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서툶
내 아내는 서툰 게 많다. 물론 나도 그렇다. 아내는 핸드폰 충전을 잘 신경 쓰지 못한다. 또 전자기기를 다루는 데 약하다. 페트병이나 텀블러 입구를 잘 잠그지 못해 음료가 새는 일도 빈번하다. 게임을 많이 하지 않아서 게임의 능숙도도 낮다. 그리고 왈칵 불안이 찾아올 때 스스로를 먼저 챙기는 걸 못하고 자신이 아플 때도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보통 어떤 배우자나 연인을 원하느냐고 할 때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 무언가를 가진 사람, 외모가 빼어난 사람 등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얘기하곤 한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바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사랑은 상대의 부족한 점을 내가 채워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
나 또한 그렇듯이 대부분은 자신의 약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을 숨기고 싶어 한다. 그것이 자신에게 약점이 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약점을 아무에게나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의 좋은 부분만 보이면서 연애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엔 지치는 때가 오기도 한다. 상대와 더 가까워질수록 편안해지고 그럴수록 일부분의 ‘나’만 보여주기는 힘들다. 그때가 되어서 그토록 숨겨왔던 약점을 보이게 되고 그 모습에 상대가 실망하게 되거나 자기 자신이 또 싫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점점 더 연애가 부담스럽고 힘들어진다.
다들 오해를 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에게 정말 딱 맞는 사람이라거나 넘치도록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부족하다. 그 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내가 그렇듯 상대도 분명 연약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면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다. 내가 없어도 빼어난 매력을 지닌 사람은 비슷한 양상으로 많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만이 알 수 있는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내가 감히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또 동시에 나도 그 사람에게 나의 약점들을 고스란히 내려놓을 수 있다.
나는 내 와이프가 빼어난 부분만큼이나 부족한 부분들도 많아 좋다. 내가 이 사람에게 항상 빼어난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지 않아서 좋고 나의 부족한 점을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더 사랑을 받는다고 느낀다. 상대가 부족한 것을 내가 챙겨주었을 때 상대는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또 나에게 사랑한다고 해준다.
그래서 나는 내 아내의 서툶들이 좋다.