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란 사람이 직접 심거나 가꾸지 않아도 인간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라나는 풀들을 말한다. 길가에 자라나는 토끼풀, 쑥, 민들레도 흔히 잡초라 부른다. 화분을 키우다 보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작은 잡초 씨앗이 자리 잡아 이름 모를 풀들이 흙 위를 뒤덮곤 한다.
잡초도 하나의 풀이기 때문에 처음엔 무척 귀여운 느낌이다. 하지만 이미 꽃이 핀 후라면 뽑아도 뽑아도 제거가 힘든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원래 화분에 살던 식물의 생장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점점 미관을 해치게 된다.
잡초를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잡초는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나 쓸모없는 골칫거리 혹은 관상가치가 없는 식물일 뿐 '풀은 똑같이 풀'이라고 말한다.
단지 인간의 삶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사람의 기준에서 아름답지 않아서 잡초라는 오명을 쓴 것뿐... 사람의 경우에도 일부 멋지고 쓸모 있는 인간을 제외하고 모두 '잡인(?)'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면 너무 슬플 것 같긴 하다.
얼마 전 남편에게 화분에 생긴 잡초는 가끔 보이면 뽑아달라고 했더니 '나는 잡초도 같이 키우는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흙 위에 저절로 생긴 이끼가 예쁘다며 키우는 사람이긴 했지만, 설마 잡초까지?
남편이 식물에 영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어쩌면 진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잎에 이국적인 무늬가 있다고, SNS에 자랑할 수 있는 고가의 식물이라고 애지중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잡초일지라도 자라남을 기특해하며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사람말이다.
잡초도 인간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면 하나의 생명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유용하거나 예쁜 꽃들도 많다. 길가에 흔한 귀화식물 서양민들레는 유럽에선 열을 내리거나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약용 식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고 한다.
손으로 비비면 개똥같은 냄새가 난다는 개똥쑥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되어 노벨상까지 받았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잡초는 인간이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일지도 모르겠다. 잡초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
원예라는 것에 있어 인간의 의도라는 건 배제할 수 없는 것 같다. 나의 정원에 장미를 가꾸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잡초로 아름다운 정원이 훼손되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쑥이 먹을 수 있고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들, 내 정원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쑥은 쑥의 자리에서 낮게 엎드려 자라길 바라는 것이 솔직한 인간의 마음...
정원은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으면서도 자연의 위험은 제거하고 나의 취향에 맞춘 안전지대 같은 것. 내 정원을 위협하고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건 제거하고 싶은 게 인간의 솔직한 마음일지도.
잡초를 뽑는 일은 미루면 미룰수록 더 큰일이 된다. 작은 새싹이 귀엽다고 내버려 두면 어느 순간 부쩍 자라나 꽃을 피우고 화분 생태계를 점령한다. 여름이면 정원이 순식간에 잡초에 점령당해 쑥대밭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머릿속에서 시작된 작은 잡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걸 겪어봤을 것이다. 나는 걱정의 씨앗을 미리 덜어내자는 생각으로 화분의 잡초를 뽑는다. 보슬보슬 맨맨한 흙을 보면 비로소 마음이 편해진다.
좀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지 눈앞에 보이는 물리적 상태가 마음의 상태와 일치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머리가 복잡할 땐 청소를 하고 잡초를 뽑는다.
하지만 어제 아마릴리스 구근 주변에 자리 잡은 잡초를 뽑다 보니 이 아이들한테 미안한 생각이 조금 들었다. 아마릴리스의 화려한 꽃을 사랑하면서도 주변의 초록이들은 쓰레기통에 뽑아 버리는 가드너라니...
늘 옳고 그른 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젊은 시절에 비해 이제는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잡초의 작고 귀여운 싹을 무자비하게 뽑아버리면서도 '나는 잡초도 키우는데?' 하는 남편의 말이 자꾸 맴돌았다. 많은 식물을 키우며 예쁘다 하면서도 유독 잡초들에게만 불친절한 나 자신... 정말 모순덩어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