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유한 식물 누나 May 18. 2021

선인장이 주는 뜻밖의 위안

가시 돋은 선인장이 주는

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두고서 한 달에 한 번만

잊지 말아 줘, 물은 모자란 듯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지 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서 있을게


선인장 / 에피톤 프로젝트

뜻밖




오늘은 에피톤프로젝트의 선인장이라는 노래로 글을 열어보았다. 가사가 참 예쁘고 힐링이 되는 노래다. 


노래 가사처럼 선인장은 차갑고 무심해 보여도 우리의 속상한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있는 식물이다. 뾰족뾰족 가시 돋은 선인장의 몸체에서 꽃을 보는 일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선인장이 자아내는 시크하고 무심한 무드를 즐길 뿐이다.


하지만 선인장은 의외로 꽃을 잘 피우는 식물이다. 등심환, 소정, 괴마옥 등의 선인장은 매년 봄만 되면 꽃을 피운다. 등심환의 핑크 꽃은 마치 화환을 쓴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다.


등심환 선인장은 봄마다 화려한 꽃잔치를 벌인다


소정은 처음에 솜털 같은 꽃 몽우리가 올라오다가 어느 날 노오란 꽃이 피어난다. 괴마옥은 화려하진 않아도 노란 꽃이 많이 피어나는 편이다.


게발선인장은 특이하게도 겨울에 꽃을 볼 수 있는 식물이다.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화려한 꽃 잔치를 벌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도 불린다.


크리스마스 즈음 꽃이 피는 게발선인장


귀면각의 꽃은 다소 불규칙하게 피어나는 특징이 있다. 적어도 1년에 1~2번 정도는 꽃봉오리가 생겨나는데, 꽃이 피기도 전에 잘 떨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모두가 잠든 한밤중 잠시 피어났다 하루 만에 져버리기 때문에 무척 보기 힘든 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피어나면 비현실적일 만큼 크고 수려한 꽃이 피어난다. 이때 운 좋게 수정이 되면 열매도 맺는데 그 열매가 또 시원하고 맛이 좋다고 한다.


귀면각 꽃이 피기전 모습. 커다랗고 하얀 꽃이 피어난다


선인장은 가끔 물만 챙겨주면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조용하지만 다정한 친구 같은 식물이다. 가시 때문에 너무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고 관심이 지나쳐 물을 많이 주어도 안된다.


하지만 묵묵히 햇빛과 물을 머금고 있다가 우리가 지쳤을 때 큰 위안을 안겨주는 존재다. 에너지를 아껴두었다 우리를 활짝 미소 짓게 하는 꽃을 선사하기도 한다.




유행을 떠나 누구나 자신에게 잘 맞는 반려식물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인장은 적당한 거리를 지킬 줄 알되, 위로와 힐링이 되는 다정한 반려식물이 되어줄 것이다. 물론 햇빛이 풍부한 창가가 있고, 호기심 많은 애완동물이나 어린이가 없는 경우에 말이다.


가시는 늘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진짜 다치게 하는 것은 가시가 있는 선인장보다 가시 돋친 우리의 말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 



이전 10화 살놈살 죽놈죽 이왕이면 살놈으로 고르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