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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Apr 17. 2023

칠엽수 마로니에 낭만 정열은 얼마든지 사치스러워도 좋아

우리 동네 나무 탐방


어느날 보니 겨우내 휑했던 칠엽수가 연둣빛 새 잎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마치 죽은 나무처럼 앙상했던 칠엽수의 나뭇가지가 초록초록한 새 잎으로 가득 채워지기 까지는 불과 1~2개월 밖에는 걸리지 않았습니다.

 


추운 겨울.. 그리고 이른 봄... 저는 칠엽수를 자주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늦가을 처연하게 떨어진 커다란 낙엽이 참 흉하다 생각했던 마음이 왠지 미안해서일까요... 매서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던 그 존재감있는 갈색의 마른 잎들이 바스락바스락 마음속에서 소리를 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봄날 이토록 풍성함이라니... 늦가을에 커다란 잎사귀가 툭툭 떨어져 있던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그런 일은 꿈에도 모른다는듯 풍성한 생명력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나무를 고요하고 정적인 존재로 생각하곤 하지만, 이토록 역동적인 생명력을 목격하게 되면 '아, 나도 힘을 좀 내 봐야지...' 하고 나도 모르게 희망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나무의 생명력이 가진 힘인가봅니다. 제가 자꾸만 나무에게 끌리는 이유입니다. 


칠엽수는 잎이 7개 달려 있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마로니에(가시 칠엽수)는 세계 4대 가로수종의 하나로 유명합니다.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에 마로니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고,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도 빼놓을 수 없겠죠.


칠엽수의 꽃말은 사치스러움, 낭만, 정열입니다. 이 세 단어가 나란히 놓여 있으니 어쩐지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낭만과 정열은 얼마든지 사치스러워도 좋은 것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칠엽수의 새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잎이 꼭 7개는 아닙니다. 5개인 것이 눈에 많이 띄네요. 지난 가을에 본 잎은 7장의 잎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는건지 올해는 자주 관찰해봐야 겠습니다. 확실히 가운데 달린 잎이 가장 크다는 건 금방 확인할 수 있었어요. 


어린 나무임에도 키는 무척 높이 자라는 것 같고, 어린 가지와 잎에는 처음에 적갈색이 비치다가 점차 연두빛 잎사귀로 바뀌어가네요. 칠엽수는 겨울~이른 봄~봄여름~가을에 걸쳐 변해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인 나무같아요.



칠엽수 열매는 꼭 밤같이 생겼는데요, 열매는 떫고 독성이 있어서 어느 수목원에서는 밤과 혼동하지 말고 식용하지 말라고 경고문이 붙어 있더라고요. 이 칠엽수와 친구인 유럽의 마로니에는 열매 겉에 가시돌기가 있고, 꽃에도 붉은 반점이 있다고 하니 구분이 쉬울 것 같네요. 


칠엽수라는 이름보다는 마로니에라는 부드러운 이름으로 부르고 싶은... 하지만 이건 저의 허영심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칠엽수의 꽃말은 사치스러움과 낭만이니 조금은 사치스러운 마로니에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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