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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리드 May 27. 2022

장기투자하기로 해놓고

장투하듯 삽니다 - 20

챌린지와 성취 그리고 새로운 것

이제 제법 여름의 길목으로 가는 것 같다.

태양은 아직 잔혹하지 않고, 바람은 금세 땀을 식혀줄 만큼 시원하다. 더위를 덜 타는 나로서는 아주 이 정도면 덥지도 않고 활동하기 좋은 가장 쾌적한 날씨다.


이런 좋은 날에, 무릎은 여전히 나을 기미가 없다.
약 반년 정도를 백수로 살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규칙적인 루틴과 사소한 챌린지 그리고 성취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 루틴 중 적당한 챌린지와 성취를 주었던 것이 러닝이었는데, 이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좀 힘이 빠졌다. 챌린지는 머리를 쓰는 것과 몸을 쓰는 것, 이를테면 러닝 같은 것이 적절한 비율로 배분되는 것이 적절한데 말이다. 무릎은 러닝만의 문제는 아니고, 필라테스를 할 때도 불편함을 느낀다. 여러모로 좀 위축이 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어제 나보다 자유인을 먼저 선언한 친구 C를 만났다. C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나름 바쁘게 보내면서도, 회사를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할 때와 달리 새로운 자극이나 경험 같은 것들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 고민이 된다 했다. 어쨌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려면 무조건 '돈'은 기본인데 지금처럼 지출을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얘기였다.


공감이 갔다. 예전엔 그냥 회사를 다니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들이었다. 매번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자잘한 일이 주어질 때면 지겨워하기도 했지만 방심할 때마다 새로운 이슈가 터지고 새로운 동료와 상사를 만나 적응해야 했다. 사실 똑같은 것은 없었다. 이런 것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쉽지 않은 챌린지였고, 그런 미션들을 해결하는 것이 회사가 나에게 돈을 주는 이유이기도 했다.


문제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챌린지들이 항상 '적당' 하진 않았다는 것에 있다. 결국 누군가에 의해 내려진 명령, 자유가 결여된 채로 할 수밖에 없는 업무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없게 됐다. 악순환이었다.

회사를 나온 지금은 거의 느낄 필요 없는 크기의 스트레스다.



장기투자하기로 해놓고

어떤 생각으로 퇴사를 선택했는가? 단순히 쉬어가는 몇 개월 간의 휴가로서의 퇴사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가보지 못한 길을 가보는 기회로 삼고자 퇴사했다. 내 인생에 '장기투자' 하자는 선언을 하며, 퇴사를 하지 않았나.


최근 읽은 투자 개론서인 뉴욕 주민의 '뉴욕 주민의 진짜 미국식 투자'를 읽고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있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일수록 투자자가 수용해야 하는 리스크의 크기도 더 커진다. (중략)
고위험 고수익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리스크가 높을수록 기대수익률과 손실 가능성이 높다'가 맞다.

많은 수익을 원하면, 그만큼 큰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각자 리스크 수용도(개인이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성향)가 다르다. 큰 이익을 얻을 심산으로 위험자산에 몰빵 했을 때, 예상치 못한 하락에 불안해하며 손절을 하는 이유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미리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을 수도 있고, 아예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수많은 성공한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의 위대함을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그 말을 의심하고 흔들리는 이유는 바로 이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주식이든 인생이든 장기 투자자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어렵다. 수많은 변동성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와 달리 예상치 못한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기를 겪어보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는 결과일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굳건히 마음먹고, 견뎌야 한다.

지금 겪는 여러 가지 고민들과 망연해 보이는 것들은 크게 다가오긴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굳은살이 있으므로, 점점 근육까지 키운다면 '리스크 수용도'는 더 커지고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기대수익률을 채울 수 있는 날이 올지도?!


얼마 전부터 복근 운동을 하고있다. 귀찮아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하려고 노력한다. 올해의 목표 중 하나로 세운 것이므로 '언젠간 해야하는데' 하고있다가 다리를 안쓰는 뭔가를 해보자 싶어서 시작한 것이 계기다. 달리는 것만큼 힘들거나 상쾌함을 주진 않지만 그래도 땀이 조금 난다.


며칠 전엔 배에 뭔가 근육 비슷한 게 귀엽게(?) 붙은 것을 보았다. 나름 보람이 있다. 이렇게 또 다른 성취를 찾아 떠돌면서 길게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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