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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Apr 02. 2023

아스피린을 만드는 고마운 나무 조팝나무

우리 동네 나무 탐방


화려한 벚꽃이 시선을 사로잡는 계절. 조팝나무 꽃도 특유의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길가 이곳저곳에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봄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앉은 것처럼 보여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일본에서는 '눈버들'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구름처럼 한데 뭉쳐 뭉게뭉게 피어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작은 꽃송이 하나하나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조팝나무와 이팝나무를 혼동하여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나직한 덤불처럼 보이는 것이 조팝나무이고 키가 다소 큰 나무가 이팝나무입니다. 조팝나무는 공원이나 아파트에서 울타리나 구획용으로 많이 심어지고, 이팝나무는 가로수로 길가에 늘어선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팝나무와 조팝나무의 이름은 둘 다 밥에서 유래된 것이라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씨(양반)이 먹는 쌀밥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것 같은 꽃이 핀다 해서 이밥나무라 하다가 이팝나무가 되었습니다. 


조팝나무 역시 좁쌀로 지은 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은 것이라 하니, 나무의 꽃마저 밥으로 보였던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밥 먹었니?' '언제 밥 한 번 먹자'가 흔한 인사일 정도로 먹고사는 일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문화를 잘 반영한 나무 이름 같습니다. 



조팝나무는 영어로 'Bridal wreath'라고 하는데, 신부의 화관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밥을 떠올리는 것에 비하면 어쩐지 우아하고 여유가 느껴지네요. 결혼식 때 신부가 머리에 쓰는 화관은 조팝나무 한 가지를 꺾어 동그랗게 말아주기만 하면 금방 완성되지요. 


그런데, 조팝나무의 꽃말은 '헛수고', '하찮은 일'로 조금 아쉬운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노련하다' 정도가 조금 나은 꽃말이겠고요. 왜 이렇게 예쁜 꽃에 이런 뜻이 붙었는지 궁금하네요. 어쩐지 매치가 잘 안된다는 느낌입니다. 



식물에서 추출한 진통제인 아스피린 다들 아실 텐데요... 조팝나무는 해열제, 진통제 역할을 하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버드나무와 함께 아스피린의 원료가 된다고 합니다. 꽃만 아름다운 나무가 아니라 우리 인류에게 명약을 선사한 귀한 나무였네요. 길을 걷다 조팝나무를 만나면 아마 이 나무가 다시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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