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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Dec 27. 2023

오늘도 독을 한 잔 마셨습니다

식물의 독 이야기


나는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하루에 한 잔의 커피도 마시지 않은 날은 거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어쩌면 좋아한다기보다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커피를 마시면 하루를 그럭저럭 보낼 에너지를 얻게 되고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도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잘 알다시피 이는 커피 속 카페인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사진: Unsplash의Nathan Dumlao



당신의 커피에 독이 들어있다? 


그런데 카페인이 사실 식물의 독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일본의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에 따르면 카페인은 동물이나 곤충들에게 갉아 먹히지 않기 위해 식물이 만들어 낸 기피 물질, 즉 독이라고 한다. (무섭지만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 참고) 식물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카페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독이라서 오히려 인간에게 약이 되는 측면이 있다. 카페인이라는 독성물질이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우리 신체는 독성을 몸 밖으로 배출하려는 이뇨작용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른 노폐물들도 함께 빠져나가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커피나무


게다가 적당한 각성 효과에 하루를 버틸 에너지를 주는 커피! 오늘도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별다방에 가득하다. 아무리 독이라고 해도 인간은 오히려 식물이 만들어낸 독을 이용하고 사랑에 빠졌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천적이 우리 인간이지 않을까? 독까지 맛있게 마셔버리다니...... 


커피 없이 하루를 시작할 수 없는 사람은 비단 나 하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카페인은 담배 속 니코틴처럼 중독에 빠지게 하니 너무 많이 마시진 말아야 한다. 


사진: Unsplash의Delightin Dee


나무의 살생물질 피톤치드

 

사람들은 숲에서 삼림욕 하는 것을 즐긴다. 삼림욕을 통해 사람들이 몸과 마음의 힐링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피톤치드라는 물질 때문이다. 그런데 피톤치드 역시 식물의 독성 물질 중 하나라는 사실! 


피톤치드라는 단어는 라틴어에서 기원하며,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과 '죽이다'라는 뜻의 '치드'가 합쳐진 말이다.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나쁜 미생물, 병원균, 해충 등을 죽이기 위해 내뿜는 독성물질이 피톤치드의 진짜 정체다.  



인간에게는 피톤치드의 독성이 그리 강하지 않으므로 해롭기는커녕 오히려 각종 신체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면역력을 향상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데, 피톤치드의 효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실내에서 피톤치드 물질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경우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상쾌한 숲의 향기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피톤치드를 내뿜는 율마



자신을 지키는 식물들 


생각보다 많은 식물들이 독성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카페인이나 피톤치드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가 흔히 키우는 아이비나 스킨답서스는 독성이 있어 민감한 사람에게는 피부 자극이나 가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식물의 경고 같은 것이다.  


식물은 동물처럼 냅다 뛰어서 도망갈 수도 없고, 자신을 뜯어먹으려는 동물에 소리 지르며 저항할 수도 없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맨드레이크만은 예외로 해두고...) 좋으나 싫으나 한자리에 머물며 살아가야 하는 식물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으로 독을 품는 것이다.  


독성이 있는 공기정화식물 아이비


그러니 독성이 있는 식물들을 오해하거나 미워하진 말아야 한다. 오히려 식물의 독을 잘 활용해 생활 속 활력을 충전하는 우리.. 오늘도 커피 속의 독, 카페인으로 에너지를 풀충전한 하루였다. 내일 아침에도 눈 뜨자마자 모닝커피부터 찾을 게 뻔하다. 커피의 독은 이렇게도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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