며 '숭배'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덧붙여, 아라비아 세렘 풍습에서 세속적인 꽃말이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 17세기 오스만 제국(지금의 튀르키예)에서는 꽃마다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 꽃 선물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꽃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부터다.
빅토리아 시대는 식민지 국가들로부터 이국적인 식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꽃과 식물, 정원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기다. 연애편지를 쓰는 대신 꽃과 식물을 통해 비밀스럽게 마음을 전하는 관습이 유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된 것이다.
18세기 영국에서는 꽃말을 집대성한 책도 나왔다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꽃말 사전 같은 것이었을까? 꽃말 사전을 펼쳐 나의 뜻을 전달할 꽃과 식물을 조심스럽게 골라보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꽃이 요즘의 카톡 이모티콘같은 게 아니었을지...
꽃말을 아시아에서 유행시킨 나라는 바로 일본! 꽃말은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 각기 다른데, 우리나라는 유럽에서 유행했던 고전적인 꽃말과 일본에서 새롭게 생겨난 꽃말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행복, 재물운이라는 의미가 아무 근거 없이 붙여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특히, 요즘 꽃집에서 판매하는 식물들의 꽃말은 대부분이 금전운이거나 행복, 대박이 아니던가?
꽃에 담긴 꽃말로 마음을 전하는 일은 이제 드물어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붉은 장미로 열정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하얀 백합이나 국화로 애도를 표현하곤 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비롯해 많은 문학, 예술 작품에서 여전히 꽃은 중요한 상징이나 복선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정 꽃에만 꽃말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가 키우는 실내 식물을 비롯해 길가에 핀 작은 풀꽃이나 나무, 심지어 토마토나 감자 같은 야채도 꽃말을 가지고 있다.
토끼풀은 '약속할게요'의 뜻이 있고, 소나무는 '용기' '충성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백합나무는 '시골살이의 행복'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야채도 나름의 의미가 있어 감자는 '선행' '자비', 무는 '높은 지위', 상추는 '냉담함'과 '무정함'을 상징한다. 양파는 '정서적 안정'을, 당근은 '날 거절하지 마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의 고백을 자꾸만 거절하는 이에게 장미 대신 당근을 건네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재미있다.
각 식물마다 꽃말이 있지만, 덩굴식물을 묶어서 '연결'이나 '우정'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말린 꽃다발은 '거부당한 사랑'이라는 의미가, 낙엽은 '우울' '사랑이 끝남'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음은 가정에서 많이들 키우거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꽃말이다.
-스파티필름 : 늘 평온하길, 평화
-금전수 : 성장, 재물운
-아이비 : 행복한 사랑, 결혼
-스킨답서스 : 갈망, 인내
-뱅갈고무나무 : 명상, 성찰
-싱고니움 : 이른 아침, 새로운 생각들
-필레아 페페로미아 : 운이 좋네요, 행운
-페페로미아 : 모든 것은 순리대로
-파키라 : 금전적인 행운, 길조
-몬스테라 : 장수, 미스터리
-호야 : 이토록 달콤한, 높은 야망
-커피나무 : 동료애, 우정
-선인장 : 불타는 사랑
* 여기서 소개한 꽃말들은 '식물의 말들(S. 테레사 디에츠)'이라는 책을 참고했다. 절화를 좋아하지 않아 뿌리가 있는 식물들을 주로 소개한다.
꽃말은 국가나 문화권별로 서로 다른 것만 봐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꽃말이 있을 뿐 절대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꽃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키우는 식물에는 애정과 관심이 듬뿍 담기기 마련이다. 꽃이나 화분 선물을 주고받을 때도 소소한 뜻을 담아보는 것이 작은 재미가 아닐까?
꽃말의 유행은 지났지만 신혼 부부에게는 아이비를, 개업하는 가게에는 파키라나 금전수를 선물하는 전통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식물을 골라야할지 막막할 때는 꽃말을 보고 자신이 키우거나 선물하고 싶은 식물을 선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