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업으로 삼아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저는 식물 똥손인데요' '저는 식물킬러인데요' 하는 웃지 못할 고백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살아나가지 못한다고 스스로 '식물 저승사자'를 자처하며 다시 식물을 키울 생각은 없다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식물 똥손, 그리고 반대로 초록손(Green Thumb)이라는 게 과연 따로 있을까?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은 오히려 실패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필요 이상으로 물을 자주 주어 식물이 썩어 주저앉는 일도 있었고, 예쁘다는 이유로 햇빛도 바람도 부족한 실내에 유칼립투스를 들여 바짝 말려 보낸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실수를 실수로 흘려보내지 않고, 그 실수에서 배우는 사람이 초록손으로 거듭나는 게 아닐까?
진드기, 응애 등 각종 식물 병충해와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식태기(식물+권태기)를 겪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식물에게로 돌아온다. 아이가 내 마음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않듯이, 내게 주어진 화분 속 작은 생태계를 한 번 책임져 보겠다 마음을 먹게 된다.
나 또한 식물을 어느 정도 잘 키울 수 있을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알 수 없는 이유와 실수, 게으름으로 인해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때론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화답하지 않는 식물을 보면 마음이 무척 답답해지곤 한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진 않는다. SNS 속 인플루언서의 식물처럼 멋들어지게 자라지 않아도 이만하면 잘 키웠다, 만족스러운 순간이 찾아온다.
남에게 보이려 하거나 완벽함을 바라지 않으면 누구나 좋은 식집사가 될 수 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식물을 관찰하며 조용히 성장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바로 초록손의 자질을 가진 분들이다.
식물의 순간을 조용히 관찰하는 습관,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둘 줄도 아는 습관,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습관, 그리고 너무 완벽함을 바라지 않는 마음...
이 네 가지만 있으면 식물 똥손도 언제든 초록손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너무 신기하게도 아이를 키우는 마음도 이와 똑같다는 걸 점점 알게 된다...
식물은 그냥 사서 키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식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경험이 쌓여야 잘 키울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 여러 책을 읽고 영상을 찾아보며 준비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듯이 식물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행히도 동물을 키우는 수고에 비하면 식물은 아주 작은 관심과 노력에도 호응하며 보답한다. 오늘부터 작은 식물을 키워보며 나를 키워보는 시간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