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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Apr 02. 2023

알고 보면 더 아름다운 벚꽃 벚나무 이야기

우리 동네 나무 탐방


올해도 벚꽃이 활짝 피었네요. 경북 김천 직지사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오래된 벚꽃 나무들이 많아서 봄의 정취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물을 찾아가려는 것인지 개울 쪽으로 가지를 늘어뜨린 모습이 수려합니다. 강 쪽으로 쳐진 나뭇가지는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아 가지치기 당할 일이 없어서 자유분방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직지사에서 내려오다 보면 인도를 당당하게 막고 있는 굵은 벚나무 가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사람이 조금만 피해서 지나가면 될 일이죠. 머리 꽝! 조심하라고 작은 곰 인형을 살짝 매어 두었네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싹둑 잘라내기보다 나무의 공간을 존중하는 선택이 인상 깊었습니다. 



벚꽃의 꽃말은 '영혼의 아름다움', '정신적인 사랑' 등이 있고, '삶의 덧없음'이나 '절세미인'을 뜻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피어버리는 것 같지만 벚꽃이 활짝 피어나는 짧은 순간을 위해 겨우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을지 그 인고의 시간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금세 피고 또 져버리는 벚꽃을 보면 인생의 무상함, 덧없음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떨어지는 벚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도 있죠.



벚꽃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며,한국, 일본, 네팔 등 북반구 온대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벚나무는 구례 화엄사에 있는 올벚나무로 수령 370년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외적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활, 칼자루 등 무기의 재료가 될 벚나무를 심은 것이 남아있는 것이라 해요.


벚나무는 열매인 버찌에서 이름을 따 버찌 나무 → 벚나무로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버찌는 영어로는 체리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서양 버찌와는 비교할 것이 못됩니다. 우리 벚나무에 달리는 버찌는 열매가 작고 맛이 좋지 않아 술을 담가먹는 정도라고만 하네요. 



벚나무는 한때 일본 국화라 해서 베어버리자는 주장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라산 관음사 부근에서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발견되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고 해요.


제주 한라산에 자생하는 우리의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가 개량된 품종이 소메이요시노라고 추정되나, 연구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일본 소메이요시노 품종이 요즘 우리 길거리와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벚꽃이라고 합니다.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 여의도 벚꽃나무 중 90% 이상이 일본 왕벚나무라고 하더라고요. 



소메이요시노 품종은 나무 기둥에 맹아가 자라거나 꽃이 피는 모습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겨울눈에 털이 많이 나있는 것도 제주 왕벚나무와의 차이점이라고 해요.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는 DNA 연구 결과 뚜렷이 구분되는 서로 다른 식물이라고 합니다. 모계는 올벚나무로 같지만 부계가 완전히 다르다고 하네요.


제주 왕벚나무는 한국의 자생종으로 개량된 원예종에 비해 기후 변화나 병충해 등에 강하다고 합니다. 전국에 심어진 일본 왕벚나무 중 수명이 다한 나무는 우리나라 자생 왕벚나무로 교체하자는 주장이 뒷받침되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화장품이나 세제에 체리 블로섬 향이라고 적혀 있으면 굉장히 향기가 좋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이는 조향 기술로 만들어진 것일 뿐 대부분 실제 벚꽃에서 추출한 것은 아니라고 해요.


벚꽃은 향기가 거의 나지 않는데요! 코를 박고 맡으면 미미하게 느껴지는  수준의 향기라고 하네요. 세상 아름다운 벚꽃도 모든 것을 다 갖추진 못했군요.


기대한 향기가 나지 않아도, 일본의 꽃이란 오해를 받았어도 벚꽃은 여전히 이 계절을 아름답게 뒤덮었습니다. 마음도 벚꽃처럼 살랑살랑 파스텔톤으로 물드는 계절.. 한적한 벚꽃길을 산책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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